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화의 매트릭스로 보는 세상] 달러의 기축통화가 끝나는 날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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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달러의 기축통화는 언제까지일까?
글로벌 무역전쟁에 관한 책 ‘트레이드워’의 저자들은 달러의 기축통화는 앞으로도 30-40년은 충분히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1944년 브레턴우즈체제가 성립된 이후 세계 경제는 달러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도 차면 기운다고 달러의 기축통화는 어떻게든 변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 몰라서 궁금하다.화폐의 기능으로 보통 3가지 역할, 계산 단위(unit of account), 교환의 매개체(medium of exchange), 가치 저장(store of value)의 수단이라고 한다. 그중에서 중심역할은 역시 교환이 편리하게 하는 매개체로서 기능이다. 그렇다면 세계 경제의 화폐인 기축통화로는 이 세 가지 기능에다 세계가 모두 다 쓸 수 있을 만큼 통화량을 공급해야 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국제 금융까지 가능해야 한다. 일반적인 화폐 기능은 어느 나라의 화폐든 다 가능하다. 한국 돈도 화폐이고, 달러도 화폐이고, 유로화도 화폐이다. 하지만 한국 돈인 원화는 다른 나라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만큼 공급할 능력도 되지 않는다. 다른 물건들과 마찬가지로 기축통화도 공급하는 미국과 사용하는 다른 나라들이 기꺼이 받아들여야 하고, 이를 활용하는 데 문제가 적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때가 언제일까?
달러를 받아들일 때까지 세계가 달러를 기축통화로 인정할 때까지, 다른 말로 세계가 달러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이다.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많겠지만, 세계 경제에서 주로 달러가 쓰이는 이유로는 교환기능과 가치 저장기능이라고 본다. 우선 교환기능이다. 미국 이외의 나라들이 달러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역시 달러가 다른 화폐의 가치를 정하고, 그 정해진 가치로 다른 나라 돈을 달러로 바꿀 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물건과도 바꿀 수 있는 무역 결제 수단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의 수출 총액은 22조 달러이고, 이를 365일로 나누면 하루 605억 달러어치의 거래가 이루어진다. 그중에서 우리나라는 달러화 결제 비중이 무려 84%에 달한다. 이외에도 유로화 5.9%, 엔화 2.6%, 원화 2.4%, 위안화 2.0%이다. 아직은 미국 달러가 압도적이다. 다음으로는 가치 저장 기능이다. 세계의 각 나라는 다른 나라에 수출하고 남는 돈은 안정적인 곳에 저장한다. 금이나 석유 같은 실물 자원을 사들이기도 하지만, 달러로 미국에 투자하거나 다른 나라에 돈을 빌려주는 것으로 나머지 자본을 저장한다. 달러는 세계 어느 나라의 은행에서도 거래가 될 수가 있고, 외환 통장에 저축할 수도 있다. 이런 두 가지 기능을 여전히 세계가 달러로 하기를 원한다면 달러의 기축통화로서 역할은 계속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글로벌 기축통화가 불편할 때도 있다. 현대의 경제는 어느 나라든지 다른 나라와 경제적 관계가 완전하게 단절된 나라는 없고, 거래는 자국 통화가 아닌 제3국 통화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관에 불편한 외환을 보유해야 하고, 자국 통화와 일정한 교환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환율조작국이라는 불명예를 써야 하고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적정한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외환을 보유해야 하는데, 외화 보유액은 자국의 경제 사정뿐만 아니라 인근 무역 경쟁 및 협력국가의 사정은 물론 기축 통화국의 발권량, 금리, 무역정책 등도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긴다. 너무 많으면 자국 경제의 운용에 어려움이 생길 수가 있고, 너무 적으면 외환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하다 보면 자국의 통화정책의 자율성이 침해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기축통화제가 강해도 반발감을 느끼는 나라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2. 미국이 기축통화 기능을 지킬 때까지세계가 달러로 거래하기를 원한다? 왜? 미국 달러가 다른 나라의 화폐보다 믿을 만하기 때문이다. 왜 믿을 만할까? 달러는 기축통화로서 자격을 지켜주는 5가지가 있다.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미국의 군사. 외교적 국력,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금 보유량, 세계가 쓸 수 있을 정도로 달러를 공급할 정도의 무역적자를 감당할 수 있는 화폐 공급력, 달러를 세계에서 원활하게 유통시킬 수 있는 금융 조직 및 능력 그리고 미국의 국가 신용도와 물가 안정성이다. 현재로서 미국은 이 5개의 조건을 지키고 있고, 앞으로도 지킬 의사가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미국이 굳이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가치를 지키려 하지 않을 때가 올 수도 있다. 