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SPC그룹에 특단 조치…식품 계열사 전체 강력 기획감독(종합2보)

SPC삼립·파리크라상·BR코리아·샤니 등…"근로자 사망 용인 안돼"
식품기계 사용 사업장 13만5천곳도 점검…5년간 6명 사망·299명 부상
SPC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근로자가 숨지거나 다치는 사고가 잇따르자 노동당국이 SPC그룹의 식품 계열사 전체를 대상으로 강력한 산업안전보건 기획 감독을 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예방하고 더 안전한 산업 현장을 만들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시행한다며 23일 이같이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망 사고에 대한 원인 규명과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와는 별개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 즉각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대전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화재 사고(7명 사망·1명 부상), SPC계열사 SPL 평택 공장 끼임 사고(1명 사망), SGC이테크 안성 물류센터 시공현장 붕괴 사고(3명 사망·2명 부상) 등 사회적으로 파문을 일으킨 산업재해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SPC 계열사 공장에서는 지난 15일 경기 평택시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소스 교반기를 가동하던 중 끼임 사고로 숨진 데 이어 23일에는 경기 성남시 샤니 제빵 공장에서 40대 근로자가 기계에 손가락이 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중대재해의 구조적 원인을 찾아 개선하는 한편, 산업안전과 관련한 제도가 실제 근로자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도록 현장에 맞게끔 정비하라고 노동부에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SPL 근로자 사망사고에 대해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며 "경위 파악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SPC그룹의 식품·원료 계열사를 대상으로 현장의 유해·위험요인뿐 아니라 안전보건 관리 체계 등 구조적인 원인을 점검·개선 지도하기로 했다.

SPC 계열사로는 SPC삼립, 파리크라상, BR코리아, 샤니, 호남샤니, 에스팜, 설목장, 샌드팜, 호진지리산보천, 오션뷰팜, SPL, SPC팩(Pack) 등이 있다.

노동부는 이번 주 안에 감독 대상을 특정해 불시에 감독할 방침이다. 감독 대상을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SPL에서 SPC의 전체 식품·원료 계열사로 확대하는 셈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SPC 계열사의 약 70%가 식품·원료 사업을 한다"며 "전체 식품·원료 계열사를 점검한 뒤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는 사업장을 집중적으로 감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PC그룹뿐 아니라 식품 혼합기 등 위험한 기계·장비를 보유한 전국 13만5천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24일부터 오는 12월 2일까지 6주간 안전조치 이행 여부를 집중적으로 단속한다.

13만5천개 사업장은 식품제조업체 3만5천곳, 프레스·크레인 등 안전 검사 대상 기계를 사용하는 업체 10만곳이다.

노동부는 13만5천개 사업장에 자율 점검·개선 기회를 주는 현장 지도를 한 뒤 4천여 사업장을 불시 감독할 계획이다.

감독 시 적발된 사업장에 대해서는 시정 명령, 사용 중지 명령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할 예정이다.

2017년부터 작년까지 최근 5년간 식품혼합기나 식품가공용 기계를 사용하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피해자는 305명(6명 사망·299명 부상)이다.

사망자 6명을 종사 업종으로 구분하면 제조업 5명, 농업 1명이다.

제조업 사망자 5명 중 4명은 이번 SPC 계열사 사고와 유사한 끼임사고로 숨졌고, 1명은 화상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는 안전조치 개선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기업 스스로 사고 예방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이행을 지원하는 한편 위험 기계·기구 등에 대한 안전검사·인증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그동안 발생한 위험기계 재해 발생 현황과 사고 원인을 분석해 이를 토대로 안전 검사 및 인증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올해 300인 미만 제조업체 등 2천여 사업장에 대해 시행 중인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 컨설팅'을 내년에는 50인 미만 제조업체 등 1만여 사업장으로 약 5배 확대한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대기업일수록 스스로 역량을 갖추고 효과적으로 사고를 예방해 나가야 하는데,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여도 발생하지 않을 사고가 지속되고 있다"며 "근로자 사망은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