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이 꿈꾸는 '승어부'…출발점은 'BC' 강화와 사업 개편

(1) 신사업 전략

바이오는 신약 개발 위해
해외 바이오텍에 적극 투자

비핵심 계열사 통합·재편
'선택과 집중' 가능성도

< BC : 바이오·시스템반도체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앞줄 가운데)이 28일 광주에 있는 1차 협력사 디케이를 방문해 ‘상생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이 디케이 직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핵심 미래 사업으로 바이오(bio), 차세대 통신(6G), 시스템 반도체(chip)가 꼽힌다. 이 회장은 부회장 시절부터 이들 미래사업에 대한 전략을 고민하고 중요한 고비 때마다 투자를 결정했다. 회장에 오른 만큼 미래 사업에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비핵심 계열사와 사업부에 대해선 매각 및 합병 같은 과감한 사업구조 재편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JY가 직접 챙기는 미래사업

삼성 고위 관계자는 28일 “이 회장의 승어부(勝於父) 사업 전략은 바이오, 시스템 반도체 중심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승어부는 ‘아버지를 뛰어넘는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2020년 12월 “제가 꿈꾸는 승어부는 ‘더 크고 강한 기업’을 넘어 국민이 ‘신뢰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회장은 2014년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미래사업에 꾸준한 관심을 나타냈다. 시스템 반도체(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제품과 서비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에 대해선 2019년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 달성”을 선언했다.

삼성은 ‘제2의 반도체’로 낙점한 바이오 사업에 지난 10여 년간 조(兆)단위 투자를 이어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 이후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공장 건설에 3조9000억원(1~4공장)을 쏟아부었다.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4공장(24만L) 건설에만 2조원이 투입됐다. 4공장 준공식엔 이 회장이 직접 참석했다.이재용 회장은 5G 등 삼성전자 차세대 통신 사업 육성을 주도했다. 6G 시대도 주도적으로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5월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 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하고 6G 선행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 연달아 5G 통신장비 수주에 성공한 게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 사업은 ‘반도체 신화’에 필적하는 이재용 시대 주요 사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TSMC 추격, 신약 개발이 숙제

이들 신사업은 삼성의 확고한 미래 사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운드리에선 TSMC를 추격하는 것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시장점유율은 16.5%로 1위 TSMC(53.4%)와 격차가 크다. 최근 파운드리사업부는 공장부터 짓고 고객을 받는 ‘셸퍼스트’와 초미세공정 기술 개발, 전통공정 투자 확대 등을 중장기 전략으로 제시했다. 2030년까지 수십조원의 투자가 필요한 거대 프로젝트다.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AMD 같은 고객사를 신규로 유치하고 퀄컴, 엔비디아 같은 기존 고객사를 끌고 가기 위해선 회장 차원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오 사업에선 ‘신약 개발’ 경쟁력이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해외 유망 바이오테크에 투자하고 있지만 ‘좀 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실용성 앞세워 ‘선택과 집중’

미래사업 육성과 동시에 이 회장이 비핵심 계열사의 사업 재편을 통해 ‘선택과 집중’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초일류 정보기술(IT) 기업’이란 위상에 다소 비켜서 있는 일부 건설·금융 계열사 등에 손을 댈 것이란 분석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건설사업군에 속한 계열사나 사업부의 매각, 업무 영역이 겹치는 사업부 간 통합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은 실용성을 앞세운 사업전략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라며 “삼성의 사업 재편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한재영/김형규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