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고문서에 담긴 조선의 일상

일제 사진엽서, 시와 이미지의 문화정치학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강원도 여행·바닷속 타임캡슐 침몰선 이야기
▲ 고문서에 담긴 조선의 일상 = 노인환·심영환·이은진·이재욱·이현주·이혜정·정수환·허원영 지음.
옛 기록에는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과 일상, 그리고 역사가 오롯이 남아있다. 궁궐에 살던 왕부터 시골 노비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삶을 살아간 이야기는 시간을 뛰어넘어 흥미롭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책은 2009년부터 한국학중앙연구원 온라인 소식지에 연재된 글 51개를 추려 엮은 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은 조선 왕실에서 보관하던 왕실 도서 12만여 책과 전국에서 수집한 민간 고문헌 17만여 점이 소장돼 있는데 이 중에서 주목할 만한 자료를 엄선했다. 조선 시대 공무원 시험 기록, 국왕이 허용한 '투잡'(two-job) 증서, 새해맞이 신년 운세, 일기 등 옛사람들의 삶을 다채롭게 그려낸 점이 주목할 만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88쪽. 1만8천원.
▲ 일제 사진엽서, 시와 이미지의 문화정치학 = 최현식 지음.
일제시대에는 14㎝ x 9㎝ 크기의 작은 직사각형 종이 안에 식민지 조선의 인물, 자연, 풍속, 문화 등을 담아 대량으로 발행된 '사진엽서'가 있었다. 그 안에는 경성과 평양의 거리가 담겼고 경주나 금강산 관광 모습, 조선의 소년 소녀, 여성과 남성 등 당시 조선을 살아가는 면면이 반영됐다.

책은 사진엽서가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는 일반적 역할도 했지만, 전통의 '조선적인 것'과 근대의 '일본적인 것'을 대비시켜 제국과 식민지를 차별 짓는 기능도 했다고 짚는다.

책은 특히 이미지, 시가, 산문이 함께 실린 복합적 형태의 사진엽서를 조명하면서 이를 관통하는 문화 정치학의 본질과 특성, 방법 등을 차근차근 검토한다. 다양한 사진엽서를 통해 당시 시대 상황과 그 안에 담긴 식민지 이념 등을 엿볼 수 있다.

성균관대학교출판부. 768쪽. 4만원.
▲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강원도 여행 = 황윤 지음.
경북 경주에서 출발해 동해안을 따라 떠나는 '고고학' 여행기.
저자는 경주 원성왕릉을 둘러보다가 본래 왕위에 오르기로 돼 있던 '주원'에 관심을 둔다.

옛 기록에 따르면 태종무열왕의 후손인 김주원은 왕위 계승전에서 밀린 뒤 명주, 지금의 강릉으로 물러가 살았다고 한다.

강릉 김씨의 시조가 바로 그다.

책은 명주군왕 김주원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해 울진, 삼척, 동해 등을 거쳐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의 흔적이 남아 있는 속초의 향성사지 삼층석탑까지 가면서 과거 역사를 돌아본다.

정철의 '관동별곡', 향가인 '헌화가'·'해가', 최초의 한글 소설인 김시습의 '금오신화' 등 학창 시절에 배웠던 역사나 고전문학이 여행기 곳곳에 담겨 있어 흥미를 더한다.

책읽는고양이. 376쪽. 1만8천900원.
▲ 바닷속 타임캡슐 침몰선 이야기 = 야마후네 고타로 지음, 신찬 옮김.
전 세계 바다를 누비는 수중 고고학자의 종횡무진 기록을 담은 책.
수중 고고학은 침몰선과 같이 바다나 강, 호수 등 물속에 잠들어 있는 유적과 유물을 발굴하고 연구하는 학문이다.

고고학자들 사이에서는 '타임캡슐'로 불리기도 한다.

책은 초등학교 때부터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던 저자가 부상과 실력의 한계 등으로 운동을 그만두고 수중 고고학의 매력에 빠져 전 세계 바다를 누비게 되는 과정을 다룬다.

그리스 에게해, 코스타리카 카리브해, 크로아티아 그날리체 등 저자가 직접 참여했던 침몰선 유적 발굴 프로젝트 장면을 생생하게 그려내면서 현장의 에피소드도 유쾌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흥미진진한 해저 수수께끼를 전하면서도 오로지 돈이 목적인 '트레저 헌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수중 유적이 파괴되고 있다고 따끔하게 지적한다. 플루토. 224쪽. 1만6천8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