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G 꺾고 '용'이 된 DRX, '호랑이' 젠지와 맞붙는다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
젠지 e스포츠 쵸비(정지훈, 왼쪽)와 DRX 제카(김건우)
2022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8강 경기들이 치러진 지난 주말은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팬에게 축제였다. 담원 기아가 젠지 e스포츠에게 패했지만, T1과 젠지, DRX 등 LCK 3팀이 롤드컵 4강에 안착했기 때문이다. 모든 경기가 명승부였으나 특히 감동적인 경기는 마지막 날인 24일(한국 기준)에 열린 DRX와 작년 롤드컵 우승 팀인 에드워드 게이밍(EDG)의 대결이었다.DRX와 EDG의 경기는 대결 성사만으로도 이목을 끌었다. 현재 DRX 원거리 딜러인 데프트(김혁규)가 과거 EDG에 소속됐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위 ‘데프트 더비’라고도 불린 경기에서 DRX가 세트 스코어 2 대 0으로 뒤지던 경기를 2 대 3으로 뒤집으며 역스윕에 성공했다.

경기 당일(23일, 현지 기준)이 생일이었던 데프트는 최고의 선물을 스스로 얻어냈다. 2014년 이후 무려 8년 만에 롤드컵 4강 무대를 밟게 된 것이다. 경기 직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벅찬 감정에 기쁨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DRX의 올해 여정은 한 편의 소년 성장 드라마 같았다. LCK 스프링과 서머 시즌 모두 플레이오프에는 진출했으나 1라운드에서 패배했다. 챔피언십 포인트 총합 6위로 롤드컵 선발전 막차에 올랐다. 이때 까지만 해도 팬들은 물론 DRX 선수들 본인조차 롤드컵 진출 여부에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풀세트 접전 끝에 KT 롤스터와 리브 샌드박스를 잡아낸 DRX는 기적처럼 롤드컵 티켓을 손에 넣었다.이후 LCK 4번 시드로 플레이인 스테이지부터 여정을 시작한 DRX는 상대적 약팀이라는 평가를 뒤집고 플레이인 스테이지 B조 1위 전승으로 그룹 스테이지에 올랐다. 그룹 스테이지에서도 유럽리그 LEC 1번 시드 로그와 중국리그 LPL 2번 시드 탑 e스포츠(TES)를 제치고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8강에서는 극적인 역스윕 승리를 쟁취하며 4강에 오르게 됐다. LCK 4번 시드가 4강에 오른 건 처음이다.
DRX 데프트(김혁규, 왼쪽)와 베릴(조건희)
DRX는 올해 바텀 라인에는 데프트와 베릴(조건희)이라는 베테랑을 배치했으나 상체로 불리는 탑과 미드, 정글을 킹겐(황성훈), 제카(김건우), 표식(홍창현) 등 상대적으로 신인 라인업으로 구축했다. 기본기가 탄탄한 팀이라고 평가받았지만 LCK 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롤드컵 진출이 확정됐을 때도 LCK 팀 중 최약체로 꼽혔다.

하지만 DRX는 강팀들을 연이어 꺾고 4강 진출을 이뤄내며 이런 평가를 뒤집었다. 롤드컵 무대를 등용문으로 만들며 본인들의 실력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고 있다.DRX가 우승으로 드라마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한 과정은 물론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우선 4강에서 올해 내내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LCK 1번 시드 젠지를 넘어야 한다. LCK 서머 시즌 압도적인 포스로 우승을 차지한 젠지는 유력한 롤드컵 우승후보로 꼽힌다. 양 팀 간 대결의 핵심은 미드 라인이다. LCK 첫 우승컵에 이어 롤드컵 우승을 노리는 쵸비(정지훈)을 상대로 ‘DRX의 수호신’이라 불리는 제카가 어떤 활약을 펼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두 팀은 오는 31일(한국 시간) 새벽 6시 결승행 티켓을 놓고 진검 승부를 펼친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