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독주 불안감…외국인 中주식 '역대 최대' 3조5000억 투매 [강현우의 중국주식 분석]

홍콩 항셍지수 6% 폭락, 13년 만에 1만6000선 깨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3기의 공산당 최고지도부가 전원 시 주석 측근으로 구성되자 홍콩과 중국 본토 증시가 폭락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24일 6.36% 폭락한 15,180.69로 마감했다. 하루에 1030포인트나 빠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13년 만에 1만6000선 아래로 내려갔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주가가 일제히 급락했다. 텐센트가 11.43%, 알리바바가 11.42%, 메이퇀이 14.83% 내렸다. '공동부유'를 내건 시 주석의 빅테크 압박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중국 내수 시장 침체 영향에 신흥 전기차 기업인 샤오펑(-12.76%)과 리샹(-7.75%)도 큰 폭으로 내렸다. 스포츠 의류 업체인 리닝(-7.12%)과 안타(-7.56%)의 주가도 부진했다.

본토 상하이종합지수는 2.02%, 선전성분지수는 1.76% 하락했다. 홍콩증시를 통한 외국인 자금의 본토주식 거래인 북향자금은 이날 179억위안(약 3조542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2014년 교차거래가 시작된 이래 하루 기준 최대 순매도다. 지난 3월15일의 160억위안 순매도 기록을 경신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112억위안에 이어 이달 들어서도 355억위안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다. 2014년 이후 외국인이 두 달 연속 본토주식을 순매도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월간 기준 순매도 최대 기록은 2020년 3월의 678억위안이다. 반면 본토 자금의 홍콩주식 거래인 남향자금은 이날 66억위안 매수 우위를 보였다. 13거래일 연속 순매수다.

위안화 가치도 다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홍콩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이날 장중 0.98% 뛴 1달러당 7.2989위안까지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했다. 2010년 역외시장 개장 이래 최고치다. 상하이 역내시장에서도 위안화 환율은 이날 0.54% 오른 7.2609위안에 마감했다.

외국인 투매와 주가 급락은 지난 22일 폐막한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와 23일 열린 공산당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시 주석 1인 체제가 확고해지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인자'인 국무원 총리로 시 주석의 측근인 리창 상하이 당서기가 내정되면서 능력보다는 시 주석에 대한 충성도가 인사의 최우선 기준이 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이 경제 성장보다 제로 코로나 고수, 국가안보 우선 등을 강조하는 가운데 리창 총리 카드가 나왔다면서, 이를 중국 경제의 향후 전개 방향에 대한 '최종 테스트'가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향후 중국의 정책 방향은 분배를 강조하는 공동부유, 민긴기업보다 국영기업을 중시하는 '국진민퇴', 내수 중심의 쌍순환 경제, 미국에 맞선 기술자립 등 시 주석이 추구해온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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