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드라마 하나, 게임·공연 등 10개 장르로 재탄생

'원 소스 멀티유스' 시대 가속

넷플릭스 콘텐츠 '기묘한 이야기'
1400만이 다운받은 '게임'으로
미국 OTT업체 파라마운트는
비디오 게임을 드라마로 제작
미국 파라마운트의 공상과학(SF) 드라마 ‘스타트렉: 디스커버리’의 촬영 스태프가 작품 속 한 장면을 찍고 있다. 파라마운트 제공
‘기묘한 이야기’ ‘종이의 집’ ‘퀸스갬빗’…. 이들 작품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라는 점과 넷플릭스가 이들 작품을 모바일 게임으로 만들거나,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에 빠진 이들을 게임이라는 새로운 콘텐츠로 유입시키기 위해서다. 하나의 지식재산권(IP)을 영상·게임·음악·공연 등 다양한 매체로 활용하는 ‘원 소스 멀티유스(OSMU)’ 전략을 보여주는 사례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게임 사업은 넷플릭스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부터 넷플릭스 앱의 홈 화면에 게임 탭을 넣고, 자체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넷플릭스 구독자라면 광고나 추가 결제 없이 모든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현재 28개인 게임 콘텐츠를 올해 말까지 50개로 늘릴 계획이다. 리앤 룸브 넷플릭스 글로벌 게임사업 총괄은 “게임 초보자부터 게임 마니아까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콘텐츠 라인업을 갖추는 게 목표”라고 했다.넷플릭스만의 콘텐츠 IP을 활용해 플랫폼 안에 구독자를 묶어두기 위한 전략이다. 지난해 말 출시한 기묘한 이야기 게임이 대표적이다. 시즌4 출시 후 한 달간 누적 시청 시간이 10억 시간을 넘을 정도로 인기 있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TV 드라마다. 넷플릭스는 이 콘텐츠를 어드벤처 게임으로 만들었다. 기묘한 이야기 캐릭터 중 한 명이 돼서 퍼즐을 풀며 모험을 떠나는 게임이다. 기존 콘텐츠에는 나오지 않는 신규 캐릭터와 스토리도 숨어 있다. 이 게임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1400만 회를 넘어섰다. 넷플릭스의 콘텐츠와 게임 사업을 연결하는 것이 팬들에게 ‘세계관의 확장’을 가져다주는 셈이다.

영상 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는 ‘스위트홈’ ‘고요의 바다’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때 게임에서 주로 쓰이는 언리얼엔진 기술을 이용했다. 언리얼엔진을 사용하면 실시간으로 우주 등 가상공간을 ‘렌더링’(2차원 이미지를 3차원화하는 것)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유비쿼터스 등 다양한 게임회사와의 협업뿐만 아니라 자체 개발자도 키우고 있는 배경이다. 룸브 총괄은 “넷플릭스 안에선 게임과 영상 콘텐츠 간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고 했다.

장르의 구분을 무너뜨리는 건 넷플릭스뿐만 아니다. 파라마운트는 반대로 비디오 게임을 공상과학(SF) 드라마로 제작했다. 지난 3월 미국에서 공개한 ‘헤일로’다. 헤일로는 ‘탑건’ ‘미션 임파서블’ 등 오랜 팬덤을 보유한 영화를 제치고 파라마운트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파라마운트플러스’가 약 1년 만에 6000만 명의 유료 구독자를 모으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이 됐다.콘텐츠 간 국경도 허물어지고 있다. 파라마운트는 CJ(한국), 카날플러스(프랑스), 스카이(영국) 등 지역별로 현지 사업자와 손잡고 콘텐츠 재창작을 추진 중이다. 파라마운트가 보유한 풍부한 IP를 바탕으로 각 지역에 맞게 작품을 ‘리메이크’한다는 전략이다. 파라마운트플러스가 CJ ENM의 ‘티빙’과 손잡은 것도 자사가 갖고 있는 콘텐츠 IP를 활용해 한국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하기 위해서다. 넷플릭스도 최근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집’을 한국 상황으로 재해석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인기가 검증된 작품을 ‘현지화’하면 원작의 팬덤을 끌어올 수 있을 뿐 아니라 각 지역의 문화적 맥락을 반영해 공감을 유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