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장관 친하고 유력의원 측근"…공소장에 야권 10명 등장(종합)

靑비서실장·장차관급·국회의원 친분 과시하며 10억 뒷돈
검찰, 유력 인사 청탁 개입·뒷돈 수수 여부 추적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의 공소장에는 문재인 정부 장·차관급 인사와 민주당 국회의원·당직자 10명의 실명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이들과의 친분을 통해 각종 청탁을 들어주겠다며 사업가 박모씨에게 10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19일 구속기소됐다.

27일 연합뉴스가 확보한 29쪽 분량의 공소장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고위급이나 유력 국무위원, 당시 여당 국회의원 등의 실명이 대거 등장한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씨와 박씨의 '검은 관계'가 시작된 것은 2019년 12월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관련 청탁이 필요했던 박씨에게 이씨는 "A 중기부 장관을 언니라고 부를 정도로 친하다.

나는 당의 주도적 위치로 갈 유력 정치인 B 국회의원의 측근이고 C 대통령 비서실장과도 친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씨는 중소기업창업투자자 인수 관련 청탁을 받자 "A 장관에게 감사 표시를 할 돈과 수고비가 필요하다"며 4천만원을 받았다. 박씨는 실제로 이 회사의 지분 양수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이씨는 21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한 2020년 2월에는 "공천을 받으려면 어른들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총 6천만원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서초갑 공천을 받고 민주당 부대변인으로 임명되자 이씨의 요구는 더 직접적이었다. 그는 "나중에 사업적으로 많이 도와줄 테니 스폰(스폰서)을 해달라"고 했다.

그는 중기부의 모태펀드 출자사업 선정, 산업통상자원부의 액체수소 에너지 기업 정부 지원금 신청, 용인스마트물류단지 인허가, 국토교통부 관련 조합원 모집 수수료 등 박씨의 지인과 관련된 사업을 잇달아 청탁받아 총 2억7천만원을 수수했다.

특히 이씨는 "D 산업부 장관과 친한데 장관급이니 미팅을 잡으려면 1억원 정도를 챙겨줘야 한다"라며 돈을 받았다.

이 청탁을 통해 박씨 측은 실제로 산업부 간부들을 만났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이씨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스크 수출 허가, 생산중지처분 취소 청탁에도 '해결사'로 나섰다.

그는 E 전 식약처장과 통화해 박씨 측이 담당 공무원을 만날 수 있게 한 명목으로 2억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2020년 4월 포스코건설 소유의 구룡마을 개발 관련 우선수익권 인수를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자 "C 실장님이 도와주신다고 했다.

F 국토부 장관과도 친하다"고 친분을 과시하며 3억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C 실장과 청와대에서 함께 찍은 '인증 사진'을 박씨에게 전송하기도 했다.

이씨는 그 뒤에도 한국남동발전 수력발전기, 한국수자원공사 태양광발전 설비 납품 알선 명목으로 2020년 8월까지 총 3억1천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C 실장과 통화 후 로비 대상과 친분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속 민주당 G 국회의원에게 남동발전 사장을 만날 수 있도록 청탁했다.

이 만남은 실제로 성사됐다고 한다.

이밖에 공공기관 직원의 청와대 인사 검증 통과, 한국남부발전·한국남동발전·한국동서발전 직원 승진, 경찰관 발령 등 박씨의 인사 청탁을 잇달아 수락했다.

그 대가로 이씨가 고가의 명품 핸드백 등을 고르면 박씨는 그 대금을 계좌이체로 결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알선 대가로 받은 돈과 불법 정치자금을 총 10억원으로 판단하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공소장에는 장·차관급 인사뿐 아니라 민주당 소속 전직 지역 구청장, 지역위원장 등도 청탁 대상으로 언급된다.

실명이 언급된 사람만 10명에 달한다.

이들은 그러나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거나 아예 연락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A 전 장관은 연합뉴스에 "이씨와 전화한 적도 없고 청탁을 받은 적은 더더욱 없다.

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해당 인사들이 청탁을 들어주거나 이씨를 통해 뒷돈을 받았는지 등을 추가로 확인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