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방문한 사우디 과학 사령탑…"배터리, 같이 연구하자"

사우디 국립기관 KACST 수장
"현대차와 서울대가 건립 중인
배터리 연구센터 필수 방문처
교육 프로그램 만들자" 제안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는 국립 기관인 KACST(킹압둘아지즈 과학&테크놀로지를 위한 도시) 총장단이 이달 초 서울대 공과대학을 방문했다. KACST 총장단이 서울대를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에너지 분야를 특정해 공동 연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승환 서울대 공대 연구부학장은 20일 “현대자동차와 서울대가 공동으로 건립 중인 배터리 R&D센터를 필수 방문처로 꼽을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고 말했다.사우디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전략 기술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한 번 충전으로 장시간 자동차 등을 움직일 수 있는 배터리는 향후 에너지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고 부학장은 “공동 연구를 비롯해 배터리 등 주요 공학 분야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제안도 있었다”며 “교수들의 현지 연수 프로그램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2000년대 초반부터 에너지 전환과 관련한 분야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사우디의 KAUST(킹압둘라과학기술대)는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스탠퍼드대, 버클리대 등 미국을 포함한 기술 선진국의 12개 대학 및 기관에 지난 5년에 걸쳐 연간 100억원씩 지원했다. MIT는 고효율·탄소저감 기술, 스탠퍼드대는 태양전지, 버클리대는 담수화 등에 집중하는 식이다. 미국 등에서 주요 인재를 교육시키는 등 아낌없는 투자 덕분에 KAUST는 청정에너지컨소시엄(CFC)이란 연구 기관을 설립하기도 했다. 내연 기관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미국 외 다양한 국가와도 연합전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럽연합(EU)만 해도 배터리 공급망의 자급을 원하지만 제조 역량은 아직 한국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정동 서울대 공대 교수는 “미국에 목소리를 제대로 내려면 협상을 위한 지렛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