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김용 구속·유동규 변심에 궁지 몰린 민주당

대선 7개월 만에 최대 위기

尹 시정연설 거부 시사했지만
수사 길어질수록 당 부담 커져

김해영 "이제 그만 내려오시라"
비명계서 '李 대표 퇴진론' 주장

與 "국회·야당을 방탄 악용 말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았다. 일단 수사가 이재명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만큼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비리 혐의가 확인될 경우 이 대표를 엄호한 당이 떠안을 부담이 크다.

23일 잇달아 열린 조정식 사무총장과 박홍근 원내대표의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고심이 역력히 드러났다. 조 사무총장 등은 검찰 수사를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면서도 지난 21일 제안한 대장동 특별검사 수용 이외의 요구를 내놓지 못했다. 벌써부터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 퇴진 주장이 나온다.

‘시정연설 보이콧’ 시사했지만

이날 간담회에서 조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부의) 검찰 독재와 신공안정국은 정치학살과 야당 파괴로 향하고 있다”며 “대선자금 수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논두렁 시계’를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도 “국회를 무시하고, 야당 탄압이 끊이지 않는데 아무 일 없다는 듯 (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나서는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25일로 예정된 시정연설 전에 윤 대통령의 사과와 대장동 특검 수용을 요구했다. 해당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당일 본회의장 출석을 거부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다만 시정연설 보이콧이 이 대표 측근 수사 때문이 아니라 ‘국정감사 방해와 국회 무시’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시정연설 보이콧은) 이 대표 수사 문제를 떠나 국감을 방해한 압수수색이 실시된 것, 전 정부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와 야당 탄압 등 전반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이미 정부와 여당이 거부한 대장동 특검 이외에 특별한 요구를 제시하지 않은 점 등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이 대표의 범죄 혐의가 실제로 드러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나마 새롭게 내놓은 카드인 시정연설 보이콧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 수사와의 관련성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당일 언론 브리핑에서 “특검은 여야가 합의할 사항”이라며 다시 한번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강경 대응 부담스러운 민주당

조 사무총장과 박 원내대표가 기자들과 만나는 동안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대장동 개발업체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 등을 겨냥해 “그들이 과연 원수 같았을 이재명의 대선자금을 줬을까”라며 “자신들이 다 가져갔을 개발이익을 공공개발한다고 4400억원이나 뺏고, 사업 도중 1100억원을 더 뺏은 이재명이 얼마나 미웠을까”라고 썼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벌써 이 대표 퇴진론이 나온다. 대표적 비이재명계 인사인 김해영 전 의원이 22일 SNS에 “이재명 대표님 그만하면 됐습니다. 이제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주십시오”라고 물꼬를 텄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당장은 이 대표 지키기에 힘을 쏟겠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 대표를 간판으로 내세워 차기 총선을 치를 수 있겠냐’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통령 시정연설 등에 지나치게 강경 대응할 경우 오히려 민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당대표 수사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엔 얼마간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마치 수사를 막으려 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지면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여당은 이 대표를 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이재명의 시간은 끝났습니다. 이제 그만 하십시오”라며 “이 대표는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죽겠다는 옥쇄 전략, 연환계를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SNS에 “대장동의 검은돈을 받았다면 이 대표가 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국회와 야당을 방탄용으로 악용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