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관광 '즐길 거리'가 필요하다

교통·관광지 인프라는 충분해
외국인 참여할 프로그램 절실

장수청 美퍼듀대 호텔관광대학 교수
세계 관광산업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국 정부도 해외 입국자의 격리 면제와 입국 후 검사를 중단하면서 해외 관광객 증가가 예상된다. 해외 관광이 다시 시작됨에 따라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이 증가할 뿐 아니라 외국인의 한국 방문도 늘 것이다.

특히 원화 약세가 다른 주요 통화보다 심각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외국 방문객의 급격한 증가 가능성도 있다. 외국 관광객 증가는 최근 6개월간 무역수지 적자와 함께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선 한국 경제에 중요한 달러 공급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웃 나라 일본도 코로나 사태 이후 입국 제한을 철저히 해왔지만, 최근 무비자 개인 여행을 허용함에 따라 해외 입국자가 급증해 어려운 경제에 단비 역할을 하고 있다.이처럼 관광산업은 경제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구원투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대체로 자국 통화의 약세를 동반한다. 외국인들의 방문 비용이 낮아져 방문자 증가에 따른 외화 획득으로 경제 활성화 역할도 한다. 물론 얼마나 관광산업 기반을 잘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경제 기여도는 달라진다.

그렇다면 이론적으로 국가 경제의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는 관광산업 비중이 우리는 얼마나 될까. 아쉽게도 한국은 제조업과 달리 관광산업 경제 기여도가 최하위다. 국가의 자원 배분 측면에서 보면 제조업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이다. 새 정부 들어서도 관광산업 등 서비스산업 육성 정책에 비중 있는 정책적 움직임을 찾기 어렵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격언에 비춰 봐도 국가 자원의 균형적 배분에 재검토가 필요하다.

그럼 관광산업을 우리 경제의 주요 핵심축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게 하려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그동안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광 개발계획 등을 살펴보면 주로 교통 인프라나 관광단지 개발 등 하드웨어 위주 투자에 중점을 뒀다. 물론 성공적인 지자체도 있지만 방문자가 없어 지역의 애물단지로 남아 있는 관광시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관광객을 유인하는 주된 요소는 볼거리·먹거리·즐길 거리다. 한국은 이 중에 즐길 거리가 특히 부족하다. 아쉽게도 그동안 노력해온 하드웨어만으로는 즐길 거리 부족을 해소하기 어렵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팬데믹 이전 외국 관광객 1만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해외 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 관광객은 한국에 머물면서 주로 서울 명동, 남산, 경복궁 등 몇몇 명소에 집중적으로 방문하고 쇼핑과 맛난 음식을 즐기는 것이 전형적 한국 관광의 모습이다. 즉 외국 관광객이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형태의 프로그램이 상당히 부족하다. 따라서 이 부분을 보강해야 관광 만족도가 더욱 높아져 체류 기간도 늘고 재방문율도 높아질 것이다.

한국의 K컬처 확산으로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즐길 거리 강화를 통한 해외 관광 영토 확장은 충분히 가능하다. 외국 관광객이 다양한 문화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상설 프로그램을 국가 단위에서 기획해 어느 때 한국을 방문해도 공연 등을 한 지역에서 관람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가을철 전국 각지에서 쏟아지는 지역축제를 외국 관광객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축제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안내 표지판·통역을 둬서 외국인이 전혀 낯설지 않도록 한다면 외국인들이 찾는 지방축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