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남아 있을까…" 속타는 대구 농산물시장 상인들

현장 통제하는 경찰 인력 없다는 지적 나와
대구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화재 사흘째인 27일 화재 현장은 텐트와 간이 책상을 설치하고 생업을 이어나가려는 상인들로 인해 종일 분주했다. 이날 오전 6시께부터는 도매시장 한편에 마련된 임시 경매장에서 경매가 진행됐다.

삶의 터전을 잃은 상인들이었지만 어떻게든 장사를 이어가기 위해 물건을 사들였다.

상인들은 "불에 타버린 기존 경매장보다 임시 경매장이 좁아 평소보다 (거래) 물건이 적었다"고 입을 모았다. 과일 도매상인 손영태(37) 씨는 "과일을 놔둘 공간이 없다 보니 평소보다 경매장에 들어온 물건이 체감상 70%가량 줄었다"고 했다.

그는 "불이 난 게 소문나서 생산자들이 물건을 시세대로 받지 못할까 봐 평소보다 물건을 적게 들여오기도 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과일을 밖에 놔둬도 괜찮은 날씨라 임시로 주차장 한편에 물건을 쌓아놨다"며 "날씨가 더 추워지면 과일 종류는 끝장이기 때문에 물건을 놔둘 공간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채소 도매상인 김잠태(74) 씨는 "우리 도매업 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물건이 많이 들어오는 게 좋다"며 "오늘처럼 물건이 적게 들어오면 단가만 비싸지고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했다.
도매시장 건물 기둥과 천장 등 시설물들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상태로 여전히 방치돼 있었다.

그럼에도 귀중품이나 장부를 가게에 둔 몇몇 상인들이 경찰 폴리스라인을 넘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건물 곳곳에 '붕괴위험'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표지들이 붙어 있었지만, 현장을 통제하는 경찰 등 인력은 보이지 않았다.

차대식 대구 북구의회 의장은 "현장 통제가 조금 미숙한 것 같다"며 "경찰을 비롯한 현장 관계자들이 안전 문제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할 거 같다"고 우려했다.

경찰은 지난 25일 밤 70여곳의 점포를 태운 매천동 도매시장 화재 원인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전날 합동감식을 벌인 데 이어 화재 현장 CCTV와 시장 소방시설 자체점검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등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