베를루스코니 "전쟁은 젤렌스키 때문"…녹취 추가 공개(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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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에 보드카와 편지 받았다…푸틴 친구는 나야나"
우파 연합 대혼란에 빠져…차기 총리 유력 멜로니 "노코멘트" 이탈리아 차기 정부의 핵심 세력 중 하나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6) 전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한 녹취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쟁의 책임이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에 있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가 추가로 공개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뉴스통신사 라프레세가 이날 추가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그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 소속 의원들에게 전쟁을 야기한 것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푸틴은 전쟁을 원하지 않았지만,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분리주의자들을 계속 공격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푸틴은 우크라이나 정부를 정직하고 분별 있는 사람들로 교체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들어갔다"며 "하지만 서방의 돈과 무기를 지원받은 우크라이나군의 예상치 못한 저항으로 인해 2주면 될 줄 알았던 (특별 군사) 작전이 200일 넘는 투쟁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유럽과 미국에는 진정한 지도자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라프레세가 전날 공개한 녹취에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선물을 주고받은 에피소드가 담겼다.
그는 "나는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를 되살렸다. 내 생일(9월 29일)에 그는 보드카 20병과 매우 다정한 편지를 보냈다"며 "나도 람부르스코(레드 스파클링 와인) 20병과 똑같이 다정한 편지로 화답했다.
난 그의 진정한 친구 5명 중 제일로 꼽혔다"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전쟁을 일으킨 푸틴을 고립시키기 위해 애쓰는 상황에서 자신은 푸틴에게 생일 선물을 받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고 자랑한 것이다. '푸틴의 20년 절친'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총선을 사흘 앞둔 9월 22일 이탈리아 국영방송 라이(Rai)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돈바스 상황을 놓고 러시아 국민, 정당, 장관들에게 침공을 강요당했다"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를 함락한 뒤 젤렌스키 정부를 괜찮은 사람들로 교체하고 돌아올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총선 전에도 큰 파장을 낳았던 푸틴 옹호 발언을 총선 승리로 인해 차기 정부의 핵심 구성원이 된 뒤에도 되풀이한 것이다. 3차례나 총리를 역임한 그는 이번 총선에서 조르자 멜로니 대표가 지휘하는 이탈리아형제들(Fdl) 등과 우파 연합을 결성해 9년 만에 상원의원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서 러시아에 강경한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천명해온 멜로니 Fdl 대표는 연정 파트너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친푸틴 발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멜로니 대표는 이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Fdl 하원 원내 총무인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발언과 무관하게 새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입장에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며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에 대해서라면 그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진이탈리아 측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우리 당과 베를루스코니 대표의 입장은 잘 알려진 대로 유럽과 미국의 입장과 일치한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민간인 피해를 아랑곳하지 않는 행태로 국제적 비난을 받는 상황인데도 차기 정권 핵심 인사가 푸틴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이탈리아가 서방 연합의 약한 고리가 될 것이란 우려가 더욱 커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녹취록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대표로 있는 전진이탈리아와 Fdl, 동맹(Lega) 등 우파 연합 소속 정당의 차기 정부 구성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상황에서 나왔다.
지난달 총선에서 승리한 우파 연합은 차기 내각 지분을 둘러싸고 파열음을 내왔다.
멜로니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Fdl의 득표율이 26%로 동맹(9%)이나 전진이탈리아(8%)보다 훨씬 높았다는 점을 내세워 요직에서 여타 정당 인사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결과다.
