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측근' 조상준 면직 미스터리…대통령실, 8번 물어도 "일신상 이유"

'우동훈 좌상준'으로 불린 尹 최측근
국정원 기조실장 임명 5개월만에 사임
비위·인사갈등설 등에도 대통령실 침묵
조상준 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조상준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26일 면직된 것으로 드러났다. 임명 146일만의 갑작스런 퇴장이다. 대통령실은 조 실장의 사임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일신 상의 이유"라는 대답만을 되풀이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조 실장이 사의를 표명한 구체적 사유가 밝혀지지 않아 여러 의혹이 확대 재생산되는 상황이다. 간략하게 설명해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어제 조 실장이 대통령실 유관 비서관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조 실장은 지난 25일 대통령실 유관 비서관에 사의를 표명했다. 해당 비서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했고 김규현 국정원장에게도 전달했다. 윤 대통령이 사의 표명을 수용함에 따라 국정원은 이를 받아들여 인사혁신처에 조 실장 면직을 제청했다. 대통령은 25일 저녁 이를 재가했고 26일 면직이 이뤄졌다.

이 관계자는 "사유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신 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고 그것이 수용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사유이기 때문에 더 이상은 밝혀드리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직속 상관인 국정원장에게 먼저 이야기하지 않고 대통령실에 바로 사의를 밝혔다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인사 문제로 갈등이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이 관계자는 "일신 상의 사유이기 때문에 더이상 보탤 말이 없다"고 했다. 이어 "임명권자가 대통령이기 때문에 면직 권한도 대통령에게 있다. 따라서 대통령의 의사를 확인하는 게 먼저"리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의 유관 비서관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국가정보기관의 내부 의사결정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답변드리기 어렵다"는 말로 갈음했다.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왜 하필 국정원 국정감사 전날 사의를 표명한 것이고 당일 면직처리됐는지, 인사갈등이나 비위와 전혀 관계없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이 관계자는 "일신상의 이유는 개인적 사정이라는 것이다. 국정감사와는 연관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개인적인 비위와 관련한 지라시들이 여의도에 난무한다'는 질문에 "지라시를 근거로 답변을 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외에도 '건강 상의 이유도 말할 수 없는 범주인가' '일신 상의 이유가 그렇게 급박한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개인적인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브리핑 말미에는 '비리나 범죄와 연관성은 없다는 정도로 선을 그을 수 없는 상황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 관계자는 "개인적인 사유로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이 수용했다. 이 말 속에는 어떤 오해가 낄 틈이 없다"고 답했다.

조 실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윤 대통령의 검찰라인 최측근으로 분류돼 '우동훈 좌상준'으로 불렸다. 조 실장은 2006년 ‘론스타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 수사 때 윤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당시 대검 형사부장으로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지난 6월 3일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임명됐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