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00만명 쓰는 '대학생 필수 앱'…"대학 생활 모든 것 담았죠"

김한이 비누랩스 대표 인터뷰
김한이 비누랩스 대표가 에브리타임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비누랩스 제공
"지금 저희가 관리하고 있는 대학이 캠퍼스 수로는 400개 가까이 됩니다. 사실상 국내 모든 대학에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누적 회원은 600만 명 가까이 되고요. 월간실사용자수(MAU)는 300만 명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대학생이 250만 명인데, 졸업생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죠."

국내 최대 대학생 커뮤니티 플랫폼 '에브리타임(에타)'을 운영하는 비누랩스의 김한이 대표는 "2009년 대학에 들어가 시간표를 짜다 보니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있어서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봤던 게 에타의 시작"이라며 "처음에는 웹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이후 2011년 앱으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사명 비누랩스는 대학을 의미하는 'university'의 앞 글자 'univ'를 거꾸로 한 것이다.
비누랩스의 다양한 서비스들. 비누랩스 제공
에타는 대학생이 스스로 수강 과목을 짤 수 있도록 돕는 시간표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종합 커뮤니티 서비스로 발전했다. 에타와 연계된 대학생용 쇼핑몰(학생복지스토어), 다른 학교 학생들과 동아리, 대외활동, 스터디, 공모전 등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돕는 '캠퍼스픽'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대학 입시정보 공유 플랫폼(대학백과) 등도 비누랩스가 운영하는 서비스다.


"전국 모든 대학에 서비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취미 생활로 시작했지만 서비스하는 대학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팀 멤버들과 2015년 본격적으로 회사를 세우고 서비스에 나섰다. 그는 "처음에는 20개 대학에만 서비스했지만 지금은 전국 모든 대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연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사업을 하느라 졸업을 미루다 보니 2020년에서야 졸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기에 각 대학별로 친구나 지인들이 서비스 운영을 도와줬다"며 "초기에 8명 정도로 시작했고, 최근 직원을 늘려 65명 수준까지 증가했다"고 했다. 서비스가 확장하고 있어 연말까지 직원 수를 100명가량으로 늘릴 계획이다.비누랩스는 아직 외부 투자를 받지 않았다. "저희 같은 경우는 서비스가 우선이라고 생각을 해서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을 해왔습니다. 적자가 나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서비스를 잘 유지해 왔고요. 저희 월급도 깎고, 사무실 비용도 최소화하면서 지금까지 이끌어 왔는데, 좀 규모가 큰 투자가 필요할 경우에는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비누랩스는 광고와 커머스 사업에서 수익을 내고 있다. 대학생 할인 커머스 스토어인 '학생복지스토어'의 올해 목표 거래액은 2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700억원이 넘는 거래액을 기록했다. "올해 최소 2배 성장은 나올 것 같고, 최대로 하면 2000억원 수준까지 찍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에타의 시간표 짜기 기능은 강의 평가 서비스와도 접목돼 있다. "아무래도 강의 평가가 수업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저희가 좀 체계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다음 만든 게 커뮤니티인데 게시판들은 저희가 만들어서 제공을 하는 형태이고, 사용자들이 직접 만들어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총학생회나 방송국 학보사 이런 게시판들도 만들 수 있게 지원하죠."
에타에는 전공책 등을 중고 거래할 수 있는 '책방' 서비스도 있다. 또 입시 정보 플랫폼인 대학백과 서비스는 고등학교 수험생들이 질문을 올리면 대학생들이 답을 해주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학생복지스토어에서는 주로 전자제품들을 '교육 할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애플, 삼성전자, LG전자 등도 함께 교육 할인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며 "교육 할인 제도가 없었던 회사들도 에타를 통해 할인을 시작한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전자제품 외에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브랜드로 스토어를 확장하고 있다.


"리서치, 교육 사업 등으로 확대"

비누랩스는 신사업도 모색 중이다. "일단 광고랑 커머스 쪽 성장세를 계속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고요. 대학생들이 최근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좀 많은 것으로 보여서 이런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서비스가 어떤 게 있을지 모색하고 있습니다. 교육이나 채용 사업 등을 접목해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비누랩스는 기업들이나 광고주들이 필요로 하는 리서치 사업 등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교육 업체랑 협업해서 교육 현황 등을 조사한 적도 있고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한국에서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어떤 컬러를 선호하는지 등을 리서치하기도 합니다. 설문 인원이 만 명이 넘기도 하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고 있습니다."
에브리타임은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한때 불법·유해 정보가 올라오기도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매일 약 300만 개의 게시글(댓글 포함)이 올라오는데 모든 것을 모니터링할 수 없지만 신고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고, 최단 시간에 처리할 수 있도록 운영 인력도 늘리고 있다"며 "커뮤니티 이용 규칙을 세세하게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비누랩스는 앞으로 매년 2배 이상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매년 두 배씩 성장하면 한 5년 뒤면 30배 정도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걸 위해서 지금 할 수 있는 사업들을 계속 잘 성장시켜 나가야겠죠."
김한이 비누랩스 대표가 에브리타임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비누랩스 제공
에타의 경쟁업체는 없을까. 김 대표는 "대학생 버티컬 서비스로 경쟁사는 국내에서는 거의 없다"며 "다만 대학생들이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등 자기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많기 때문에 최대한 에타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대학생 맞춤형 서비스를 잘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김 대표는 에타가 국내 대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서비스로 자리 잡고 싶다고 강조했다. "저희가 사실 이 서비스를 어떻게 성장시켜 나가느냐에 따라서 한국에 있는 대학생들이 영향을 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좀 더 대학 생활에 가치를 주는 서비스가 되고 싶습니다. 예컨대 교육 사업이라고 할 때 이걸 우리가 왜 꼭 해야 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죠. 대학생들한테 정말 의미 있는 변화들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또 이런 생각을 함께하는 분들이 회사에 많이 오셔서 함께 서비스를 잘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