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로 月 536만원 버는데…마케팅 회사를 왜 가요?" [이미경의 인사이트]

디지털 마케팅 업계 '구인난' 겪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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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업력의 광고 대행사 대표 강모 씨는 최근 신입사원을 뽑지 못해 고민이 늘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 개인 계정을 통해 마케팅 역량을 실현하는 사례가 많아지며 마케팅 회사로 입사하려는 구직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강 씨는 "4개월째 직원 세 명을 뽑고 있는데 마땅한 지원자가 없다"며 "그나마 면접을 진행해보면 '대면 업무가 많나' '야근이 잦나' 등 광고·마케팅 직무의 단점으로 꼽히는 점을 언급하는 지원자들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온라인 마케팅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선 구인난으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SNS에 활용에 익숙한 세대들이 광고·마케팅 회사에 입사해 '월급쟁이'로 일하는 것보다 본인이 직접 채널을 운영하며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광고·마케팅 채용공고는 늘었지만…지원 수는 감소

27일 취업 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홍보·광고·마케팅 분야의 채용공고 건수는 2019년 5만4064건에서 2021년 7만2294건으로 33.7% 늘었다. 반면, 입사지원 건수는 9만5789건에서 5만5120건으로 42.5%가 감소했다. 올해 1~9월 채용공고 건수 역시 5만9974건으로 전년 동기간(5만2972건) 대비 많아졌지만, 입사지원 건수는 2만5187건으로 전년 동기간(4만3286건)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업계 인사담당자들은 2030세대 사이에서 개인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유망 직업으로 떠오른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특히 숙련된 크리에이터의 경우 일반적인 근로자보다 더 높은 수준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도 마케터들의 이탈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구독자 1000명 이상을 보유한 개인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월평균 소득은 157만원으로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다만 한국노동연구원이 숙련된 크리에이터가 모여있는 한국 멀티채널네트워크(MCN)협회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크리에이터를 주업으로 하는 경우 월평균 소득이 536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 계열 종합광고대행사도 직원 근속연수 짧아져

상황이 이렇다보니 마케팅 회사에서 일하던 전문 인력들이 아예 프리랜서 선언을 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대기업 계열 종합광고대행사에서 화장품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했던 이모 씨(37)는 지난달 6년간 재직했던 회사를 그만뒀다. 이 씨는 "육아휴직 기간 경력을 이어나가기 위해 개인적으로 SNS 계정을 운영했는데 수익이 괜찮았다"며 "회사에서 받던 월급보다 2배 많은 수익을 올리게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굳이 회사에 다니지 않아도 충분한 소득이 나오는데다 근무환경도 훨씬 자유로워 고민 없이 그만두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대기업계열 종합광고대행사의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짧아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계열 광고회사 이노션의 지난해 12월 말일 기준 근속연수는 5년8개월로, 2018년 5년10개월에서 짧아졌다. LG계열 광고 지주회사인 지투알의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2018년 10년2개월에서 2021년 9년8개월로 줄었다.

한 종합광고대행사 관계자는 "요즘에는 대기업이라고 해서 구직자가 몰리지도 않는다"며 "특히 프로젝트에 착수하면 해당 기간 매일같이 야근이 이어지기 때문에 '워라밸'을 중시하는 구직자들은 입사를 꺼린다"고 설명했다.업계에선 개인 마케터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며 구인난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디지털마케팅업체 고위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 광고 비중이 커지고 있다지만 오히려 핵심 인력은 회사에 남기보다는 프리랜서 선언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신입직원의 근속연수는 짧아지고 경력직원 구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