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 탄소중립 막는 금융장벽 깬다…'녹색금융' 확대에 역량 집중

SC제일은행은 지난 3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녹색건축 인증 건축물에 차별화된 금융상품 정책을 적용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식에서 장호준SC제일은행 소매금융그룹장(부행장·왼쪽)과 김현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부원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SC제일은행 제공
SC제일은행은 2017년부터 ‘디지털 혁신’과 ‘자산관리 비즈니스 집중’이라는 장기 목표 아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역량을 확충하고 있다.

2019년 우수 자산관리 고객을 초청해 지속 가능 투자 철학을 소개하는 투자 세미나를 개최한 데 이어 이듬해 10월에는 기후변화 청년단체 ‘GEYK’과 함께 기후변화 및 ESG 투자 방법을 소개하는 웹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2021년 3월 포스코건설과 체결한 1억유로(1403억1300만원) 상당의 ESG 연계 파생상품에 주계약자로 참여했다. 포스코건설이 수주한 폴란드 바르샤바 소각로 프로젝트와 관련한 선물환 거래에서 포스코건설 측에 온실가스 절감 목표를 부가 조건으로 제시해 기업이 이를 달성할 때 인센티브를 주는 조항을 덧붙인 것이다. 양사는 한달 후 ‘글로벌 ESG 금융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해 12월에는 탄소중립 실천과 ESG 투자에 관심이 많은 고객과 함께 숲 생태계를 복원하고 멸종 위기 수종을 살리는 ‘착한 숲 프로젝트’ 행사를 진행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고객이 탄소중립 선언에 동참하고 ESG 관련 자산관리 상품에 가입하면 전용 온라인 플랫폼에 조성한 디지털 숲과 오프라인 ‘착한 숲’에 이용자 이름으로 나무를 심는 방식이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약 3개월간 탄소중립 선언과 ESG 상품에 가입한 고객을 합치면 4000여 명에 달한다”며 “현재 약 2000그루의 나무가 착한 숲에 조성됐다”고 전했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와의 업무 협업도 진행 중이다. SC제일은행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 공급업체인 포스코케미칼 및 앨앤에프와 ESG 관련 금융 공급망인 ‘매출채권매입(TRD) 계약’을 같은 기간 체결했다. TRD는 공급업체가 구매업체에 물품을 납품한 뒤 해당 매출채권을 은행에 양도하면 약정 한도 내에서 은행이 판매업체에게 대금을 선지급하고 구매업체로부터 대금을 대신 지급받는 상품이다.통상 판매업체는 물건을 납품하면 길게는 수개월을 기다려야 구매업체로부터 판매 대금을 정산받는다. 이 경우 은행과 TRD 계약을 맺으면 대기 기간을 단축시켜 재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다. 이번 TRD 거래는 최종 심사 단계에서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하는 친환경 거래로 분류돼 SC그룹으로부터 ‘지속가능금융거래’ 등급을 획득했다는 게 SC제일은행 측 설명이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ESG 경영과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은 당행을 포함한 모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며 “녹색금융 확대 등을 통해 탄소중립 전환을 가로막는 금융장벽을 해소하겠다”고 다짐했다. SC제일은행의 모기업 SC그룹도 1997년 환경 및 사회적 리스크 전담 관리팀을 신설한 후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해 3월에는 글로벌 기업의 ESG 목표 달성을 지원하기 위한 ‘지속가능 무역금융제안’을 발표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