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같은 대기업이 왜" 갸우뚱…이례적 상황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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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기업 휴지 보험' 미가입…리스크 관리 미흡카카오가 서비스 먹통 사태로 인한 영업 피해를 보상받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카카오 이용자들이 '기업 휴지 보험'을 통해 손실을 보전받을 가능성은 사라졌고, 카카오가 사고·재난 대응 취지 투자에 미흡했단 사실은 또 한 번 증명됐다.
국내 중기업 이상 대부분 가입…시장 '이례적' 평가
주주 피해 유발·보상 지연 문제
카카오-SK㈜ C&C 소송전 관측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가 기업 차원에서 가입한 보험 가운데 서비스 먹통 사태 발생에 따른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상품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아지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업이 사업을 중단했을 때 피해를 보상하는 '기업 휴지 보험'이 있으나 카카오는 해당 상품에 가입하지 않았다"며 "보험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발언했다.기업 휴지 보험이란 사고가 발생해 사업을 중단했을 때 기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경상비를 지급하는 보험이다. 기업을 계속 가동하였더라면 생길 수 있을 이익 따위를 보상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화재, 폭발 등 사고에 의해 건물 또는 기계장치가 손실되거나 파손된 결과로 또 다른 손해가 추가로 발생하는 것을 보상하는 개념이다. 기업 휴지 보험은 국내외 기업이 주체로 사업 연속성 관리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가입하는 대표적인 보험 상품으로도 통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차·LG·SK 4대 그룹은 물론 국내 대기업 대다수는 이미 기업 휴지 보험에 가입했다. 그렇다 보니 한국 대표 대기업 중 하나인 카카오가 기업 휴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의아하단 평가가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업 휴지 보험은 국내 중기업 규모만 되어도 리스크 관리 취지에서 기본적으로 들어두는 상품 중 하나"라며 "카카오 같은 대기업이 휴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다. 단기간에 성장한 만큼 오랜 기간 위험을 대비하며 몸집을 키운 기업들과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이에 일각에서는 실적과 성장, 성과와 보상을 최우선시하는 경영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데에 몰두해온 카카오가 재난 대응 투자라는 기본에 소홀했단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는 그간 인수합병(M&A)으로 사업 분야를 빠르게 확장하며 몸집을 불리는 데 주력했다. 지난 6월 기준 카카오의 전체 계열사는 187곳으로 국내 계열사만 134곳에 달한다. 2013년 국내 계열사 수가 16곳에 그쳤단 점을 감안하면 매해 평균 13.5개씩 늘어난 수치다. 소비자 보호, 신뢰 제고를 위해 필수로 투자해야 할 데이터센터 이원화, 소비자 피해 보상 체계 확립을 간과하고 수익성 증대에만 집중한 셈이다.
사고 발생에 따른 피해 보상 체계가 미흡할 경우 기업의 경제적 손실은 물론 소비자 피해를 키울 수 있단 점에서 잠재 위험이 크다. 보험에 따른 보상 체계가 부실할 경우 자체 재원으로 이용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만큼 기업 운영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우선 기업의 비상금 성격으로 보유한 현금성 자산 일부를 활용해 소비자 피해 보상에 나설 것을 예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카카오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성 자산(연결 기준)은 4조2800억원에 이른다.
현재 증권가에서 추산하는 카카오 사업 피해 규모는 200억원대로 카카오의 현금성 자산으로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보험에 따른 보상 체계가 미흡한 상태에서 보유 현금성 자산 이상의 대규모 금전적 피해를 유발하는 사고에 직면했다면 막대한 주주 피해를 유발할 수 있었단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아울러 보험사처럼 전문적인 보상 체계 및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만큼 피해 보상 처리 기간이 지연될 위험도 남아있다. 카카오는 현재 소비자 피해를 접수하고 있으나 대략적인 보상 기준조차 명시하지 않은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보험시장 전문가는 "현재 카카오의 경우 의무보험, 즉 최소한의 보험 가입 규모만 유지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소비자 피해 보상 책임에 대한 평소 인식이 낮았던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태에 따른 피해는 자체 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나 카카오처럼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플랫폼의 경우 더 큰 규모의 재산상 피해를 유발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흡한 보상 체계로 소비자 피해 보상 처리 기간 지연 등 불편이 발생하는 것 또한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카카오 먹통 사태는 종합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 부재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 사례"라고 일침을 가했다.
향후 카카오가 SK㈜ C&C와 사태 발생 책임 소재를 두고 소송에 나설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카카오가 자체 보상 처리를 한 이후 화재가 발생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SK㈜ C&C에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현재 카카오가 SK㈜ C&C의 보험 보상으로 간접 피해까지 포함한 보상금을 충당하긴 어려운 상태다. SK㈜ C&C가 가입한 재산종합보험의 입주사 인명·재산 피해에 관한 배상 책임 한도는 70억원 수준이다. 입주사의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간접 피해 보상은 약관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카카오 관계자는 "소송 여부에 대해선 확정된 것이 없다. 피해 보상 관련 논의가 진행 중으로 사례에 따른 보상 여부 및 처리는 내부 판단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며 "피해 보상 처리 예상 시기는 정해진 바가 없으나 최대한 빠르게 보상 처리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리스크 관리 미흡 지적에 대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