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도 2.4조 투자해 미국서 전기차 생산한다…'IRA 후폭풍'

"단일 투자 기준 역대 최대 규모"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전기차 라인 마련
인근에 배터리 공장도 함께 건설
독일 경제장관 노골적 불만 표시
"미국이 공평한 경쟁 파괴"
현대차도 "올해 안에 해결책 찾고 싶다"
BMW가 미국에 전기차 생산거점을 구축하기 위해 단일투자 기준 역대 최대 자금을 투입한다.

BMW는 19일(현지시간) 미국 내 전기차·배터리 제조 시설에 총 17억달러(약 2조4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오는 2030년까지 최소 6개 전기차 모델을 선보인다. BMW는 전체 투자금 가운데 10억달러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턴버그 공장에 전기차 생산라인을 마련하는 데 사용해 연 45만대에 달하는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현대차가 미국 내 전기차 전용공장 부지로 선정한 조지아주와 함께 후보지로 고려했던 지역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BMW가 향후 이곳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인 'X' 라인의 전기차 모델인 'iX'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나머지 자금 7억달러는 같은 주 우드러프 인근에 신규 배터리 공장을 구축하는 데 사용한다. 일본 닛산이 출자한 중국 엔비전 AESC에서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받을 계획이다.올리버 칩세 BMW그룹 회장은 "(이번 미국 투자는) 단일 투자로는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라며 "미국 내 전기차 생산시설이 BMW의 전기차 전략의 주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번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주요 외신은 BMW의 이번 투자 조치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대응 조치라고 관측했다. 지난 8월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발효된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 북미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이날 BMW의 미국 투자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IRA가 양국(미국과 독일) 경제 간의 공평한 경쟁의 장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며 "유럽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칩세 회장도 "세제 지원은 모든 시장 참가자가 공평한 경쟁의 장을 갖는 방식으로 설계돼야 한다"며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개발을 중단한다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년 초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착공하는 현대차 역시 외교적 채널을 통해 해당 법안의 적용을 연기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 북미권역본부장·미국법인장 겸임)는 이날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로이터 주최 콘퍼런스에 참석해 "(IRA 적용과 관련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면 매우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올해 안에 해결책을 찾고 싶다"고 밝혔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