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의존도 낮춰라"…美, 배터리 원료 확보에 28억弗 푼다

20개 기업에 광물 보조금 지원
美·中 전기차 패권전쟁 본궤도
미국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전기차 배터리 광물을 미국산으로 대체하는 데 1차적으로 4조원을 투입한다. 배터리 광물 분야에서도 미·중 간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악관은 19일(현지시간) 미 에너지부가 책정한 배터리 보조금 중 28억달러(약 4조원)를 우선 12개 주 20개 배터리 기업에 지급한다고 발표했다.보조금을 받는 기업의 자체 투자액까지 포함하면 90억달러가 리튬과 니켈, 흑연 등 전기차 배터리 광물 개발 및 생산에 투입된다. 이를 통해 연간 200만 대 이상의 전기차에 공급할 리튬을 생산하고 미국 내에 흑연과 니켈 생산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현재 중국이 배터리 핵심 광물 공급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미국이 광물 채굴·가공·재활용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전기차 개발과 도입에 차질이 생기고 신뢰하기 힘든 외국 공급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터리 광물 제련 부문에서 중국 비중은 90%에 달한다. 중국 업체들은 세계 각지의 광산 지분을 사들이고, 채굴한 광물을 중국이나 현지에서 제련해 각지에 공급하고 있다. 간펑리튬이나 화유코발트 같은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테슬라 등에 배터리 광물을 공급하고 있다. 광물을 가공한 배터리 부품 단계인 양·음극재의 중국 생산 비중도 60% 수준이다. 이 때문에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기준을 충족하기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IRA에선 배터리 광물과 부품의 일정 비율 이상을 미국산이나 북미산으로 채워야 한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배터리 광물의 미국 내 생산을 늘리는 ‘미국산 배터리 원료 구상’을 발표했다. 이어 배터리 광물을 생산하는 미국 기업 대표들과 화상회의를 열었다.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광물 공급망 구축에 대해 “일각에선 도전으로 여기지만 우린 산업혁명 이후 가장 중요한 경제적 변화 중 하나인 탄소중립으로 전환할 진정한 기회로 본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