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하 동작구청장 "노량진 역사에 63빌딩 버금가는 동작구 랜드마크 짓겠다"

노량진역은 한국 철도 시발점
환승용도 넘어 사람 머무르는
문화·업무 복합공간으로 재창조
LoL 등 국제 게임대회도 유치

인근 수협 보유 부지와 연계
美 '코넬테크'처럼 창업 넘치는
신산업 육성의 장 만들 것

동작구형 재개발·재건축 추진
10년 걸리는 정비, 4년으로 단축
도심 두 곳에 주상복합 계획
박일하 동작구청장은 “동작구형 재개발·재건축을 진행하고 교통 여건을 개선해 동작구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10분 콤팩트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솔 한경디지털랩 기자
“노량진 역사에 63빌딩에 필적할 만한 동작구의 랜드마크를 짓겠습니다.”

박일하 동작구청장은 27일 “지하철 1, 9호선의 환승역이자 서울 서부선 경전철 역이 될 노량진역을 단순한 환승 용도가 아니라 사람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재창조해야 한다”고 말했다.노량진역은 경인선이 놓인 1889년 개통한 한국 철도의 시발점이다. 2002년 처음 추진된 민자 역사 개발 사업은 아직 착공도 하지 못했고, 노후 역사는 그대로 방치돼 있다. 과거 ‘고시 성지’로 전국에서 수많은 학생이 모여든 노량진동은 화상 강의의 발달로 활력을 점차 잃고 있다.

새로운 동작구를 위한 박 구청장의 첫 계획은 노량진민자역사 자리에 구의 간판이 될 복합빌딩을 짓는 것이다. 그는 “새 건물에 상업시설, 주거시설 등을 유치하고, 근린생활시설에는 리그오브레전드(LoL) 국제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게임문화 시설을 만들겠다”며 “동작구엔 하나도 없는 지식산업센터를 지어 기업도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량진민자역사 주식회사는 기업 회생 절차를 진행 중이다. 박 구청장은 “절차가 마무리되면 이르면 내년께 착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의 구상은 민자역사 개발만이 아니다. 박 구청장은 “인근 수협 보유 부지 개발과 연계해 미국 맨해튼의 ‘코넬테크’와 마찬가지로 창업 기업이 넘치는 신산업 육성의 장으로 삼겠다”며 “노량진 민자역사 일대 개발 사업은 동작구 지도가 바뀌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해결이 시급한 또 다른 문제는 교통이다. 동작구는 일찌감치 서울 남부의 중심으로 가치가 부각됐지만, 좁은 도로를 그대로 둔 채 집만 늘어났다. 취임 후 살펴보니 4차로 이상 도로가 교차하는 사거리가 세 군데밖에 없을 정도였고, 교통난을 호소하는 주민도 많았다.

박 구청장은 2차선 도로인 서달로의 4차선 확장, 4차선인 흑석로의 8차선 확장 등 도로 확장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속도감 있는 재건축·재개발로 기부채납을 받아 도로를 넓힐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4차선 구간을 확장해가면 결국에는 모든 구간이 이어져 도로가 완전히 넓어지는 건 물론이고 병목 구간도 해소할 수 있다. 그는 “도시계획선을 그어 놓고 행정 대집행을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동작구형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해 정비사업 기간을 대폭 줄이고 교통 문제도 해결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근 만든 ‘대한민국 동작 주식회사’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했다. 동네 정비사업이 해볼 만한지, 동의서는 써야 하는지, 서류 작성 방법은 무엇인지 고심하는 조합과 주민에게 조언해주는 컨설턴트 역할을 맡겼다.국토교통부에서 최근에 발표한 민간 도심 복합개발 사업에 참여해 임기 중 구내 주요 장소 두 곳에 주상복합건물을 짓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박 구청장은 “현재 후보지를 물색하는 단계”라며 “10년, 20년 걸리는 정비 사업을 4년 임기 내 끝내는 프로젝트를 시범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 구청장은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인구가 폭증하고, 중앙대병원 이용객이 많은 서울 지하철 9호선 흑석역에 급행열차가 정차하는 문제와 관내 고등학교를 유치하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일하 구청장은, 국토부 출신 '철도 박사'…"교통난·재개발·재건축 문제 풀 것"

박일하 동작구청장은 철도의 요지 충북 제천에서 태어난 국토교통부 공무원 출신 행정가다.고교 졸업 후 입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는 철도대를 택한 건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만은 아니었다. 철도의 교통 분담률이 90%를 넘던 1970년대 제천은 중앙선과 태백선이 분기하는 철도 교통의 요지였고, 지역사회에서 철도청 직원의 위상도 매우 높았다. 그가 어린 시절 철도 공무원을 꿈꾼 이유다.

박 구청장은 과거 건설교통부(국토부) 외청이었던 철도청이 국가철도공단과 철도공사로 나뉜 시절 철도청에서 건설교통부 공무원으로 트랙을 바꿨다. 4만여 명이 일하는 대조직인 철도청에서 40명만 국토부로 옮겨갔다.

그는 주경야독으로 서울과학기술대에서 학사,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토목시공·철도 기술사, 건설사업관리전문가 등의 자격증도 땄다.

국토부에선 해외 건설, 물류, 철도, 도로, 항공 등의 분야에서 두루 경험을 쌓았다. 국토부 투자심사 담당관 시절엔 수도권 지하철 분당선 민자 협약을 진두지휘했다. 경기도 건설국장으로 파견됐을 때 지방행정에 매력을 느꼈고, 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다. 이후 6·1 지방선거에서 ‘교통난 재개발·재건축 문제를 해결할 행정가’라는 구호를 내세워 구청장에 당선됐다.

당선 이후엔 동작구 공무원들에게 명찰을 달도록 했다. 이름 석 자를 걸고 민원인의 이야기를 들으라는 취지다.

김대훈 기자■ 박일하 동작구청장

△1963년 충북 제천시 출생
△제천고
△한국교통대
△서울과기대 토목공학과
△서울과기대 철도전문대학 석사·박사
△부산지방항공청 공항시설국장
△서울지방국토관리청 건설관리실장
△국토교통부 투자심사담당관
△국토교통부 철도국 광역도시철도과장
△20대 대통령직 인수위 경제2분과 자문위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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