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옷 엄청 사들이더니…"테니스 칠래요" 떠나는 MZ골퍼들

코로나로 성장한 골프웨어 '급랭'
골프웨어·골프스크린 주가 하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작년에 골프에 입문한 이모씨(35)는 최근 골프를 관두고 테니스를 알아보고 있다. 골프 인기가 하락하고 있는 데다 허세라는 주변 사람들의 눈길이 부담스러워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급격히 커진 골프웨어 시장이 최근 들어 축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 새로 진입한 MZ골퍼들이 작년에 골프웨어를 대거 구입한 데다 골프회원권 가격이 하락할 정도로 골프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작년에만 골프웨어 브랜드가 60여개 늘어나 경쟁이 심해지면서 중소 골프웨어 브랜드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골프웨어 주가 하락

시중 백화점 골프웨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골프웨어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9~10월 35% 기록했으나 올해는 15%로 상승 폭이 줄었다.

파리게이츠·핑을 운영하는 대표 골프웨어 기업 크리스에프앤씨의 주가는 올해 들어 56.8% 하락해 코로나 19 확산 이전으로 돌아갔다. 지난 5월 이천에서 발생한 물류창고 화재로 파리게이츠와 핑, 팬텀 등 주요 골프웨어 브랜드의 재고 물량이 줄어든 데다 골프웨어 수요가 정점을 찍고 하락하고 있어서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파리게이츠와 핑 등 전 브랜드의 의류 300만점이 소실됐다. 소실 상품 중 이월 상품이 많아 현재 아울렛에서는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통상 프리미엄 아울렛에는 전 시즌 인기제품을 재생산해 아울렛 전용으로 판매하는데, 핵심 기획 상품들이 화재로 소실됐다. 한 아울렛 관계자는 “인기 제품 물량이 부족해 리오더했으나 상품 공급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내년에도 물량도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숍인 ‘크리스에프앤씨몰’에서도 인기상품의 경우 105 사이즈 재고가 없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인기상품은 먼저 품절된 데다 화재로 재고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크리에프앤씨 관계자는 "제품 생산에는 문제가 없다"며 "물류창고 시스템이 안정화되면 공급이 원할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포지션이 애매한 중저가 골프웨어 브랜드는 작년부터 하락 추세다. 까스텔바작은 4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골프존의 골프용품 유통기업 골프존커머스는 지난 13일 기업공개 계획을 철회했다. 상장철회 이유로 ‘주식시장 침체’를 꼽았으나 업계에서는 골프시장의 열기가 식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글로벌세아의 골프웨어 톨비스트는 작년부터 자본잠식에 들어갔다. 루이까스텔을 운영하는 브이엘엔코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JDX를 운영하는 신한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익 47억 원을 기록해 2020년(44억 원)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골프 성장세 둔화

국내 골프인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폭 늘어났다. 국내 골프웨어 브랜드 수는 150인데, 이 중 3분의 1인 60개가 작년에 출시될 정도로 ‘골프 붐’이 일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골프에 대한 관심이 전 세대에 걸쳐 높아지면서 기존 의류 업체들이 잇달아 골프웨어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기성 패션 브랜드인 삼성물산 구호에서도 골프웨어를 출시했다. 한국에서 철수한 휴고보스 등도 다시 국내 사업을 전개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금리인상으로 인한 경기침체로 골프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레저 회원권 전문 거래소인 에이스회원권에 따르면 골프회원권 종합지수는 지난 7월 1357로 정점을 찍고 이달 1271로 급락했다.

최근에도 하락하는 추세다. 골프장 회원권 종합지수는 2015년 1월 1일 회원권 지수를 1000으로 기준으로 놓고 매일의 호가 등락을 표시한 회원권 시세 표준화 지수다. 중고나라와 당근마켓에서도 골프채와 골프장비, 골프웨어가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패션업계 관계자는 “그린피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바람에 영골퍼 유입이 줄어들고 있어 향후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