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도 원격으로?…디지털 전환 바람이 불고 있다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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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제이앤피메디 CBO 기고의료기관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 요양원이나 자택 등에서 대면 방식으로 참여하는 '분산형 임상시험'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분산형 임상시험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이죠. 의료 규제로 원격의료 및 의약품 배송 자체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의료 데이터 플랫폼 스타트업인 제이앤피메디의 김민석 CBO가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분산형 임상시험 시장의 가능성과 미래를 진단합니다. 각 산업에 디지털 전환 바람이 불고 있다. 임상시험 분야 또한 IT와 만나면서 분산형 임상시험(Decentralized Clinical Trials, DCT) 시대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분산형 임상시험이란 임상시험 대상자(피험자)가 의료기관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요양원, 자택 등의 장소에서 디지털 비대면 방식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임상시험 시장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임상시험이 DCT를 통해 디지털로 전환되면, 비용 절감은 물론 임상시험 참여자의 모집 속도와 참여율을 현저히 높이고 임상시험 기간도 단축시킬 수 있어 제약 및 의료 업계의 관심이 높다. 또한 임상시험의 주 목적인 피험자의 의료 데이터 품질 개선 효과가 뛰어나, 신뢰 높은 신약 개발 성과를 이룰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전통적인 임상시험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분산형 임상시험'
팬데믹 이후 이미 해외에서는 비대면 방식의 분산형 임상시험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IoT, 언택트,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이 높아짐에 따라, 이를 반영한 새로운 방식의 임상시험을 시행하고자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메디테크 인사이트(Medi-Tech Insights)에 따르면, DCT 시장은 2021년 88억달러에서 2026년 142억달러 규모로 매년 10% 이상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일반 임상시험 마켓은 2021년의 경우 484억 달러로 절대적인 규모는 크지만,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5.7% 수준으로, 앞으로 임상시험 마켓 내에서 DCT의 입지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DCT는 감염병이나 희귀질환과 같은 피험자 모집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시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DCT를 임상시험 업계의 선진화를 이끄는 핵심으로 주목하고 있다.
경험자 95%는 '긍정적'
그렇다면, 임상시험에 응하는 피험자들은 변화하고 있는 임상시험의 새로운 방식을 어떻게 받아들일까?2022년 7월 5일, 미국의학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 (JAMA Network Open)’에 DCT에 사용되는 원격 기술들이 임상시험 참여율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가에 대한 주제로 논문이 발표되었고, 이를 통해 실제 피험자들이 DCT에 대해 어떠한 반응을 보였는지 알 수 있었다. 이 논문은 미국에 거주하는 1183명의 암 환자들 대상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한 것으로, 원격 의료 및 DCT 기술에 대한 인식, DCT 도입에 따른 참여 의사의 변화 그리고 나이, 성별, 수입 등의 개인정보 등 총 41개의 항목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우선, 피험자들은 원격 의료 경험을 낯설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원격의료를 경험한 비율은 44% 였고, 이 중 95%는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DCT는 원격 의료와 연관성이 높은 만큼 고무적인 결과라고 해석된다. 또한 DCT 참여 의지의 경우, 피험자가 들이는 노력이 정기방문 치료와 유사하다면 응답자의 77%가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DCT에 대한 긍정적 인식의 확산이 엿보이는 대목이다.2013년 미국 임상연구참여정보센터(CISCRP)가 임상시험을 끝까지 참여한 피험자 그룹과 중도 이탈 피험자 그룹 간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분석한 결과, ‘임상시험 수행기관(site)을 방문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한 비율이 임상시험 도중에 이탈한 그룹이 끝까지 참여한 그룹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던 점도 시사점을 준다. 당시 ‘피험자 동의(informed consent) 과정에서 생기는 의문점이 만족스럽게 답변 되었는가’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변한 비율도 완주 그룹이 이탈 그룹에 비해 약 1.4배 정도 높았다.
