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화려한 갑옷, 요즘으로 치면 포르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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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 눈길, 뭐가 사로잡았나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5일 개막한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특별전에는 명작 회화 외에도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중세 유럽의 갑옷과 희귀 공예품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황제·대공의 갑옷 4점 전시
16세기 태피스트리도 각광
특별전은 황제와 대공이 입었던 화려한 갑옷 4점으로 시작한다. 막시밀리안 1세의 갑옷, 세로홈 장식 갑옷, 페르디난트 2세 대공의 독수리 장식 갑옷, 루돌프 2세의 ‘리본 장식’ 갑옷 등이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갑옷은 남성이 소유할 수 있는 가장 비싼 물건 중 하나였다. 전투에서 몸을 보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나타내는 하나의 ‘패션 코드’였다. 슈테판 크라우스 빈 황실무기고박물관장은 “요즘으로 치면 이런 갑옷을 입는다는 것은 포르쉐 등 슈퍼카를 타고 다닌다는 의미”라며 “세밀하게 각인된 문양과 전체적인 디자인의 차별점을 찾아보는 것도 큰 재미”라고 설명했다.
갑옷의 가치가 최대로 부각되는 대표적인 행사는 중세 후기와 르네상스 시기에 유행한 마상 시합이다. 부품 수가 많고 화려할수록 비싸고 가치 있는 갑옷이었다.전시장엔 갑옷 3점의 영상이 더해졌다. 갑옷 문양을 근접 촬영한 이미지와 함께 ‘갑옷은 어떻게 입을까’와 ‘갑옷을 입고 어떻게 움직이지’ 등의 영상물이 상영됐다. 갑옷을 입고 팔굽혀펴기를 하는 장면에서는 여러 관람객이 놀란 표정을 짓기도 했다.
16세기에 제작된 초대형 태피스트리(직물 공예)는 전시의 하이라이트였다. 이번 전시에는 로마 바티칸궁의 시스티나 예배당 벽면 하단을 덮는 용도였던 ‘기적의 물고기잡이’와 ‘아테네에서 설교하는 사도 바울’ 2점이 전시됐다. 태피스트리는 제작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정치적 물건이자 장식품으로 인기가 많았다.
이번 전시된 작품 2점은 가로세로 길이가 400㎝가 넘는 것으로, 이탈리아 피렌체의 대표적 금융가인 메디치가(家) 자손이었던 레오 10세가 1513년 교황이 된 뒤 주문 제작한 작품이다. 라파엘로 산치오가 성 베드로의 삶과 기적의 장면을 담은 10점의 밑그림을 그렸고, 당시 이 작품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각광받았다. 사비나 하그 빈미술사박물관장은 “빈미술사박물관엔 800점의 태피스트리가 있는데, 회화 다음으로 작품 수가 많다”며 “중세 시대 회화와 공예의 정수를 만날 수 있고, 아시아 문화와의 접점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세계의 극장’으로 불린 루돌프 2세의 방도 서울로 옮겨왔다. 이 방에선 자연과 예술이 한데 모인 소우주와 같은 전시품이 전시됐다. 16세기 후반 ‘누금 장식 바구니’와 17세기 ‘십자가 모양 해시계’, 아름다운 문양의 그릇들도 눈길을 끌었다.
김보라/이선아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