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성공 뒤엔 아미 있었다…경험에 취하는 MZ, DCX로 공략" [ABCD포럼]

2022 한경 디지털 ABCD 포럼, 차경진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사진/ 변성현 기자
"방탄소년단(BTS)이 세계 정상에 오르기까지 아미(팬)의 역할이 컸습니다. 지난해 LA 콘서트에서 아미는 BTS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공연장 주변 쓰레기 정리를 하거나 교통정리를 하는 등 모범을 보였죠. 오늘날의 BTS 성공은 멤버들의 역량 외에도 이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아미의 공헌이 있었던 겁니다. 연예인과 팬의 관계, 여기에 실마리가 있습니다."

"고객은 팬이다"…고정관념 탈피하고 경험 재설계

한경닷컴이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2022 한경 디지털 ABCD포럼'에서 차경진 한양대 교수(사진)는 "디지털 네이티브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세계에서의 모습이 다르지만 문화적 맥락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인다. 겉으로는 얌전한 여고생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BTS를 위해 아르헨티나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는 등 과감한 모습을 보인다"며 이같이 설명했다.차 교수는 "BTS 사례를 언급하면 기업들은 팬과 연예인의 관계와 기업과 고객 관계는 다르다고 하지만, 디지털 네이티브는 누구보다도 경험과 의미에서 창출하는 가치를 중요시하고 있다"면서 "아직도 일부 기업은 고객을 단순 '바이어(buyer)'로 보는 시선이 있는데 이제는 '팬(fan)'으로 인식하고 이들을 위한 서비스 경험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간과 에너지를 쓸수록 깊어지는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 뒤따랐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고 '자랑'하고 싶어지는 경험 설계가 중요하다고 했다.

'차박' 열풍에 올라탄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팰리세이드는 디지털 네이티브 사이에서 '차박'으로 유명세를 탔다. 기능과 연비 측면을 고려하면 가성비가 뛰어난 다른 차량도 있지만 이들이 팰리세이드에 열광한 이유는 바로 차박의 경험 때문"이라며 "트렁크를 접으면 4인 가족이 누울 수 있고, 전구, 워머 기능 등 차박의 경험을 하게 해줄 수 있어 반응이 좋았다. 디지털 네이티브를 공략하라면 이런 '맥락적 경험'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팰리세이드 '차박' 비결…맥락적 경험 공략 사례

2022 한경 디지털 ABCD 포럼, 차경진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사진/ 변성현 기자
이런 맥락적 경험을 얻어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빅데이터 수집에 나서고 있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내려면 기존보다 세밀한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빅데이터시대에는 '초개인화 경험'을 설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차 교수는 "디지털 네이티브의 페르소나(사회적 자아)를 도출해 모델링을 거쳐 결론을 추출한 결과 이들은 넷플릭스 등에서 얻은 인상적 경험을 캡처해 저장하고 다시 SNS 등을 통해 계속 언급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며 "특히 연예인을 대하는 데 있어서 일상을 공유하고 싶고, 자기의 일상을 응원 받고 싶어하는 입체적 경험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소통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다양한 콘텐츠로 소통하고 만들어가는 '가치'가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가령 이들은 공부할 때는 최대 4개의 전자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multi tasking)도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소통을 위한 휴대폰, 연예인 모니터링용 아이패드 등 여러 디스플레이를 동시에 소비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디지털 네이티브는 공부하는 영상을 보면서 학습하는 등 집중력을 얻기 위해 전자기기를 활용하기도 한다. 하버드대 도서관의 소리 영상이 가장 많이 소비되는 'ASMR 콘텐츠'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이어 "디지털 네이티브는 경험하는 것을 공유하려는 습성이 있다"며 "이들이 좋은 호텔에 가는 이유는 '숙박'이 아니라 '경험'을 하고 이 경험을 공유하려는 욕구 때문에 가는 경우가 많다. 호텔 최고경영자(CEO)들도 어메니티나 침대의 푹신함으로 어필하는 게 아니라 어떤 경험을 제공해야 '끌림'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직관적이고 새로운 경험에 열광…문화적 경험 중요"

2022 한경 디지털 ABCD 포럼, 차경진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사진/ 변성현 기자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공략하려면 무엇보다 문화적 경험을 기반으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문화적 공간(온라인)에서 더 넓은 경험을 줘야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디지털 세계에서 서로 만나고 싶어하는 욕구가 어떤 세대보다도 크다"며 "특히 직관적이고 새로운 경험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카카오뱅크가 짧은 시간 1000만 가입자를 확보한 배경에는 카카오톡이란 시스템적 영향도 있지만 이와 별개로 공인인증서 없어도 계좌를 만들 수 있고, '26주 적금' 등 대학생들을 위한 금융 라이프를 기획했기 때문"이라며 "아이패드를 사기 위해 26주간 얼마를 저금하면 된다는지 선명한 성취 동기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이처럼 디지털 네이티브 시대에는 이들의 빅데이터를 센싱해 빠르게 데이터로 이해하고 그 결과를 경험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새로운 가치를 선제적으로 창출하는 것이 효과적인 기업 전략"이라고 덧붙였다.차 교수는 지난 4월 출간한 '데이터로 경험을 디자인하라' 저자로 이름을 알린 빅데이터 전문가다. '데이터 기반 고객 경험(DCX)' 개념을 국내외 학계에서 처음 제시해 주목받았다.

조아라/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