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한 가지는 내가 모른다는 사실'이라는 유명한 말은 여태껏 회자하는 수천 년 된 유행어다. 하지만 그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
책도 남기지 않아 그의 사상을 제대로 엿볼 수조차 없다.
제자인 플라톤이 쓴 '향연'을 비롯해 몇몇 책을 통해 그의 생각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을 따름이다. 여러 책에 의하면 그는 맨발에 누더기를 걸치고 아고라 광장을 활보하는 늙고 못생긴 철학자, 아내 크산티페에게 구박을 당하는 현인,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하며 독약을 서슴지 않고 마시는 용기 있는 지식인 등으로 그려진다.
영국 옥스퍼드대 고전학 부교수인 아먼드 단거는 여기에 새로운 모습을 추가한다.
사랑에 빠진 젊고 건강하며 열정적인 지식인의 모습이다. 그는 최근 출간된 '사랑에 빠진 소크라테스'(원제: Socrates in Love)에서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던 그의 젊은 날을 추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소크라테스는 여러 고용인을 거느린 석공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
귀족은 아니더라도 어렸을 때부터 풍족했으며 충분한 교육을 받았다. 젊은 시절에는 연상의 남자 애인과 함께 섬으로 여행을 가고, 한 번 이상 결혼했으며 부동산 임대업으로 생활을 유지해나갔다.
소크라테스는 아르켈라오스, 알키비아데스 등과 이런저런 인연을 맺었지만, 그에게 진짜 사랑을 눈뜨게 해준 이는 아스파시아였다.
저자에 따르면 소크라테스는 '향연'에서 "그녀는 사랑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을 가르쳐주었다"고 말한 바 있는데 여기서 그녀가 '아스파시아'라는 것이다.
아스파시아는 페리클레스의 정부로서 당대 유명한 여성 지식인이었다.
플라톤의 기록을 보면, 명문으로 유명한 페리클레스의 장례연설 초고도 그녀가 썼다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아스파시아를 스무 살에 만났다.
사랑과 인간관계의 본질에 대한 아스파시아의 탁견은 그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했다.
그는 상류층 친구들과 함께 아스파시아를 자주 찾았고,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당대 최고 실력자였던 페리클레스가 그의 연적이었다.
아스파시아는 소크라테스와 페리클레스 가운데 페리클레스를 선택하지만, 그녀가 소크라테스에게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고 한다.
"그녀는 소크라테스가 항상 사랑하고 존경해온 사람이며, 그녀의 연설 능력과 지적 교제에 대한 가르침은 그가 말년에 추구해온 것이다. " 글항아리. 장미성 옮김. 272쪽. 1만6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