이와 같은 결과로 미루어 볼 때, 피험자가 직접 방문을 통해 진행하던 임상시험과정을 DCT를 통해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시간적, 물리적 편의성을 높이고, 임상시험 과정에서 피험자가 요청하는 문의 및 상담에 신속하게 응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면 중도 이탈하는 비율을 현저히 낮출 수 있음이 자명할 것이다.
적극적 도입 위해 규제 완화 방안 모색해야
해외의 한 DCT 서비스 기업 사이언스37(Science37)이 제약사 및 임상시험 수탁기관(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조사인 더 온콜로지 클리니컬 트라이얼 서베이 2022(The Oncology Clinical Trial Survey 2022)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암 질환 임상시험에서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DCT를 도입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49%였으며, 앞으로 1년간 도입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3%에 달했다.조사 대상자들은 DCT를 도입함으로써 기존의 임상시험 과정에서 발생하던 중도 이탈 문제를 해결하고, 피험자의 다양성 확보, 피험자 모집 속도의 증가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와 같은 관련 연구들을 통해 DCT 도입에 대한 임상시험 참여자 및 관련 기관들 모두 호의적인 반응임을 살펴볼 수 있었다.하지만, 한국은 최근 2년 간 단일국가, 다국가 임상시험 모두에서 분산형 임상시험 비율이 각각 1.2%, 6.4%로 선진국 중에서도 낮은 수준이었으며, 특히 다국가 분산형 임상시험은 중진국과의 비교에서도 앞서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임상시험 시장에서는 서울이 2021년 기준 전 세계 1위, 한국 전체로 봐도 다국가 임상시험 순위에서 10위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임상시험 시장에서 작지 않은 입지를 갖고 있음에도, DCT 도입에는 매우 소극적인 상황인 셈이다.
그 이유는 규제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그간 팬데믹 상황으로 인한 한시적 허용을 제외하고는 원격의료 및 의약품 배송 자체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DCT의 도입이 활성화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임상시험 과정에서 환자와 의료인의 대면이 불가피한 검사들이 있어 DCT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의견도 있다.
2020년, 정부는 연구개발 과제로 포스트 코로나 임상시험 환경 변화에 따른 규제 선진화 연구를 선정한 바 있다. 나아가, 임상시험 설계 및 수행에 대해 현대적 접근 방식으로 대응하기 위해 규제 및 기술을 적용하고 시험하며 임상시험 규제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나선 점이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임상시험 시장에 청신호는 켜진 셈이다.
여기에 ‘민간 주도형 공익적 임상시험 (규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식약처의 의견이 수면위로 올라와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이 같은 선진 의료 환경이 완성되어 나가기 위해서는 임상시험 분야 또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상황이다.필자가 있는 제이앤피메디는 국내에서 최초로 DCT를 비롯한 디지털 임상시험의 모든 것을 다루는 올인원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글로벌 분산형 임상시험 공통 협의체인 DTRA(Decentralized Trials & Research Alliance, 분산형 임상시험 연구연합)에서 한국 기업 최초의 회원사로 활동하고 있는 제이앤피메디는 임상시험 문서 관리 솔루션 '메이븐 독스(Maven Docs)’ 등을 통해 국내 임상시험 시장 확대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참고로 메이븐 독스는 오는 11월 11일 임상시험 관련 재단 및 의료기관 등의 최고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디지털 임상시험 심포지엄 ‘제이앤피메디 커넥트 2022(JNPMEDI Connect 2022)’에서 최초 공개를 앞두고 있다.
임상시험 시장의 고도화는 신약 개발 시장에서 막강한 국가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트리거가 될 수 있는 만큼, 민관 협력을 통해 국내 DCT 시장을 꽃피우고, 이를 통해 선진 의료 시대를 앞당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김민석 ㈜제이앤피메디 이사 (Chief Business Officer)
△ ㈜제이앤피메디 이사, CBO
△ 前 종근당홀딩스 이사
△ 前 PwC컨설팅 이사
△ 前 삼성SDS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