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中 대사 "혐중 감정은 한국 언론 탓…부정적 민심 유도"

사진=뉴스1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26일 한·중관계의 악화 원인으로 '한국 일부 언론'을 지목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이에 따른 중국의 보복적 제재로 악화된 민심을 언론보도의 산물로 취급하는 발언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싱 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양국 관계가 새로운 고비를 맞았다"며 "솔직히 말하면 한국 일부 언론이 중국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인 보도를 한 점이 현재 양국 국민 감정의 불화를 초래한 주요한 원인 아닌가 생각한다"이라고 주장했다.그는 이어 “한국 언론의 자유를 매우 존중하지만 부정적 보도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과장하면 부정적 민심을 유도한다”며 “객관적이지 않고 심지어 사실에 어긋나는 보도는 언론의 원칙과 윤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언론의 '편파 보도' 사례로 미세먼지 관련 보도를 내세웠다. 최근 중국의 대기 환경이 크게 개선됐지만, 한국 언론은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한국의 미세먼지 및 대기질 악화가 중국과 무관하다는 중국 정부의 주장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한·중 관계 악화의 또다른 요인으로는 미국이 제시됐다. 싱 대사는 "미국은 자신들이 영원히 세계의 우두머리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며 "자신들이 하는 일은 모두 정의롭고 보편적 가치에 부합한다고 여기며 그들과 다른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복종하지 않으면 혼낸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비롯한 제3국들에게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강요한다는 주장이다. 싱 대사는 "중국은 다른 국가에 중·미 사이에 어느 한 편에 설 것을 요구한 적이 없다"면서 "중국은 아직 갈 길이 멀어서 세계의 패권자가 되려고 다른 나라와 싸울 생각이 없다"고 주장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