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나고야에서 커피 주문해보세요…깜짝 놀랄 일이"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커피 주문하면 단팥 바른 빵 함께 나오는
나고야식 아침식사 '모닝구'

'미국 영향?' 오해 받지만 에도시대부터의 전통
섬유업 발달한 지역 문화에서 시작
마이니치신문
"빵은 주문하지 않았는데요?"

아이치현 나고야의 찻집에서는 커피를 주문한 관광객들이 놀라곤 하는 풍경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나고야식 커피 프렌차이즈 고메다커피가 2019년부터 일본 전역에 진출한 덕분에 어느듯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친숙해진 아침 문화.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여전히 이색적인 이 지역 특유의 문화다.'나고야 방식'이라고도 불리는 이 문화는 아침 시간대 찻집에서 커피 등 마실 것을 주문하면 토스트와 삶은 계란, 샐러드가 무료로 나오는 서비스를 말한다. '모닝구(영어 '모닝'의 일본식 발음)'로도 통한다. 나고야의 비즈니스호텔들은 자체적인 서비스를 마련하는 대신 주변 찻집과 연계해 투숙객들에게 조식을 제공하는 곳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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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일본인들조차 나고야 모닝구를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생겨난 문화로 착각한다. 실은 에도시대 때부터 시작된 유서깊은 문화라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나고야 방식으로 불리지만 원래 발상지 역시 나고야가 아니라 아이치현 북서부의 이치노미야시라는 설이 유력하다.

섬유업이 번성한 이치노미야시에서는 1950년대부터 모닝구가 시작됐다. 방직기가 '가찬(철컥)'하고 한 번 움직이기만 해도 1만엔을 벌 수 있어 '가차만 경기(ガチャマン景気)'가 한창인 때였다.소음 때문에 상담이 불가능한 공장 응접실 대신 주변 찻집을 활용한 것이 모닝구의 시작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가게를 이용해 주는 단골에게 감사의 의미로 찻집에서 삶은 계란과 땅콩을 내놓으면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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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노미야시의 차 문화는 에도시대 말기(1800년대 후반)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설도 있다. 이치노미야 일대는 큰 강이 흐르는 윤택한 평야지대. 농업이 번성한 풍족한 지역이었던 덕분에 무사와 상인 뿐 아니라 농민들 사이에서도 하루 농사일을 마치면 야외에서 차를 마시는 문화가 성행했다.

'나고야의 찻집 완전판' 등을 펴낸 작가 오다케 도시유키에 따르면 "차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데 돈 쓰는 문화가 서민들 사이에 퍼져 있던 지역"이라며 "2차대전 후 찻집이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양한 모닝구가 생겨났다"고 설명했다.일본에서 카페 문화는 초기 개항지 가운데 하나인 고베를 으뜸으로 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닝구가 아이치에서 발달한 이유를 일본인들은 "짠돌이에 극성맞은 이 지역 사람들의 기질을 반영한 것"으로 오해하곤 한다.

실은 지역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아이치에는 대형 식빵 메이커만 3곳이 있다. 이 기업들은 주변 지역의 가게에는 그날그날 빵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갓 구운 식빵을 매일 필요한 만큼만 공급하기 때문에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오다케 작가는 "'어쩌다 한 번 가게에서 먹으니까 맛있다'라고 느끼는게 아니라 정말 맛있는 빵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아이치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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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에 삶은 계란이 추가된 이유 역시 이 지역에서 양계업이 번성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나고야식 아침식사의 명물은 버터 대신 단팥을 얹은 오구라 토스트다. 삶은 계란 대신 계란찜을 내는 가게도 드물지 않다. 야키소바나 파스타, 카레에서부터 과일, 디저트, 미타라시단고 등 다양한 메뉴를 내놓는 가게도 있다.

최근에는 단팥과 생크림, 잼을 귀엽게 토핑해 인스타 명소로 떠오른 가게도 등장했다. 하루 종일 모닝구를 내놓는 시간파괴형 가게도 있다. 이치노미야시의 명물 찻집인 '피트 인'은 개점 이래 42년째 연중 무휴의 전통을 지키고 있다. 피트 인의 주인 오타니 도요코 씨는 82세의 고령에도 단 1명의 단골 손님을 위해 매일 새벽 3시에 가게를 연다.

모리 다카히코 이치노미야모닝구협의회 회장은 "손익만 따졌다면 모닝구는 이 지역의 문화로 뿌리내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