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지자체 아동학대 공동대응…부산 사하서 '동그라미' 성과

"24시간 종합지원으로 즉각 조처 가능하고 사건 대처도 효율적"
"늦은 밤 음식을 받으러 나온 아이의 피멍투성이 얼굴을 본 배달원이 신고해 신속하게 출동했습니다. "
20일 부산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월 중순 오후 9시께 부산 사하구에서 A(9)군이 40대 친모에게 주방 기구로 심한 폭행을 당했다.

이후 엄마는 저녁을 먹기 위해 집으로 음식 배달을 주문했고 때마침 음식 배달을 하러 온 배달원이 만신창이인 A군의 얼굴을 목격하게 된다.

배달을 마치고 밖으로 나온 배달원은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아동학대 종합지원센터 '동그라미' 소속 경찰과 사하구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곧바로 현장에 도착했으나, 아이는 이미 폭행으로 부상 정도가 매우 심했다.

이에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해 엄마와 A군이 즉각 분리되도록 조치했고, 가까운 병원들을 확인했다.

결국 한밤중인 상황에서도 A군은 즉각 한 대학병원으로 이송됐고 검사 결과 광대뼈가 골절됐다는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은 뒤 아동학대 아동을 위한 쉼터로 옮겨졌다.
올해 4월 개소한 '동그라미'는 사하경찰서 내 건물에 경찰과 자치단체 전담 직원이 24시간 함께 근무하며 공동대응 체계를 갖춘 아동학대 종합지원센터다.

그동안 경찰과 지자체가 근무지, 업무 시간 등 형태가 달라 공동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됐다.

사하경찰서 관계자는 "퇴근한 공무원이 사건 현장에 늦게 도착하다 보니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거나 이송해야 할 병원을 확인하는 등 절차가 늦게 이뤄지기도 했다"며 "동그라미의 경우 경찰과 지자체 공무원이 24시간 함께 근무하다가 현장에 출동하다 보니 사건 대처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이 있는 친모가 B(14)양에게 5개월 동안 폭행 등을 일삼은 사건도 '동그라미' 덕분에 제때 해결될 수 있었다.

당시 직원들은 트라우마로 거동이 어려운 B양을 구조했고, 이후 하루 이상 소요되는 병원 치료를 기다려야 했다.

사하경찰서 관계자는 "B양은 하루 동안 입원해 각종 검사를 받았는데, 직원들이 24시간 교대로 근무하며 다행히 곁을 지킬 수 있었다"면서 "타 지역이었다면 다른 업무 등으로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경찰과 지자체가 아동학대에 대해 공동대응 체계를 갖추면서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사하경찰서의 경우 경찰과 지자체의 아동학대 현장 동행 출동 건은 '동그라미'가 생긴 이후 5배 가까이 늘었고, 피·가해자 분리 조치도 7배 증가했다. 사하경찰서 관계자는 "타지역에서도 '동그라미'를 견학 올 만큼 공동 대응 체계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아이들이 더욱 행복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