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심은 '이글 나무' 있는 곳…나무도 특별한 일동레이크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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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이글한 2번홀에 심어경기 포천 일동레이크GC에는 그린까지 남은 거리를 표시하는 말뚝이 없다. 대신 여러 모양의 나무가 거리목을 대신한다. 일동레이크GC는 이런 나무를 50야드마다 심었다. 명품과 대중 제품의 차이는 디테일에 있다더니, 이것 하나만 봐도 일동레이크GC의 수준을 읽을 수 있다.
매년 에버랜드서 '출장 검진'
바위산 꼭대기 '일동송'도 명물
멋들어진 나무는 촘촘한 잔디와 함께 일동레이크GC를 빛내는 주인공이다. 그중 가장 유명한 나무는 마운틴코스 2번홀(파5) 티박스 옆에 있는 버섯 모양 소나무(사진)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6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선정을 축하하는 라운드에서 친 이글을 기념하는 나무다. 당시 에버랜드에서 관리하던 나무 중 하나를 이 회장이 직접 골랐다고 한다. 일동레이크GC로 이사한 지 26년 된 이 나무는 농심의 ‘특별 관리’를 받는 것은 물론 에버랜드 나무 전문가들의 ‘출장 건강검진’도 매년 받는다.힐코스 7·8번홀 뒤편 바위 언덕에는 상서로운 기운을 내뿜는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이 골프장의 터줏대감인 ‘일동송’이다. 이런 스토리를 안고 있다. 1995년 골프장 개장 직후 작은 사고가 이어졌다. 그러자 1999년 유명한 풍수학자 최창조 박사를 찾아 조언을 구했다. 최 박사의 해법은 “클럽하우스 정면으로 보이는 바위산의 터가 너무 강하다. 바위동산 꼭대기에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게 좋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중장비를 동원해 바위산 꼭대기에 심은 소나무가 지금의 일동송이다. 일동송을 심은 뒤 사고가 뚝 끊겼다고 한다. 정철수 일동레이크GC 대표는 “코스를 굽어보는 자리에 있는 일동송은 골프장의 안녕과 평안을 지켜주는 안전지킴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