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대면 비대면 외면·인생은 우연이 아닙니다

주변의 상실·한국 땅에서 예술하기·빅뱅의 질문들
▲ 대면 비대면 외면 = 김찬호 지음.
'모멸감' '돈의 인문학' 등을 쓰며 꾸준히 한국사회의 구석구석을 해부해온 저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변화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조명한다. 일상이 된 마스크 착용 탓에 '호모 마스쿠스'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은 인류는 '대면' 대신 '비대면'을 통해 세상과 연결됐다.

재난의 긴 터널은 이제 그 끝을 향해가지만, 대면과 비대면은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되고 교차하면서 기존의 위계와 관행을 무너뜨리며 새로운 사회질서를 형성하고 있다.

저자는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거나 또 다른 감염병을 대비해야 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시대적·사회적 변화상을 폭넓게 조감한다. 또한 대면과 비대면이 사회와 사람들의 인식에 미친 영향을 미시적으로 관찰하면서 대면의 반대는 비대면이 아니라 외면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팬데믹이 개인과 사회에 어떤 경험이었고 그것이 남긴 여파가 무엇인지를 '사회적 관계' 차원에서 되짚는다.

문학과지성사. 268쪽. 1만5천원.
▲ 인생은 우연이 아닙니다 = 김경훈 지음.
전 세계의 다양한 사건, 인물, 사연을 취재한 로이터통신 기자가 쓴 인문 에세이. 묵묵히 걸어가는 우보(牛步)의 지혜를 전하는 책이다.

저자는 무수한 선택으로 좋은 사진이 만들어지듯, 모든 순간이 쌓여 인생을 만든다고 말한다.

삶 속에는 우연이 종종 찾아들지만, 우연이 인생 항로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것.
우연보다는 꾸준한 노력, 습관, 매일매일 해온 일들이 중요한 결과를 낸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가 한국인 사진기자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것도 일상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책은 사진에 얽힌 여러 이야기와 일하는 태도를 전하며 삶을 어떤 관점으로 봐야 하는지 안내한다.

다산초당. 296쪽. 1만7천원.
▲ 주변의 상실 = 샹바오 지음. 김유익 등 옮김.
샹바오는 중국의 떠오르는 인류학자다.

베이징대 학부 시절부터 베이징 근교를 탐색한 '저장촌 연구'로 주목받았고, 옥스퍼드대 박사 논문에 기초한 '글로벌 바디 쇼핑'으로 2008년 미국 인류학회의 앤서니리즈상을 받았다.

책은 샹바오의 다양한 인터뷰와 강연원고를 담았다.

학문의 의미, 지식인의 역할, 신자유주의, 일체화된 시장 경쟁, 플랫폼 경제, 빈곤과 노동, 로컬과 글로벌, 문명과 전쟁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저자는 혼돈의 시대에 '자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중요성에 대해 역설한다.

글항아리. 552쪽. 2만5천원.
▲ 한국 땅에서 예술하기 = 박소양 지음.
'자유' '혁명' '해방' 등 정치적 키워드로만 해석되어온 '민중미술'. 하지만 정치적 프레임만 걷어낸다면 민중예술도 다양하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

1970~80년대 민중미술가로 활약한 작가 임옥상이 그 예다.

그는 그간 저항의 상징으로만 치부됐지만, 그의 작품은 애초부터 땅에 기반한 생태적 세계관에 뿌리를 뒀다.

미술평론가인 저자는 임옥상의 작품 속에 숨겨진 보편적 인문주의의 경향성을 끄집어내면서 민중 미술이라는 프레임으로만 그의 작품을 해석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한길사. 304쪽. 2만8천원.
▲ 빅뱅의 질문들 = 토니 로스먼 지음. 이강환 옮김.
'특수 상대성 이론' '일반 상대성 이론, 우주론의 기반' 등 빅뱅에 대한 15가지 궁금한 점에 대한 해설을 담았다.

과학저술가인 저자는 단편적인 사실이나 지엽적인 논쟁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빅뱅 이론의 핵심 개념과 그 발전 과정을 큰 맥락에 따라 풀어낸다. 한겨레출판. 264쪽. 1만6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