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된 연필, 14만원에 사라고?…몸값 뛴 새 아이패드 '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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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세대 아이패드, 고환율에 67만9000원으로 '껑충'"아이패드 가격만 해도 67만원인데 7년 전 나온 애플펜슬을 14만원이나 줘야 해요. 이거 애들 교육용으로 쓰던 보급형 아니었나요?"
2015년 나온 1세대 구형 애플펜슬 적용
"차라리 구형 아이패드 프로·에어로 간다"
"애플 급 나누기 전략 …소비자 입장 고려 안 해"
40대 직장인 박모 씨는 10세대 아이패드를 사려던 계획을 접었다. 그는 "딸아이 선물로 주려고 기다렸는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터무니없다. 모두 80만원 넘는 돈을 들여 사느니 올해 초 나온 5세대 아이패드 에어를 사는 게 낫겠다"고 푸념했다.애플의 신작 10세대 아이패드가 정식 출시하기도 전에 '고가 논란'에 휩싸였다. 킹달러 영향으로 전작보다 가격이 50% 넘게 뛰었지만, 정작 애플펜슬은 7년 전에 출시된 1세대 모델이 적용됐다. 구형 펜슬을 위해 어댑터도 따로 구매해야 하는 실정이다.
비싼 가격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비판 속에 애플이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에도 '급 나누기' 전략을 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출시를 앞둔 10세대 아이패드(64기가) 국내 판매가를 67만9000원으로 책정했다. 1년 전 출시된 9세대(44만9000원)보다 23만원이나 올랐다. 고환율 영향이다.전면 홈버튼이 사라졌고 상단 버튼에 '터치ID'가 생겼다. 애플이 고집하던 라이트닝 포트(충전단자) 대신 USB-C 포트가 탑재됐다. 'A14 바이오닉' 칩 탑재로 전작 대비 CPU 성능은 20%, 그래픽 성능은 10% 향상됐다고 애플은 설명했다.
구형 애플펜슬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당초 애플이 10세대 아이패드 출시에 맞춰 3세대 애플펜슬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1세대 펜슬은 2015년, 2세대가 2018년에 출시됐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가 무색하게 애플은 2022년형 아이패드에 7년 전 출시한 1세대 애플펜슬을 적용했다.1세대 애플펜슬은 펜슬 끝에 내장된 USB캡을 아이패드의 라이트닝 포트에 꽂아야만 충전할 수 있다. 라이트닝 포트 대신 USB-C 포트를 탑재한 10세대 아이패드에 충전하려면 어댑터가 필요하다. 7년 전 나온 구형 모델을 14만9000원이나 주고 사는데, 어댑터(1만2000원)도 따로 사야 하는 셈이다.만약 2세대 애플펜슬(19만5000원)이 적용됐다면 어댑터 없이 펜슬을 쓸 수 있다. 2세대 펜슬은 아이패드에 자석식으로 부착되고 무선으로 충전된다. 다만 10세대 아이패드와 호환되지는 않는다. 2세대 펜슬을 갖고 있다 해도 새 아이패드와 함께 쓸 수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아이패드 신작 출시를 기다려온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국내 최대 아이폰 사용자 커뮤니티 '아사모'에는 "남아있는 1세대 펜슬 재고떨이가 의심된다", "값을 올렸으면 2세대 펜슬은 지원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등의 비판글들이 올라왔다.일각에선 애플이 아이패드에도 '급 나누기'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급형 모델에 디자인·성능 개선을 집중해 기본형과 '급'을 나눠 고급형 판매를 촉진하는 전략이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급 나누기를 통해 아이폰 판매에 유의미한 성적을 내고 있다. 새 아이패드에 1세대 펜슬을 적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며 "기존 제품에 대한 호환성이나 이용자들의 취향, 선호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