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니엘부터 BTS·슈프림까지…캔버스가 된 루이비통 트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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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중심 장악한
'루이비통의 아트월드' 뉴욕
열세 살의 어린 나이에 걸어서 파리까지 간 그는 귀족들의 여행 가방을 나르는 짐꾼이 됐다. 파리의 귀족들은 고급 실크 드레스를 투박하고 둥근 상자에 싣고 다녔다. 짐꾼이었던 루이 비통은 이동하기 편리하고 튼튼한, 그러면서도 여러 개를 쌓아 올릴 수 있는 트렁크를 만들었다. 이 트렁크는 루이 비통 창업주의 철학을 담은 가장 아이코닉한 제품이 됐다.그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전 세계 예술가와 기술자, 디자이너 등 루이비통의 하우스 앰배서더 200여 명이 200개의 특별한 루이비통 트렁크를 제작했다. 작품들은 미국 뉴욕 매디슨가에서 지난 14일 개막해 오는 12월 31일까지 열리는 ‘200개의 트렁크, 200명의 선구자(200 Trunks, 200 Visionaries)’ 전시에서 공개됐다. 루이비통의 철학을 계승한 특별한 예술 작품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전시장을 찾았다.
장 미셸 오토니엘부터 BTS까지
루이비통은 이번 전시를 위해 200여 명의 아티스트에게 직접 루이비통의 트렁크 원형을 건넸다. 트렁크가 하나의 캔버스가 된 셈이다. 3층에 걸쳐 마련된 전시 공간에서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한 트렁크들이 전시됐다. 루이비통이 쇼윈도에서 트렁크를 진열했던 방식 그대로 겹겹이 상자 위에 쌓아둔 예술적인 트렁크들을 만날 수 있다.하늘을 나는 트렁크·NFT 패브릭도 ‘눈길’
루이비통 관계자는 “트렁크 내부에 소형 비행기에 쓰이는 터빈을 그대로 적용해 실제 하늘을 날 수 있다”며 “트렁크를 끌지 않고도 여행을 다니는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점성술 작가이자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수전 밀러는 트렁크 내부에 루이 비통이 탄생한 시각인 1821년 8월 4일 오전 3시 태양계 행성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작가에 따르면 그가 태어난 시각의 행성은 창의력과 품질,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확신 등을 상징한다고. 이외에도 영국 DJ 겸 프로듀서 벤지 비가 제작한 주크박스 트렁크, 순수 디지털 기술로 만든 루이비통의 NFT(대체불가능토큰) 패브릭 등이 돋보였다. 국내에서는 BTS가 한글로 ‘엘뷔’(LV·루이비통의 로고) 일러스트를 직접 그려넣은 작품을 전시해 인기를 끌었다.
뉴욕=정소람 특파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