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은 돈 사라진 상상만 해도 끔찍…카뱅 손절합니다" [채선희의 금융꼬투리]

5년 만에 '뱅크런' 우려까지…편리함이 독 된 카뱅

"믿고 이용해달라" 사과에도…손절 인증글 여전
예적금 금리 1.2%p 인상…고객 달래기 나서
IT 강점이라더니…전자금융사고 시중은행보다 많아
카카오뱅크 판교오피스.(사진=카카오뱅크)
"힘들게 번 돈을 내가 원할 때 쓸 수 없다거나, 그 돈이 없어지는 걸 상상만해도 끔찍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금융기관에서 시스템에 관한 위기가 생기면 전 그냥 손절합니다."(재테크 커뮤니티)

"카뱅은 카카오톡과 연계돼있고 사용하기 편하긴 한데…이외에 장점이 하나도 없네요. 시중은행 대비 금리 수준도 경쟁력이 없고, 고신용자에게는 별 혜택도 없어 이참에 손절합니다."(금융투자 커뮤니티)"카뱅에 있던 투자금 6000만원, 주거래 은행으로 옮겼습니다. 괘씸합니다. 사태 터진 후 그 흔한 사과문조차 바로 안올라오더군요."(40대 직장인 A씨)

은행의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의미하는 '뱅크런(Bank Run)'. 금융사에는 치명적인 이 단어가 1940만명의 고객을 보유한 카카오뱅크에서 등장했습니다. 실제 뱅크런 가능성은 적다는 게 업계 중론이지만, 카카오 전산센터 화재 이후 현재까지도 카뱅 고객들이 타 은행으로의 '갈아타기' 인증글을 올리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습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카뱅)는 예·적금 기본 금리를 최대 1.2% 포인트 인상했습니다. 카뱅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분을 반영해 수신금리를 올렸다는 설명이지만, 최근 불안함이 커진 고객 달래기를 위한 성격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파킹통장'인 세이프박스 기본 금리를 0.4% 포인트나 인상한 점이 눈에 띕니다. 카뱅의 대표 상품인 26주 적금은 최고 4%의 금리를 받을 수 있고 정기예금 금리는 4.5%(1년 기준)까지 올렸습니다.

모든 서비스가 정상화된 이후 카카오뱅크는 지난 17일 사과와 함께 "금융시스템은 문제가 없으며 안심하고 믿고 이용해도 된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데이터센터를 서울과 경기, 부산 등에 분산 운영 중인 카뱅 입장에선, 카카오 먹통 사태로 뛴 불똥이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겁니다.

다만 고객이 소중한 돈을 믿고 맡기는 금융사로서의 대처는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거래 오류가 일부 서비스에만 국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에 대한 상세한 고지를 진행하는 등 고객 불안을 곧바로 진화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사진=카카오뱅크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무소속)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카뱅에서 발생한 전자금융사고만 52건입니다. 신한은행(44건), SC제일은행(43건), 하나은행(34건), 국민은행(31건) 등 같은 기간 시중은행보다 많은 사고가 났습니다. 또다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와 토스뱅크에서도 각각 37회, 16회 사고가 발생하며 적지 않은 금융사고가 났습니다. 출범한 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토스뱅크는 매달 1회 이상 사고가 발생한 셈입니다.

"인터넷은행이 출범할 때만 해도 업계에 혁신적인 메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지금은 주변 물만 다 흐려놓는 메기가 되었습니다."(시중은행 관계자)

인터넷은행은 정보기술(IT)을 강점으로 혁신성과 편리함을 내세우며 고속 성장했습니다. 자본금 3000억 원으로 시작한 카뱅은 5년 만에 자본금이 2조3000억 원대로 늘며 8배 가까운 성장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추가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에 주가가 폭락하고, 고객 불안감까지 더해져 존립 이유를 시험받고 있습니다. 강점인 IT가 오히려 신뢰도를 저해할 수 있는 독이 되는 모양새입니다.인터넷은행은 오프라인 영업점이 없어 모든 금융거래가 온라인에서 진행됩니다. 같은 전산 사고가 발생해도 시중은행 이용자들은 영업점에 달려가 문제를 해결하고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지만, 인터넷은행 이용자들은 불안을 달랠 길이 막막합니다. 쉽게 완화되지 않은 불안감은 은행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카뱅 뿐 아니라 인터넷은행 모두 혁신 만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과 시스템을 갖췄는 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