미국의 고립주의, 즉 다른 나라 아니어도 미국 안에서만, 또는 북미에서만 조금 더 넓혀서 아메리카 대륙에서만 살아도 된다고 생각할 때면 글로벌 기축통화인 달러를 미국이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사례는 미국이 더 무역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세계 경제에 달러를 공급해야 한지 아닌지이다. 기축 통화국의 무역적자는 거의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달러라는 중심 화폐를 두고 다른 화폐들은 경제적 이익, 즉 수출경쟁력을 염두에 둔 불공정한 자국 화폐 평가인 화폐가치 절하 (환율 절상)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로 인해 미국은 외국 수입 제품을 저렴하게 사는 이익을 누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무역적자가 누적된다. 이외에도 기축 통화국으로서 누리는 이점은 많다.
그러나 그런 이점은 원래 발권국이 갖고 있던 강점 때문이지, 기축 통화국이기 때문에 얻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이들은 오히려 기축 통화국이기 때문에 받는 불이익 크다고 한다. 게다가 기축통화로서 제3국의 입장까지 고려해서 화폐 정책을 펴다 보면 통화정책의 원인과 성과가 불분명해지는 어려움이 있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의 화폐 정책, 환율정책이 미국 재무부의 화폐. 금융정책에 간섭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기축통화로서 달러가 아닌, 오로지 미국 국내용으로서 달러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런 견해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미국 내에서 언제든지 달러 회수하고 미국 국내 안정화 정책으로 돌아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럴 때 기축통화로서 달러는 영향력을 잃게 된다.3. 예상치 못한 달러 시스템 붕괴 때까지세상에는 늘 경이로운 일이 터진다. 예측하지 못했던 일, 어쩌면 일어날 수도 있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정말로 일어나리라고 상상도 못 했던 일이 생긴다. 마찬가지로 어느 날 갑자기, 또는 생각보다 일찍 기축통화로서 지위를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 현재로서 달러를 대체할 만한 일들로 예측해보면 우선 비트코인으로 상징되는 암호화폐의 성장이다. 실제로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그 나라의 법정화폐로 승인하였다. 단기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면서 공식적인 경제 밖에 있는 이들에게 금융 접근성을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선언했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도 거론되고 있다.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결제 시스템에서 벗어나고자 중국인민은행이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경제적 목적이외 국민 경제활동 감시라는 목적도 있어 보여,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다른 나라에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듯하다. 국제통화기금(IMF)는 특별인출권(Special drawing rights, SDR)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SDR은 국제통화기금 가맹국이 국제 수지 악화 때 담보 없이 필요한 만큼의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 또는 통화이다. 이를 확장하여 달러대체하는 기축통화로 만들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IMF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리라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미국 금융회사 골드만삭스에서 발행하는 스테일코인 등 민간발행 화폐도 있다. 골드만삭스의 자회사로 블록체인 암호화폐 스타트업인 서클(Circle)은 스테이블 코인 USDC를 발행한다고 했다. 이들이 발행한 서클은 미국 국채 등 유사시 대체재로 지불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담보를 확보하고 신뢰성을 높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확보한 자산은 발행액의 6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스타벅스,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플랫폼 회사들의 민간 화폐 발행이 우후죽순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국가 간의 물물교환이 활성화되거나, 다시 금본위제도 복귀되거나 전쟁. 환경문제로 세계화가 붕괴되면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은 상실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역사적 전례가 없거나 아주 불행한 사태일 때만 상상할 수 있다. 아예 일어나지 않는 게 오히려 바람직하다.<한경닷컴 The Lifeist> 홍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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