2014년 미성년자 성 매수 사건과 관련한 재판에서 증인들에게 돈을 주고 위증을 교사한 의혹에 대해 현재까지도 재판이 진행 중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멜로니 대표에게 법무부 장관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 외교장관 등 장관직 5∼6개를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상원의장 선출 투표를 보이콧하고 멜로니 대표를 '고압적'이고 '잘 지낼 수 없는 사람'이라고 적은 메모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지난 17일 멜로니 대표를 직접 방문하면서 양측은 표면적으로 관계를 봉합했지만, 이번 녹취록 파문으로 둘의 사이는 더욱 껄끄러워질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전망했다. /연합뉴스
우파 연합 대혼란에 빠져…차기 총리 유력 멜로니 "노코멘트" 이탈리아 차기 정부의 핵심 세력 중 하나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6) 전 총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한 녹취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전쟁의 책임이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에 있다고 말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가 추가로 공개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뉴스통신사 라프레세가 이날 추가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그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 소속 의원들에게 전쟁을 야기한 것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푸틴은 전쟁을 원하지 않았지만,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분리주의자들을 계속 공격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푸틴은 우크라이나 정부를 정직하고 분별 있는 사람들로 교체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들어갔다"며 "하지만 서방의 돈과 무기를 지원받은 우크라이나군의 예상치 못한 저항으로 인해 2주면 될 줄 알았던 (특별 군사) 작전이 200일 넘는 투쟁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유럽과 미국에는 진정한 지도자가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라프레세가 전날 공개한 녹취에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선물을 주고받은 에피소드가 담겼다.
그는 "나는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를 되살렸다. 내 생일(9월 29일)에 그는 보드카 20병과 매우 다정한 편지를 보냈다"며 "나도 람부르스코(레드 스파클링 와인) 20병과 똑같이 다정한 편지로 화답했다.
난 그의 진정한 친구 5명 중 제일로 꼽혔다"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전쟁을 일으킨 푸틴을 고립시키기 위해 애쓰는 상황에서 자신은 푸틴에게 생일 선물을 받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고 자랑한 것이다. '푸틴의 20년 절친'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총선을 사흘 앞둔 9월 22일 이탈리아 국영방송 라이(Rai)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돈바스 상황을 놓고 러시아 국민, 정당, 장관들에게 침공을 강요당했다"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를 함락한 뒤 젤렌스키 정부를 괜찮은 사람들로 교체하고 돌아올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총선 전에도 큰 파장을 낳았던 푸틴 옹호 발언을 총선 승리로 인해 차기 정부의 핵심 구성원이 된 뒤에도 되풀이한 것이다. 3차례나 총리를 역임한 그는 이번 총선에서 조르자 멜로니 대표가 지휘하는 이탈리아형제들(Fdl) 등과 우파 연합을 결성해 9년 만에 상원의원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서 러시아에 강경한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천명해온 멜로니 Fdl 대표는 연정 파트너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친푸틴 발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멜로니 대표는 이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Fdl 하원 원내 총무인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발언과 무관하게 새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입장에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며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에 대해서라면 그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진이탈리아 측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우리 당과 베를루스코니 대표의 입장은 잘 알려진 대로 유럽과 미국의 입장과 일치한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민간인 피해를 아랑곳하지 않는 행태로 국제적 비난을 받는 상황인데도 차기 정권 핵심 인사가 푸틴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이탈리아가 서방 연합의 약한 고리가 될 것이란 우려가 더욱 커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녹취록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대표로 있는 전진이탈리아와 Fdl, 동맹(Lega) 등 우파 연합 소속 정당의 차기 정부 구성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상황에서 나왔다.
지난달 총선에서 승리한 우파 연합은 차기 내각 지분을 둘러싸고 파열음을 내왔다.
멜로니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Fdl의 득표율이 26%로 동맹(9%)이나 전진이탈리아(8%)보다 훨씬 높았다는 점을 내세워 요직에서 여타 정당 인사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결과다.
2014년 미성년자 성 매수 사건과 관련한 재판에서 증인들에게 돈을 주고 위증을 교사한 의혹에 대해 현재까지도 재판이 진행 중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멜로니 대표에게 법무부 장관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 외교장관 등 장관직 5∼6개를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상원의장 선출 투표를 보이콧하고 멜로니 대표를 '고압적'이고 '잘 지낼 수 없는 사람'이라고 적은 메모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지난 17일 멜로니 대표를 직접 방문하면서 양측은 표면적으로 관계를 봉합했지만, 이번 녹취록 파문으로 둘의 사이는 더욱 껄끄러워질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