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옴시티 수혜' 건설사, 침체 깊어진 주택시장에 '주가 나락' [김은정의 클릭 부동산]

사진 제공=한경DB
대형 건설사들이 주가 침체의 늪에 빠졌다. 가파른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주택 시장 둔화가 심화하고 있어서다. '네옴시티' 수혜주로 꼽히며 한 때 반짝 상승세를 보였던 건설주는 얼어붙은 분양 시장이 좀체 풀리지 않자 계속 하락세를 타고 있다. 증권사들은 올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앞다퉈 건설사들의 목표주가를 낮춰 잡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최근 대우건설의 목표주가를 종전 8000원에서 6000원으로 25% 낮췄다.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가장 큰 이유는 금리 급등에 따른 주택 수요 위축이다. 대우건설의 올 3분기 누적 분양은 1만3300가구로 집계됐다. 이대로 라면 당초 연간 목표치였던 2만8000가구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베스트투자증권의 판단이다. 유안타증권 역시 대우건설의 목표주가를 종전 7900원에서 6400원으로 낮췄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주요 국가에서 발주 확대 기대감이 있긴 하지만 국내 주요 도급 사업의 분양 시기 조율 여파가 목표주가에 더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GS건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유안타증권은 GS건설의 목표주가도 종전 4만8000원에서 3만6000원으로 25% 하향 조정했다. 플랜트 부문의 외형 축소로 주택·건축 부문의 매출 의존도(올 상반기 기준 76%)가 높아진 상황에서 분양 시장의 둔화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GS건설의 목표주가를 종전 4만5000원에서 3만6000원으로 낮추면서 "올 3분기 매출이 3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6%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원가 부담이 계속되면서 주택 부문의 수익성이 둔화해 영업이익은 시장의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고 설명했다.현대건설의 목표주가도 낮아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현대건설의 목표주가를 종전 6만원에서 5만원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대형 원전 프로젝트에서 핵심 시공사로 경쟁력이 커지고 있지만 부진한 국내 부동산 시황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금리 인상으로 당분간 국내 주택 시장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기 쉽지 않아 해외 수주가 확대돼야 증권가의 눈높이가 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정부가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수교 60주년을 맞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추진하는 것이 공개되면서 건설주는 잠시 상승세를 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에서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대규모 스마트 시티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시티'를 주도하는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건설·플랜트를 포함해 에너지·원전 등으로 협력 분야를 확대하는 등 '제2의 중동 특수'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빈살만 왕세자의 방한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인 및 기관투자가들이 추가 투자를 주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3개월 간 대우건설의 주가는 21.06% 하락했으며, GS건설과 현대건설 역시 각각 20.20%, 8.10% 떨어졌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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