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끈다' 시장 자금 경색에 보증채무 상환 앞당긴 강원도

선취이자 만기일인 내년 1월 29일→올해 12월 15일까지 전액 상환
"금융기관, 전화 한 통 없이 부도 처리…건전한 판단이었는지 의문"
강원도가 27일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반조성 사업을 추진한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한 보증 채무를 올해 안에 전액 상환하기로 발표한 것은 그만큼 이번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달 28일 GJC에 대한 기업 회생 신청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GJC가 BNK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2천50억원을 대신 갚는 사태를 방지하고자 GJC에 대해 회생 신청을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 지사는 회생 신청이 내년에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고, 법정 관리인이 GJC의 자산을 잘 매각하면 대출금을 갚고, 2천50억원의 보증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은 이를 채무 불이행(디폴트)으로 받아들이면서 사태는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이후 김 지사는 "보증 채무는 계약대로 이행하겠다.

금융권에서 불안해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가 있는데 강원도가 보증 채무를 갚지 않으려는 게 아니다"며 채무 이행 계획을 거듭 강조했지만, 상황은 중앙정부까지 나서 대책을 내놓는 국면으로 급변했다.
이에 김 지사는 지난 21일 "GJC의 보증 채무를 늦어도 2023년 1월 29일까지 이행하겠다"며 "지급금 2천50억원을 내년 예산안에 편성하겠다"고 밝히는 등 진화에 나섰다.그런데도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지난 24일 동아시아 지방정부 관광연맹 총회에 참석차 베트남으로 출국해 현지에 머무르던 김 지사는 추경호 경제 부총리와 전화로 협의를 마치고 이날 정광열 경제부지사를 통해 오는 12월 15일까지 2천50억원 전액을 상환하겠다는 뜻을 발표했다.

애초 제시했던 상환 일자보다 45일가량 앞당긴 것이다.

재원은 추경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올해 추경을 하지 않겠다던 기존의 태도를 뒤집은 것이다.김 지사는 베트남 현지 일정을 축소하고 이날 오후 하루 앞당겨 귀국한다.
도는 보증채무를 올해 전액 갚겠다는 뜻을 발표하면서도 부도 처리를 한 금융사에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도는 대출 만기일(지난달 29일) 한 달 전부터 연장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내년도 1월29일까지 연기하는데 들어가는 선취 이자 38억원을 납부해 별다른 사유가 없는 한 연장되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주장이다.

또 GJC에 대한 기업회생 신청 계획을 발표 하루 전날 BNK와 사전 공유했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BNK는 다음날 기한이익 상실 사유를 통보하고 당일 15시까지 2천50억원 전액 지급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기한이익상실은 금융기관이 채무자의 신용위험이 커지면 대출금을 만기 회수하는 것이다.

도는 GJC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20년 BNK투자증권을 통해 2천5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를 발행할 때 채무 보증을 섰다.

GJC가 레고랜드 건설 자금 조달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아이원제일차의 2천50억원 규모 ABCP는 만기일인 지난달 29일 상환하지 못해 지난 4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정광열 경제 부지사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고,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흐른 것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보증 채무 전액을 올해 상환하기로 했다"며 "BNK가 도와 전화 한 통화만 했으면 이 사태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전혀 소통하는 과정 없이 당장 돈 갚으라 하니 어떻게 마련할 수가 있겠냐"며 "사전에 상의했음에도 단지 회생 신청 계획을 말했다는 이유로 바로 부도처리 해버린 것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으로서 과연 건전한 판단이었는가 하는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