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완화책 쏟아낸 정부…"집값 재불안 가능성 낮아"

"주정심 개최·LTV 50% 일괄 적용 파격적"
"시장 전반 문제 해결 위한 방안으로 해석"
사진=연합뉴스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거래가 말랐다. 지방에선 미분양이 늘고 있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로 자금줄까지 막혔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완화방안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시장에 급격한 영향을 주지 않는 점진적 완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집값이 다시 튀어 오르는 등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이 작을 것"이라고 봤다.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27일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는 부동산 시장에 있던 규제를 푸는 방안들이 나왔다.먼저 중도금 대출이 제한되는 기준선을 기존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확대하기로 했다. 해당 규제는 2016년 8월 분양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가는 아파트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중도금 대출 보증이 안 돼 분양가의 70%가량을 차지하는 계약금·중도금을 자력으로 부담해야 했다.

이번에 규제를 해야 한 것은 금리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졌고 원자잿값 인상 등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분양가에 대한 부담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금 경색으로 조합이나 시공사 보증을 통해 수분양자에게 대출을 알선해주는 것도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실장은 "서울에서는 작년에 비해 1순위 청약 경쟁률이 163.8대 1에서 26.1대 1로 크게 내렸고 인천, 경기 등에서는 미분양이 속출하는 상황"이라며 "청약 수요자 대출 여력을 시장에 맞게 현실화했다는 점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서울 시내 한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콘크리트 타설공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경DB
여기에 투기과열지구에서 청약에 당첨된 실수요자들이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기한을 6개월에서 2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함 실장은 "주택 처분 기한 연장 역시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에서 1주택자는 갈아타기 목적의 주택을 구입할 때 기존 주택을 2년 내 처분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허용하는 규제가 선행된 점을 고려하면 신규 분양을 통한 주택 교체 수요도 형평성을 맞춘 것"이라고 했다.

내달 중으로 투기과열지구(39곳)와 조정대상지역(60곳) 해제도 검토한다. 지난 9월 조정대상지역 101곳 중 41곳, 투기과열지구 43곳 중 4곳을 해제했는데 한 달 만에 다시 추가 해제를 검토하는 것이다.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새 정부 취임 이후 벌써 2번이나 주거정책심의위원회가 열리면서 지방 전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됐다"며 "올해가 2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내달 중 주정심을 개최한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주정심이 이렇게 자주 열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규제도 완화된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50%로 완화한다. 현재 무주택자와 1주택자는 비규제지역의 경우 LTV가 70%, 규제 지역은 20~50%가 적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허용된다. 현재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는 15억원이 넘는 아파트에 대해선 대출이 전면 금지된 상황이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LTV를 50%로 완화한 것은 기존 주택들의 거래를 촉진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면서도 "완화가 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15억원 초과 아파트에서 LTV 50%를 일괄 적용한다는 점은 매우 파격적이다. 전 정부에서 제시된, 근거가 뚜렷하지 않은 고가주택 기준인 9억원, 15억원이 폐기된 것이기 때문”"라며 "고가주택 거래를 억누른 채 중저가 주택 거래만을 촉진하겠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번 조치로 주택 금액대에 무관하게 거래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완화된 것"이라고 했다.

함 실장은 "주택 거래의 인위적인 활성화나 고가주택의 규제 완화라기 보다는, 주택시장의 후방산업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아파트 입주 적체 문제와 냉각된 시장에서 집을 갈아타며 겪게 되는 실수요자의 자금난, 세금 부담을 낮추려는 정책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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