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 리스크에…곳곳 '제2 레고랜드'

대형사업 재검토…시장 혼란

신임 구리시장 "4兆 한강변 개발
우선협상대상자 취소할 수도"
양주·남원서도 사업 무산 위기
지방자치단체장이 전임자가 시행한 사업을 뒤집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간 사업자와의 분쟁, 지자체의 신뢰 저하, 시장 혼란 등이 이어져 자금시장 혼란을 키울 ‘제2의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기 구리시는 지난 7월 백경현 시장 취임 후 전임 시장이 추진해온 총 4조원 규모의 ‘구리한강변 도시개발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백 시장은 우선협상대상자인 산업은행 컨소시엄에 사업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의 공공 지분(현행 50.1%)을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취소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산업은행,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 측은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당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구리시가 신뢰가 바탕인 자본주의 원칙을 저버렸다”며 “레고랜드 사태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경기 양주시는 강수현 시장 취임 후 옥정물류센터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린 데 이어 건축허가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2020년부터 물류센터 건립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한 신세계건설 등 민간 사업자는 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전북 남원시는 7월 ‘남원 모노레일’ 민간 사업자로부터 5억7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최경식 시장은 직권남용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사업자인 남원테마파크는 400억원을 투입해 남원관광단지에 모노레일 시설을 6월 완공했다. 그러나 최 시장이 당선된 뒤 전임 시장이 추진해온 이 사업의 허가를 내주지 않아 모노레일 개통이 무기한 연기됐다.

남원·하남…지자체장 바뀌고 뒤집히는 대형사업

신임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기존 사업 뒤집기는 고스란히 민간 사업자의 피해와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 사업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더 나아가 ‘레고랜드 사태’처럼 금융시장 등 경제 전반에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전북 남원관광단지 모노레일 사업자인 남원테마파크 관계자는 25일 “지자체장이 누구든 간에 사업자와 맺은 협약을 지켜야 하는데 행정의 연속성은 고사하고 남원시가 양면적인 얼굴을 보이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관계자는 “당초 지난 6월 모노레일을 개통해야 했는데 남원시가 신임 시장 당선 이후로 사용·수익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며 “남원시가 약속했던 주차장, 인접도로 신설도 해주지 않고 도로 이정표 하나 세워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지자체의 사업 뒤집기는 줄줄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지자체의 패소로 결론이 내려지고 있다. 경기 포천시는 지난해 GS포천그린에너지와 벌인 신북면 석탄발전소 가동 지연과 관련한 소송에서 패소해 합의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박윤국 당시 시장은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전임 시장의 사업이었던 신북면 석탄발전소의 사용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이에 사업자인 GS포천그린에너지가 소송을 냈고, 포천시는 1심에서 패한 후 사업자와의 협의 끝에 환경오염 최소화를 조건으로 사용승인을 내줬다.

전임 시장들의 무리한 사업 추진이나 부실 행정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 하남시는 지난달 ‘H2 문화복합지구’ 사업에 대한 취소 공고를 냈다. 이 사업은 하남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일대에 어린이 체험시설과 호텔, 종합병원 등을 갖춘 복합단지를 짓는 프로젝트다. 그러나 전임 시장 재임 때 개발제한구역 해제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사업 추진이 어려워졌다. 하남시는 지난달 관련 공무원에게 징계조치까지 내렸다. 이 사업에 참여했던 민간 컨소시엄 관계자는 “전임 시장 때의 잘못인 만큼 손해배상 소송 등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임도원/심은지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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