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펌프' 이오플로우, 기타외국인 매수세에 25% '급등'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
입력
수정
국내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1주일 동안 가장 ‘핫(hot)’하고 ‘콜드(cold)’했던 종목을 쏙 뽑아 들여다봅니다.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는 매주 토요일 연재됩니다.
10월 17~21일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투자자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종목은 이오플로우입니다. 이오플로우는 이번 주 1만2750원에 거래를 시작해 1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5거래일 만에 25.5%가 급등했습니다.
17일 3.53% 오른 데 이어 20일과 21일 각각 8.68%와 11.11% 상승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오플로우 주가를 밀어올린 투자 주체가 개인도 외국인도 기관도 아닌 '기타외국인'이라는 점입니다.이오플로우 주가가 연이틀 급등한 20~21일 기타외국인 계정으로 각각 13만2000여주와 16만7000여주의 순매수세가 들어왔습니다.
같은 기간 개인과 외국인, 기관은 이오플로우 주식을 대량 순매도를 했습니다.
기타외국인은 주로 해외 기관 투자가를 뜻하는 '외국인'과는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해외 국적의 기관투자가가 아닌 일반 외국인을 의미합니다. 실제 해외 개인 투자자도 있겠지만, 국내에서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외국 국적의 투자자도 포함이 됩니다.
이 기타 외국인이 어떤 세력인지는 현재로선 파악이 어렵습니다. 다만 추정은 가능합니다.
지난 9월30일과 10월4일에도 기타 외국인이 이오플로우 주식을 집중 매수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도 이틀 간 10%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이후 이오플로우 측은 김재진 대표가 15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김 대표는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해 인텔과 모토로라 등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미국 국적자입니다.
지난달 말에 이어 최근 이오플로우 주식을 사들인 기타 외국인의 정체가 김 대표라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사실 확인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수급이 이오플로우 주가를 밀어올린 측면이 있지만, 단기와 중장기 호재성 뉴스도 이번주에 나왔습니다.
이오플로우는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사업을 하는 국내 의료기기 업체입니다.
이 시장 선두 주자이자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인슐렛코퍼레이션과 경쟁 제품을 생산합니다. 다윗(이오플로우)과 골리앗(인슐렛)의 경쟁이긴 하지만요.
이오플로우의 제품 이름은 '이오패치'입니다. 인슐린을 체내에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제품입니다.
이오플로우는 이번 주 두 가지 소식을 대외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첫 번째는 중국 최대 혈당측정기 업체 '시노케어'와 설립한 합작법인 '시노플로우' 관련 소식입니다.
이오플로우는 시노플로우에 이오패치 대량 생산을 위한 라인 구축을 마치고 지난달 말 부품 수출까지 했다고 밝혔습니다. 올 3분기 기대 매출로 약 22억원을 제시했습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당뇨 인구가 가장 많은데도, 이오패치 같은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가 허가받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 소식은 이오플로우의 중장기 전략과 관련한 소식입니다. 비(非)인슐린 사업과 관련한 뉴스였습니다.
이오플로우가 미국 100% 자회사인 이오플로우USA에 369억원을 출자했다는 내용입니다.
회사는 표면적으로는 369억원이지만, 이 중 310억원은 기존에 이오플로우가 이오플로우USA에 대여했던 자금을 회수한 후 출자 형태로 자금을 넣은 거라 회사가 새롭게 자금을 마련한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새롭게 출자하는 건 나머지 59억원이라고 합니다.
이오플로우가 미국법인에 대규모 자금을 출자한 배경이 중요합니다.
이오플로우는 인슐린 펌프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인슐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약물을 체내에 지속적으로 주입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게 김재진 대표의 목표입니다.
몸 속에 지속적으로 주입해야 하는 약물이 인슐린만 있는 건 아니라는 판단에서 사업 확장을 구상한 것이죠. 인슐린처럼 지속 투여가 필요한 약물은 '이오패치'의 플랫폼 적용이 가능하다고 본 겁니다.
이오플로우의 비인슐린 사업은 미국법인을 통해 이뤄집니다. 이오플로우USA가 약물 개발업체에 투자하고 콜라보레이션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신약 개발 회사는 이오플로우의 손자회사(이오플로우-이오플로우USA-신약 개발사)가 되겠죠.
