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카톡 쓰시죠?"…먹통 사태에도 벗어날 수 없는 익숙함
입력
수정
먹통 사태에 대안 찾다 다시 카톡으로 회귀
라인·텔레그램은 보험용…페북메신저는 감소
연령대 높을수록 카톡 '유턴' 현상 두드러져
"차별성 있는 앱 등장 안하면 지각변동 없어"
카톡 그래도 계속 쓰시죠?지난 18일 고려대학교 익명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카톡 그래도 계속 쓰시죠?'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카톡 독점이 사라지고 메신저 춘추전국시대가 열리는가 했는데 그건 또 아니었나 보다"라고 적었다.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3일 만에 사용자들은 '탈출' 대신 '익숙함'을 선택했다. 서비스 불안과 멀티프로필 유출 논란 등으로 라인과 텔레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등이 대안으로 떠올랐으나, 직장인을 중심으로 기존 업무와 일상생활에서 필수로 써오던 카카오톡을 버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연령대가 높을수록 카카오톡 재사용률이 높아져 '구관이 명관이다'는 평가도 나온다.
3일만에 반등한 카카오톡
21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화재 발생으로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면서 카카오톡의 일간 활성화 사용자 수(DAU, 중복포함, 안드로이드 및 iOS 합산)는 15일과 16일에 각각 1.8%와 4.1% 빠진 후 월요일인 17일 5.1% 증가해 기존 사용자를 대부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카카오에 비상이 걸린 후 가장 많은 사용자가 몰린 곳은 라인이었다. 카카오톡이 먹통이 된 15일 라인 DAU는 전날 대비 118.3% 증가하더니, 16일 13.5%, 17일 0.9% 오르며 3일째 상승했다. 3일간 사용자가 150% 증가했다. 라인 역사상 최고 사용자 증가다. 텔레그램은 15일 3.5%, 16일 1.0%, 17일 10.1%로 오히려 월요일에 DAU가 급증한 경향이 있었다. 페이스북 메신저는 15일에는 17.7%로 급증했다가 16일과 17일에는 각각 7.7%와 6.5%가 빠졌다.다만 라인과 텔레그램 등은 실제 갈아타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에 따른 일시적 대체제나, 혹시 모를 문제 재발 발생할 시를 대비한 '보험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톡 사용자가 주말이 끝나자마자인 월요일에 다시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각변동은 없다"
17일 전 연령층에서 회복세를 보인 가운데, 20세 미만을 제외하고는 연령대가 높을수록 회복세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톡 DAU는 60세 이상이 9.4%, 50대 7.1%, 40대 6.1%, 30대 4.7%, 20대 2.4% 순으로 각각 전날 대비 증가했다.연령대가 높을수록, 특히 새로운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연령대일수록 대체 메신저보다 카카오톡으로 회귀하는 경향성이 두드러진 것이다. 실제 60대 여성 A씨는 "갑자기 카카오톡이 안 된다는 아들의 연락을 받고 혹시 몰라 다른 앱을 설치하긴 했지만 처음 써보는 앱에 익숙지 않아 주말에 다소 불편했다"면서 "카카오톡이 다른 기능은 완전하지 않아도 메시지 기능은 거의 복구돼 즉시 카카오톡으로 다시 썼다"고 말했다.30대 이상 직장인을 중심으로도 원래 업무와 일상생활에서 써오던 카카오톡을 버릴 수 없는 환경도 작용하고 있다. 김 모 씨(43)는 "회사에서 주고받은 내용, 개인 메모 등 대부분 기록이 이미 카카오톡에 있다"면서 "그간 데이터를 100% 그대로 옮기는 게 아닌 이상 카카오톡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카카오톡이 메신저의 역할 뿐만 아니라 선물하기 기능, 메모 등 생활 전반에서 걸쳐 자리 잡으면서 이번 사태와 같은 불확실성에도 이탈에 어려움이 많다는 진단도 나온다. 다수의 공공기관도 카톡을 통해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한꺼번에 여러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내기에 쉽고, 사진 프로필, 프로필 설명 등이 나오니 사칭 사기 위험 요소가 적기 때문이다.이번 사태로 인해 메신저 앱 시장 지각변동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안 앱 사용자가 급증한 것은 시험 차원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부가 '안전 신문고'라는 앱을 만들어도 소비자는 카카오톡 채널 '안전신문고'를 사용해 제보한다. 카카오톡과 아예 다른 차별성을 가진 메신저 앱이 등장하지 않는 한 메신저 앱 시장에서 지각변동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신현보 /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