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기] 美전문가 "對美 개선, 中 우선순위 아냐…美中관계 계속 험난"

크로닌 허드슨硏 석좌 "中 강압 태도로 대만서 美 '전략적 모호성' 한계"
"中, 北 지원 통해 미국 견제…한반도 상황 더 위험해져야 개입할 것"
"한국, 스스로 인식하는 것보다 영향력 커…미중 모두에 필수 협력 대상"
미국의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패트릭 크로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23일(현지시간) 대만 문제와 기술 패권 등을 두고 갈등이 고조되는 미중관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3기에서도 계속 험난할 것으로 전망했다. 크로닌 안보석좌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집권 3기 시 주석의 대외정책을 가늠해볼 수 있는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보고 내용에 대해 "화해보다는 경쟁을 추구하는 국가에서 나올법한 발언"이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크로닌 석좌는 다음 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시 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당장은 미중 간 화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또 중국은 북한이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 도발행위를 계속하는 게 자국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한반도 안보 상황이 위험한 수준에 이르러야 북핵 문제에 개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그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한국의 영향력이 크다며 한국 등 주변국이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중요하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발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크로닌 석좌는 미 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 안보소장과 미 국방대학 산하 국가전략연구소(INSS) 소장 등을 지내며 미중 경쟁과 북핵 문제 등 아태 지역 안보 현안을 연구해왔다.

다음은 크로닌 석좌와의 일문일답.
--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3기가 사실상 시작됐다.

향후 미중 관계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 시진핑의 우선순위는 중국공산당을 재활성화하고 중국의 영향력을 누구도 능가할 수 없는 수준으로 복원하는 것이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아니다. (지난 16일 행한) 20차 당대회 보고에서 시 주석은 '블랙스완'(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과 '회색코뿔소'(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 요인)에 대해 경고하며 중국 인민에게 '강풍, 거친 바다, 위험한 폭풍'을 대비하라고 요구하는 등 향후 지정학적 상황을 어둡게 전망했다.

화해보다 경쟁을 추구하는 국가에서 나올법한 발언이다.

반면 이전 당대회 보고는 평화와 발전을 더 강조했다.

-- 미중이 화해할 기회나 동력은 없다고 보나.

▲ 중국의 시 주석과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만나서 대화해야 한다.

하지만 다수 미국인은 구체적인 합의가 결여된 대면 대화는 득보다 해가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양국 지도자 모두에게) 미중관계의 현 방향을 수정할 정치적 의지가 없다는 점은 상황이 더 나빠져야 외교가 작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중국의 입장에선 중국 내부를 비롯해 역내, 또는 글로벌 위기가 미국과의 화해나 협력의 촉매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나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경우 미국과 중국은 제3자가 핵 참사를 일으키도록 방기한다면 양 국민이 얼마나 많은 것을 잃을지 깨달을 것이다.

또 양국이 무역과 첨단기술을 둘러싼 긴장을 관리하고 기후위기에 맞서 청정에너지로 전환한다면 미중간 경쟁이 너무 대립으로 치닫기 전에 탈출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그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 시 주석은 대만 통일을 위해 평화적 노력을 견지하겠다면서도 무력사용 포기를 절대 약속하지 않겠다고 했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하려고 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 대만에 대한 시 주석의 생각은 확고하다.

대만의 민주적인 자치는 그 자체가 공산당 국가의 존재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시진핑은 그것을 압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다.

현재 중국이 말하는 '평화적 접근'은 압박과 유도, (체제)전복을 의미한다.

어느 시점에, 어쩌면 5년 뒤에 시진핑은 여러 가지 이유로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공공연한 무력이 더 간접적인 방법으로 대만을 굴복시키는 것보다 못한 전략이라는 것을 시 주석은 잘 알고 있다.
-- 미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만 정책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나.

