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침체 늪 빠졌지만…'똘똘한 토지'엔 돈 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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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기…땅 투자 방법은금리 인상에 따른 거래 절벽과 매매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는 등 부동산 시장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 가격 낙폭이 커지고 있는 것과 달리 토지 투자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대조를 보인다. 토지 투자와 관련된 도로 신설 등의 개발 재료는 시황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 침체기에 토지 투자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며 “금리 부담이 커진 만큼 개발 호재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는 투자는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한다.
토지투자 꾸준히 늘며
토지 경매 낙찰가율
아파트보다 높아져
나들목 예정지 등
개발 앞둔 지역
공사 초기에 선점할 만
외딴 섬 경매 41명 몰린 이유
23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토지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 비율)은 85.6%로 지난해 9월 낙찰가율(76.6%)보다 9%포인트 올랐다. 낙찰가율이 80%대를 넘어선 건 지난 5월(86.6%) 이후 4개월 만이다.토지 낙찰가율이 아파트 낙찰가율을 역전한 것은 통계 작성 후 처음이다.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달 83.1%로 전년 동월(107.6%) 대비 24.5%포인트 떨어졌다.토지 낙찰가가 감정가 대비 다섯 배 넘게 뛴 사례도 있다. 지난달 전남 여수시 화정면 일원의 한 농지 3253㎡(984평)는 감정가 3578만원이었는데 유찰 없이 1억988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이 556%에 달한다. 응찰자가 41명이나 몰리면서 경쟁률을 크게 끌어올린 결과다.이 매물의 위치를 보면 의아한 점이 많다. 육지 연결 교량이 없어 뱃길로만 왕래 가능한 외딴 섬 ‘제도’에 있는 한 농지다. 농지 전용이어서 농사를 짓는 사람만 취득할 수 있는 ‘농지취득자격증명서’가 반드시 필요하고, 도로가 없어 차량 접근이 불가능한 ‘맹지’다.
이런 땅에 응찰자가 몰린 이유는 전남 고흥과 여수를 잇는 관광도로 ‘여수 백리섬 섬길’ 호재 때문이다. 여수 백리섬 섬길은 11개의 교량으로 여수에 흩어진 섬을 육지와 모두 연결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현재 완공된 교량은 총 7개다. 나머지 4개가 개통되면 제도는 외딴 섬 신세를 벗어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주택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소액으로 접근 가능한 토지로 투자자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며 “바닷가 조망이 가능한 토지나 향후 창고로 지을 수 있는 토지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나들목(IC)는 개발을 부른다”
토지 투자 초보자가 허허벌판에서 미래 개발 계획을 미리 그려보고 과감하게 베팅하기란 쉽지 않다. 우선 고속도로 나들목(IC) 예정지 인근 부지를 탐색해보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토지 투자 전문가인 김종율 보보스부동산연구소 대표는 “허허벌판에 왜 IC가 생기는지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IC를 신설하면 도로가 확장되고 물류센터가 들어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IC 주변에 사둔 땅이 농지 전용이라 해도 개발 계획에 따른 ‘용도변경’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김 대표는 “택지지구 개발에 4년, 고속도로 건설에 5년이 걸리는데 공사 초기 단계에 착공을 시작한 모습을 보고 투자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IC 개통 1년 전쯤 공장 착공이 늘어나는데 이때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도 했다. 이때는 땅을 사들이는 ‘빌라업자’들이 돌아다니지 않을 때여서 땅 선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김 대표가 최근 주목하고 있는 IC는 세종포천고속도로상에 있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원삼IC’다. 김 대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호재도 있어 교통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IC 인근에 적합한 업종은 스타벅스DT점이나 편의점이다. 배후에 산업단지가 형성돼 교통량이 늘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경기 양주시 옥정지구에서 스타벅스 건물주가 된 사연도 공개했다. 김 대표가 사연을 소개한 땅은 농지였지만 2016년 옥정지구 신도시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이 땅이 농지에서 일반 용도로 해제된 덕분이다.
다만 토지 투자는 장밋빛 전망에 취해 투자금이 ‘물리는’ 경우도 적지 않아 유의해야 한다. 금리 인상기여서 대출로 토지를 매입한 경우 오래 버티기 힘들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엑시트(출구)’를 늘 염두에 둬야 한다. 김 대표는 “예를 들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과 관련된 지역의 투자를 고민할 경우 B노선은 아직 민간 시공사도 결정되지 않고 있는 상태여서 호재를 기다리기엔 너무 오래 걸리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