실제로 이번에 출자한 자금 가운데 40억원은 페렉스 테라퓨틱스라는 곳에 투자해 지분 30%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페렉스는 최학수 하버드의대 교수가 올 4월 신설한 바이오텍입니다. 철분과다증으로도 불리는 혈색소 침착증을 치료할 수 있는 나노킬레이트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혈색소 침착증은 신체 조직이 철분을 과다 흡수해 간, 심장, 췌장 등의 장기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백인에게선 200~300명 당 1명 꼴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최 교수 연구팀은 나노 수준의 정밀 타깃 약물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정상 조직의 철분은 제거하지 않으면서 혈액과 문제가 있는 간 조직에서의 철분만 제거하는 약물을 개발했습니다.
다만 1~3주 간의 치료 기간에 지속적으로 피하로 약물을 넣어줘야 하는 방식이었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고민하다가 찾은 회사가 이오플로우입니다.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는 "유망 신약 후보물질의 연구개발과 미국 내 상업화 지원을 위한 출자"라면서 "앞으로도 페렉스 같은 선도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기업과 꾸준히 협력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미 이오플로우USA 아래로 '산플레나'라는 조인트벤처가 있습니다. 산플레나는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스티븐 블룸 교수가 설립한 '자이힙'과의 조인트벤처입니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개발하는 비만 및 비알콜성지방간(NASH) 치료 약물이 있는데, 반감기가 워낙 짧아 이오플로우의 웨어러블 자동 펌프가 있으면 빛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 이오플로우 본사에도 '파미오'라는 약물 개발 자회사가 있는데, 이오패치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이오플로우는 파미도오 미국법인의 자회사로 지분을 옮기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약물 개발 회사는 모두 이오플로두USA 아래로 모아 놓으려는 전략인 것이죠.
이런 맥락에서 페렉스 지분 매입을 위한 출자 계획을 비인슐린 신사업이 순항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페렉스는 이제 막 법인설립을 한 신생 바이오텍입니다. 실제 임상 진입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초기 개발부터 약물 전달 도구인 '이오패치'와 함께 이뤄진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오플로우는 디바이스(기기)에만 집중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이오패치라는 디바이스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약물을 찾아 투자하고 이를 성공시키는 게 목적인 것이죠.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10월 17~21일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투자자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종목은 이오플로우입니다. 이오플로우는 이번 주 1만2750원에 거래를 시작해 1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5거래일 만에 25.5%가 급등했습니다.
17일 3.53% 오른 데 이어 20일과 21일 각각 8.68%와 11.11% 상승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오플로우 주가를 밀어올린 투자 주체가 개인도 외국인도 기관도 아닌 '기타외국인'이라는 점입니다.이오플로우 주가가 연이틀 급등한 20~21일 기타외국인 계정으로 각각 13만2000여주와 16만7000여주의 순매수세가 들어왔습니다.
같은 기간 개인과 외국인, 기관은 이오플로우 주식을 대량 순매도를 했습니다.
기타외국인은 주로 해외 기관 투자가를 뜻하는 '외국인'과는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해외 국적의 기관투자가가 아닌 일반 외국인을 의미합니다. 실제 해외 개인 투자자도 있겠지만, 국내에서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외국 국적의 투자자도 포함이 됩니다.
이 기타 외국인이 어떤 세력인지는 현재로선 파악이 어렵습니다. 다만 추정은 가능합니다.
지난 9월30일과 10월4일에도 기타 외국인이 이오플로우 주식을 집중 매수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도 이틀 간 10%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이후 이오플로우 측은 김재진 대표가 15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김 대표는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해 인텔과 모토로라 등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미국 국적자입니다.
지난달 말에 이어 최근 이오플로우 주식을 사들인 기타 외국인의 정체가 김 대표라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사실 확인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수급이 이오플로우 주가를 밀어올린 측면이 있지만, 단기와 중장기 호재성 뉴스도 이번주에 나왔습니다.
이오플로우는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 사업을 하는 국내 의료기기 업체입니다.
이 시장 선두 주자이자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인슐렛코퍼레이션과 경쟁 제품을 생산합니다. 다윗(이오플로우)과 골리앗(인슐렛)의 경쟁이긴 하지만요.
