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사과'·'질척거리다' 이런 뜻이었어?…문해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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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질척거린다' 표현에 전현희 "성적 수치심"한국인의 문해력이 다시 논란이다. 이번에는 국정감사에서 '질척거린다'는 표현이 외설적이라고 반박이 나오면서다. 그간 크고 작은 문해력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른 데 이어 한국인의 독서량 감소가 의사소통에 있어 문제로 거론된다.
野 "대단히 부적절한 표현"…공식적 사과 촉구
윤 의원 사과에 누리꾼들 "신사다", "뭐가 잘못?"
'심심한 사과'·'봇물 터지다' 등 문해력 논란 이어져
韓 문해력 세계 상위권이지만 독서량 감소에 우려↑
"'질척거리다'가 외설적?"…국립국어원장도 절레절레
지난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민권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의 '질척거린다'는 표현에 대해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굉장히 성적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면서 사과를 요구했다.당시 윤 의원은 전 위원장의 답변이 끝나기 전 "그만하라. 예, 아니오만 하면 되는데 좀 해달라는데 해달라. 시간도 없는데, 왜 이렇게 질척거리시냐"며 "좀 깔끔하게 하십시다"라고 했다. 이에 전 위원장은 신상 발언을 요청해 "(윤 의원이) 제게 '질척거린다'는 표현을 쓰셨는데, 굉장한 성적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면서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해주시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오픈 사전을 인용해 "'질척거리다'라는 말은 이미 헤어진 연인관계에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매달리는 모습을 의미"라면서 "과연 전 위원장의 태도에 대해 동료 의원이 쓸 수 있는 표현인지, 대단히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게 아닌가"라고 가세했다. 백혜련 정무위원장도 "제가 봐도 문제가 있는 표현으로 보인다"며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했다. 다만 네이버 오픈 사전은 표준국어대사전과는 달리 네티즌 누구나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다.윤 의원은 "그런(성적인) 의미 전혀 아니다. '깔끔하다'는 말의 반대말로 썼다"면서 "그런 부분을 자꾸 끌어들여서 전혀 의도하지 않은 의미를 부여하시고 질책하신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다"고 전했다.
결국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 이 논란은 재소환됐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장소원 국립국어원장에게 "젊은 분들이 많이 가는 커뮤니티에서 '질척거리다', '봇물 터지다'의 어원이 여성의 신체를 가리키거나 여성의 신체를 속되게 표현하는 말이므로 이것은 성희롱이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말했다. 배 의원의 이 말에 장 원장은 고개를 저었다.
배 의원이 "전혀 그렇지 않죠?", "있을 수 없는 일이죠?"라고 재차 묻자 장 원장은 재차 고개를 끄덕이며 "처음 듣는 말이다"고 밝혔다.표준어 대사전에 따르면 '질척거리다'는 '진흙이나 반죽 따위가 물기가 매우 많아 차지고 진 느낌이 들다'라는 뜻을 가진다.
이같은 뉴스가 전해지자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윤상현 의원이 신사다", "이게 왜 잘못된 표현이냐"는 등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심심한 사과'·'사흘'…한국인 문해력 논란 어디까지
그간 많은 문해력 논란이 제기돼왔다. 지난 8월에는 한 카페가 트위터에 행사 일정 지연 사과문을 올리며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고 전하자 일부 누리꾼들이 비판이 폭주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심심하다'의 의미는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인데 일부 누리꾼들이 비교적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후자의 의미로 오해해 촌극이 벌어진 셈이다.또한 2020년에는 광복절 다음 월요일인 8월 1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는데, 관련 기사를 본 독자 중 일부가 "3일 연휴인데 기사 제목이 왜 사흘 연휴냐"며 비난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한동안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서 '사흘'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이밖에는 '봇물 터지다'라는 표현을 여성 신체와 관련한 표현으로심 오해하거나, '금일' 시험이라는 학교 공지를 보고 이를 '금요일' 시험으로 오해한 학생의 사연이 논란이 된 바 있다.
韓 문해력, 일부 통계서 떨어지기도…독서량 감소가 문제
한국인의 문해력은 국제 기준으로 보면 상위권에 해당한다. 국제개발협력기구(OECD)의 가장 최근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 따르면 한국의 문해력은 273점으로 OECD 평균인 266점을 웃돌았다.다만 청년층(16~24세)에서는 OECD 국가 중 4위였으나, 25세를 기점으로 급격히 하락해 35∼44세에는 평균 아래, 45세 이후에는 하위권, 55∼65세에는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황혜진 건국대 국문과 교수는 'OECD 성인역량조사결과에 나타난 세대 간 문해력 차이' 연구에서 OECD 여러 나라와 비교한 결과 "한국은 55~65세 층과 16~24세 층 문해력 차이가 가장 큰 나라"라고 분석했다.
또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 읽기 영역에서 2006년 세계 1위를 차지했던 한국은 가장 최근인 2018년에는 6위로 떨어지기도 했다.디지털 시대에 독서량 감소가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2021년 국민 독서실태’를 보면 50대는 35.7%(2019년 대비 9.2%포인트 하락), 60세 이상은 23.8%(2019년 대비 8.6%포인트 하락)로 나타났고 20대를 제외한 중장년․고령층의 독서율은 지속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