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집 지어도 사는 사람이 없다…부동산 시장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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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서울 상계동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만난 30년차 공인중개사 김모 대표의 설명은 꽁꽁 얼어붙은 주택시장 상황을 잘 보여준다. 김 대표는 “갈수록 시장이 나빠지는데 금리까지 오르니 누가 집을 사겠느냐”고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전국 주택 매매량은 38만539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3만7317건)보다 47.7% 급감했다. 수도권은 57.3%, 지방은 38.5% 줄어 수도권의 감소 폭이 더 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점도 분위기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집은 현실적으로 대출을 끼고 사는 사람이 절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주택시장 선행지표…올 들어 85% 급증
이런 가운데 주택시장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미분양’은 늘고 있다. 미분양이란 정부 승인을 받아 일반인을 대상으로 분양했지만 소화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8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3만2722가구로 한 달 새 4.6%, 작년 말과 비교하면 85.8% 늘었다. 지난해 10~11월 1만4000가구 안팎으로 바닥을 찍은 이후 매달 증가 추세다.미분양 물량은 여러 이유로 생겨날 수 있다. 단순히 청약 신청을 잘못해 부적격 판정을 받거나 돈을 제때 내지 못해 계약이 해지되는 사례가 꽤 있다. 집을 다 지어놨는데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준공 후 미분양’이 급증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건설사들은 준공 후 미분양을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한다. 8월 말 기준 서울 지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188가구)은 전월 대비 24.5%, 수도권(1042가구)에서는 2.5% 증가했다.
수도권에서 2020년 10월 이후 2년 만에 ‘미분양 관리지역’이 등장한 점도 심상치 않은 신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최근 경기 안성시와 양주시를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선정했다. 미분양 관리지역은 미분양 주택이 500가구 이상인 시·군·구 가운데 미분양이 계속 늘고 있거나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아 관리가 필요한 곳을 HUG가 지정하는 제도다. 미분양 관리지역에서 분양 보증을 받으려는 사업자는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미 집이 남아도는 지역인 만큼 신규 공급 물량을 조절하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