이오플로우의 제품 이름은 '이오패치'입니다. 인슐린을 체내에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제품입니다.
이오플로우는 이번 주 두 가지 소식을 대외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첫 번째는 중국 최대 혈당측정기 업체 '시노케어'와 설립한 합작법인 '시노플로우' 관련 소식입니다.
이오플로우는 시노플로우에 이오패치 대량 생산을 위한 라인 구축을 마치고 지난달 말 부품 수출까지 했다고 밝혔습니다. 올 3분기 기대 매출로 약 22억원을 제시했습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당뇨 인구가 가장 많은데도, 이오패치 같은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가 허가받지 못했습니다.
두 번째 소식은 이오플로우의 중장기 전략과 관련한 소식입니다. 비(非)인슐린 사업과 관련한 뉴스였습니다.
이오플로우가 미국 100% 자회사인 이오플로우USA에 369억원을 출자했다는 내용입니다.
회사는 표면적으로는 369억원이지만, 이 중 310억원은 기존에 이오플로우가 이오플로우USA에 대여했던 자금을 회수한 후 출자 형태로 자금을 넣은 거라 회사가 새롭게 자금을 마련한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새롭게 출자하는 건 나머지 59억원이라고 합니다.
이오플로우가 미국법인에 대규모 자금을 출자한 배경이 중요합니다.
이오플로우는 인슐린 펌프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인슐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약물을 체내에 지속적으로 주입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게 김재진 대표의 목표입니다.
몸 속에 지속적으로 주입해야 하는 약물이 인슐린만 있는 건 아니라는 판단에서 사업 확장을 구상한 것이죠. 인슐린처럼 지속 투여가 필요한 약물은 '이오패치'의 플랫폼 적용이 가능하다고 본 겁니다.
이오플로우의 비인슐린 사업은 미국법인을 통해 이뤄집니다. 이오플로우USA가 약물 개발업체에 투자하고 콜라보레이션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신약 개발 회사는 이오플로우의 손자회사(이오플로우-이오플로우USA-신약 개발사)가 되겠죠.
실제로 이번에 출자한 자금 가운데 40억원은 페렉스 테라퓨틱스라는 곳에 투자해 지분 30%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페렉스는 최학수 하버드의대 교수가 올 4월 신설한 바이오텍입니다. 철분과다증으로도 불리는 혈색소 침착증을 치료할 수 있는 나노킬레이트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혈색소 침착증은 신체 조직이 철분을 과다 흡수해 간, 심장, 췌장 등의 장기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백인에게선 200~300명 당 1명 꼴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최 교수 연구팀은 나노 수준의 정밀 타깃 약물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정상 조직의 철분은 제거하지 않으면서 혈액과 문제가 있는 간 조직에서의 철분만 제거하는 약물을 개발했습니다.
다만 1~3주 간의 치료 기간에 지속적으로 피하로 약물을 넣어줘야 하는 방식이었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고민하다가 찾은 회사가 이오플로우입니다.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는 "유망 신약 후보물질의 연구개발과 미국 내 상업화 지원을 위한 출자"라면서 "앞으로도 페렉스 같은 선도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기업과 꾸준히 협력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미 이오플로우USA 아래로 '산플레나'라는 조인트벤처가 있습니다. 산플레나는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스티븐 블룸 교수가 설립한 '자이힙'과의 조인트벤처입니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개발하는 비만 및 비알콜성지방간(NASH) 치료 약물이 있는데, 반감기가 워낙 짧아 이오플로우의 웨어러블 자동 펌프가 있으면 빛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 이오플로우 본사에도 '파미오'라는 약물 개발 자회사가 있는데, 이오패치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이오플로우는 파미도오 미국법인의 자회사로 지분을 옮기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약물 개발 회사는 모두 이오플로두USA 아래로 모아 놓으려는 전략인 것이죠.
이런 맥락에서 페렉스 지분 매입을 위한 출자 계획을 비인슐린 신사업이 순항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페렉스는 이제 막 법인설립을 한 신생 바이오텍입니다. 실제 임상 진입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초기 개발부터 약물 전달 도구인 '이오패치'와 함께 이뤄진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오플로우는 디바이스(기기)에만 집중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이오패치라는 디바이스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약물을 찾아 투자하고 이를 성공시키는 게 목적인 것이죠.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