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까지 주택 공급 '보릿고개'…침체 후 폭등 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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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밀레니엄포럼“이대로 가면 2025년까지 공급 보릿고개가 연장될 수 있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집값 불안 없게 '공급 사이클' 정상화할 것
매수인 '거래파업' 상태…극단 상황 없게 조치
부동산 PF 위기 '신속하고 충분하게' 지원해야
토지 이용 규제, 시대에 맞는 과감한 개선 검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7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해 “공급 경색으로 인한 집값 폭등을 막기 위해 비틀어진 공급 사이클을 정상화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리 인상,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경색으로 인허가를 받은 현장마저 줄줄이 착공이 지연되는 현 상황이 자칫 부동산 침체 이후의 가격 폭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다.금리를 부동산 시장의 최대 변수로 꼽은 원 장관은 “매수인들이 거래 파업 상태에 들어갔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리 등 대외 변수가) 최악인 상황까지 대비하겠지만 그사이 수요자들이 거래 단절로 인해 극단의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청약 당첨자의 기존 주택 처분기한 2년으로 연장, 아파트 중도금 대출 대상 분양가 12억원으로 확대, 규제지역 조기 해제 등 부동산 관련 규제를 대거 푼 배경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도시공간 구조 재편에서 아쉬운 부분은 수요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서울 도심권의 주택 공급이 멈췄다는 것이다. 도심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도시계획 측면에서 누적됐다.▷원 장관=서울은 공급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공급량이 연 3만 가구 밑으로 내려갔다. 정상적인 사이클로는 6만 가구 이상 공급돼야 하는데 이 상태로는 2025년까지 보릿고개가 연장될 수 있다. 공급 불안이 이어지면 주택 시장 침체기 이후 또다시 집값 폭등이 올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의 비틀어진 수요·공급 사이클이 정상 작동하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공공 물량 등도 늘려 충격을 흡수해야 한다.
▷이 교수=주택학회 세미나에서 중진 학자들에게 물으니 실거래가 지수 기준으로 고점 대비 30% 이상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답이 절반을 넘었다. 똑같은 지수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서울 하락폭이 20%밖에 안 됐다. 그만큼 시장 상황이 심각하다.
▷원 장관=부동산 가격이 고점 대비 20% 하락할까, 30% 하락할까에 앞서 금리가 가장 큰 변수라고 생각한다. 수요자들이 꼼짝하지 않는다. 매수인들은 거래 파업 상태다. 금융위기 때 미분양 물량이 전국 16만 가구였고 지금이 3만 가구다. 당시보다는 적은 편이지만 한 달에 1만 가구씩 늘고 있다. 10만 가구가 되면 상당한 위기가 올 텐데 비상 플랜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이충재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고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 문제도 있어 건설 현장이 가동되지 않고 있다. 결국 돈 문제가 해결돼야 건설 산업이 작동하는데, 추가적인 대책이 있는가.
▷원 장관=112조원 규모의 부동산 PF 대출이 하나씩 만기가 돌아온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같은 우량 사업장도 7000억원 조달을 못 해 시공사가 유상증자한다든지, 그 물량을 떠안는 건 시장에 과도한 주름살이 가는 것이다. 금융당국과 긴밀한 공조를 통해 금융 앞단의 방파제에서 막아내도록 하겠다.
▷이병태 KAIST 경영공학부 교수=정부가 주도해 수급을 통제하겠다는 발상을 바꿔야 한다. 정부가 270만 가구를 공급하는 것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원 장관=특정 수요, 거래량 등을 억누르는 건 궁극적으로 정부 역할이 아니라고 본다. 270만 가구 공급 계획도 공급 능력 내지 여건을 뜻하는 것이다. 정부는 수요와 공급 사이클이 안 맞아서 수요가 느는데 공급 능력이 안 돼 가격이 폭등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또 완만한 하락이 아니라 폭락으로 가지 않도록 완화책에 방점을 둔다.
▷황영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기본적으로 시장에 맡기는 데 찬성한다. 다만 현재 부동산 PF 시장에 불이 붙어 있다. 그대로 놔두면 큰일 난다. 정부가 ‘50조원+α’ 유동성을 투입하지만 부동산 PF 규모는 112조원에 이른다. 아예 20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금융위기 때 배운 골든룰은 위기 초기에 ‘신속하고, 충분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 장관=‘신속하고, 충분하게’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실물 경제 주체에 부담을 떠넘기는 게 아니라 금융권도 후폭풍이 두려워서 주저하는 부분에 대해 신용 보강 등을 통해 공조해야 한다. 한국은 여전히 건전한 축에 속하는 만큼 먼저 쓰러지거나 타이밍을 놓쳐서 억울하게 죽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권호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압축된 서울을 여러 개 둘 것이라는 발표가 와닿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도 충북 진천에 있어 지역 균형 발전에 관심이 크다. 충청도 시골 지역에 작은 서울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궁금하다.
▷원 장관=진천 자체는 어렵지만(웃음) 대전 세종과 연결해 굳이 서울 과밀 지역을 비집고 들어가지 않아도 되도록 정주 여건 등을 개선하겠다.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겠다.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해운 항공 부문의 국제적 위상을 지키기 위해선 자원 배분부터 변화해야 한다. 우선순위에서 물류산업이 뒤지지 않도록 잘 협의해줬으면 좋겠다.
▷원 장관=문제의식에 공감한다. 물류는 다른 산업에 비해서 규제 혁신 속도가 훨씬 빠를 수 있다. 교통 등 다른 분야는 소비자 저항도 많은데 물류산업은 비교적 덜하다.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비정상 주거지인 반지하, 쪽방 문제 등을 어떻게 해소할 건지 궁금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5000달러를 넘어섰는데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민소득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원 장관=공공임대주택을 충분히 공급해서 입주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공이 모든 물량을 공급할 수 없다면 민간 임대를 통해 공급해야 한다. 소득 대비 임대료(RIR)가 20을 넘어가면 수요자가 자금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비정상 주거에 살 수밖에 없다. 민간 공급을 늘려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겠다.
▷하헌구 인하대 아태물류학과 교수=새 먹거리인 모빌리티와 관련해 지난 9월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뭔가를 할 수 있는 체계가 중요하다. 실제로 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체계, 제도, 조직을 준비해야 성과로 나올 것이라고 본다.
▷원 장관=토를 달 게 없다. 공감한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주택 공급 문제와 더불어 인구 구조 변화를 살펴야 한다. 서울은 1인 가구가 40%를 넘는다. 재건축 사업 등은 주로 대형 주택 위주로 간다.
▷원 장관=인구 구조 변화를 지방 소멸, 주택 공급 문제에 잘 반영해야 한다는 통찰력 있는 지적이다.
▷조일훈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선 투자 활성화가 필요한데 토지 이용규제와 관련해 혜안이 있는지 궁금하다.▷원 장관=그린벨트 등 토지 이용 규제뿐 아니라 상업, 1·2종 등 도시계획 규제도 지나치게 과거 개발경제 시대에 묶여 있다. 시대에 맞게 더 유연하고 복합적으로 분명한 목적과 용도가 있을 때는 과감하게 규제를 푸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 종합적인 계획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공청회와 자문을 진행하고 있다. 기다려주면 진전된 안을 발표하겠다.
심은지/이혜인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