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대선자금 '키맨' 유동규 신변보호 안하나

수사 협조, 중형 우려에 심리적 압박 가능성…극단 선택 전력
수사·재판에 유동규 진술 중요하고 회유 차단 필요성도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의 '키맨'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0일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되면서 신변 보호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번 사건이 미칠 정치적 파장과 재판 전망, 경제적 어려움 등 여러 고민이 그의 심리를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처지가 안정되지 못한데다 과거 전력도 이런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4월 구치소에서 수면제를 다량 복용했다가 응급실로 후송됐다. 당시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은 "처(사실혼 배우자)에게 시키지도 않은 휴대전화 손괴 교사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세상을 떠나고 싶은 마음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한다"며 "처와 딸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구치소 방안에 남기기도 했다"고 전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9월 검찰 수사팀이 주거지를 압수수색할 당시에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1년의 수감 생활 끝에 일단 자유인이 됐지만 그의 주변 상황은 편치 못하다. 당장 10년 넘게 '의형제'처럼 지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본인의 진술로 체포됐다.

유 전 본부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지난해 4월∼8월 김 부원장의 요구에 따라 여러 차례에 걸쳐 현금 8억원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자금을 이유로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상황에 따라선 10여년간 함께 한 이 대표까지 검찰 수사를 받을 수 있다. 대장동 개발 사업과 위례 신도시 사업 관련 비리 의혹으로 기소돼 재판 중인 점도 그에겐 부담이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 명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부패방지법 위반 등이다.

유죄가 확정된다면 중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신의 입으로 김 부원장에게 불법 대선자금을 건넸다고 인정한 만큼 추가 기소도 불가피하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다른 혐의가 또 튀어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유 전 본부장의 경제적 사정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유 전 본부장은 민간업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대가로 개발 수익 중 700억원을 받기로 약속했지만 실제 받은 돈은 5억원으로 지난 수사 결과 드러났다.

거액을 챙기기 전에 범행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1년 가까이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쓴 변호사 비용도 만만치 않을 거라는 관측이다.

최근 유 전 본부장은 구치소에서 변호인 접견도 거부하고 혼자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배경에 경제적 사정도 깔렸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유 전 본부장 진술을 동력으로 수사를 끌어가야 하는 검찰로선 그의 신변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향후 법정에서 공소 유지를 할 때도 관련자들의 혐의 입증엔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이 필수적이다.

검찰로선 이 대표 측이 유 전 본부장을 회유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검찰은 지난해 유 전 본부장의 압수수색 직전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나 김 부원장이 그에게 전화한 것도 '입막음'용이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대장동 비리 수사 과정에선 이미 안타까운 상황이 두 차례나 있었다.

지난해 12월 10일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유 전 본부장에 이어 2인자라는 의미인 '유투'로 불린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은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 심사를 앞두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같은 달 21일 대장동 사업의 주무 부서장이었던 김문기 공사 개발1처장 역시 공사 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전 처장은 민간사업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도록 유 전 본부장과 함께 대장동 사업협약서에서 초과 이익환수 조항을 삭제한 핵심 인물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공교롭게 이들 외에 올해 1월에는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최초 제기한 제보자가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 사망이 병사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올해 7월에는 이 대표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40대가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