▲ 미국의 대만 정책이 중국의 강압적인 대만 외교에 따라 변화하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양안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미국의 오랜 입장을 강조하려고 한 것이다.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대만 국민을 통제하려고 하면서 미국이 내세워온 전략적 모호성의 효용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더 단호한 결의를 보여줄 필요를 느낀 것이다.

대만해협의 안정을 유지하려면 한국과 다른 국가들도 대만을 둘러싼 분쟁은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매우 명확히 해야 한다.

-- 대만을 둘러싼 긴장 고조가 한반도의 안보 상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나.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전세계에 안보는 한 지역과 다른 지역으로 분리할 수 없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대만과 한반도 사이의 지리적인 거리는 상대적으로 가까우며 어느 한 지역에서 전쟁이 발생하면 의심할 여지 없이 동아시아와 그 너머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 바이든 행정부는 미중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로 북한을 꼽고 있는데 협력이 가능하다고 보나.

북핵 문제 등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한데, 중국이 한반도 상황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도록 할 유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 한때 중국 지도부는 한반도의 안정을 다른 목표보다 중요하게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갈등을 조장하는 북한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미국과 동북아시아의 강력한 민주주의 주권국을 상대로 제로섬 게임에서 우위를 확보하는데 더 관심을 두는 듯하다.

중국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례 없는 수준의 무기 시험과 군 기동을 통해 핵·미사일 야망을 실현하려고 하는 와중에도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려고 한다.

중국은 북한이 위험한 수준까지 한반도를 불안정하게 만들어야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이웃 독재국가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 한국에서는 한때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비중을 둔다는 의미)이란 말이 있었지만 미중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은 고민에 빠졌다.

한국이 양국과 동시에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나.

▲ 한반도에 세력 간 불균형이 등장하고 있다.

북한은 강대국에 못 미치는 이류 수준의 위협으로 그칠 운명이지만, 한국은 글로벌 중추국가가 될 잠재력을 실현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중국을 포함한 모든 세력에게 필수적인 파트너라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중국과 협력 가능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면서 중국의 해롭고 약탈적인 정책에 대항하기 위해 유사한 입장을 가진 국가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 인식하는 것보다 더 큰 영향력(leverage)를 갖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숨은 동기를 착각해서는 안된다.

한국이 국방력을 강화하거나 중국에 맞서는 강한 연합에 가담할 경우 중국은 수년 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때 가한 강압보다 훨씬 더 가혹하게 보복할 것이다.

중국은 약하고 중립적인 한국을 선호하지만,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높은 수준의 자주성을 유지하는 한 더 강력한 한국을 수용할 것이다.

-- 대만에서 분쟁이 일어날 경우 미국 정부와 학계가 한국에 기대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 미국 정부는 한국이 중국의 대만 봉쇄나 침략을 막기 위한 미국의 군사 행동을 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이 말은 한국이 미국의 핵심축 동맹으로서 최소한 대만 해협의 평화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저해하지 않기를 기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대치로는 한국이 대만 국민을 향한 명분 없는 적대행위를 좌절시키기 위한 노력에 대해 간접적인 외교·경제·군수 지원을 하기를 바란다.

물론 실제 무력 충돌이 일어나면 이 같은 기대는 상황 전개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핵심기술 확보를 저지하고 있으며 이에 시 주석은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주문하며 맞서고 있다.

향후 미중의 경제·무역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 시진핑 주석의 쌍순환(국내 소비·투자 강조) 전략과 기술 야심, 산업정책은 중국은 세계에 덜 의존하게, 세계는 중국에 더 의존하게 만들고자 한다.

미국과 유사한 입장을 가진 나라들은 이 같은 경쟁이 불공정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강요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 취약하지 않도록 핵심기술과 공급망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이 '마당은 작게, 담장은 높게'라는 원칙을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국내 기술·과학 역량에 더 많이 투자하고 신뢰하는 파트너와 협력을 강화하는 선별적 디커플링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중국과 호혜적인 무역·경제 관계까지 끊겠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다른 국가가 경제와 안보의 균형을 다시 잡으려고 하면 중국과는 어느 정도 긴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