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는 모두의 일…여럿이 함께 책 읽으며 친근하게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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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환경 7부작 '100인의 리딩쇼' 이도경·김슬기라 PD 인터뷰
'지구를 살리는 책 30선' 선정…"즐겁고 쉽게 환경문제 다루고 싶어" 밴드 잔나비의 최정훈, 시인 나태주, 안무가 모니카, 배우 김미숙, 쇼트트랙 국가대표 이유빈 등 유명인들이 환경에 관한 책을 낭독하고 생각을 나눈다. 최근 종영한 KBS 1TV 7부작 시사교양 프로그램 '100인의 리딩쇼-지구를 읽다'(이하 '100인의 리딩쇼')는 각계 리더들이 읽어주는 책 문구를 통해 숲, 곤충, 나무 등 인간을 둘러싼 자연에 접근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환경 다큐가 녹아내리는 빙하, 쓰레기 더미로 뒤덮인 바다 등 충격적인 지구 파괴 현장을 보여주며 '경고'를 했다면, '100인의 리딩쇼'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를 천천히 둘러보자고 살포시 '권유'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난 이도경(56)·김슬기라(32) PD는 '함께 읽는다'는 콘셉트를 환경 프로그램에 접목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 PD는 "기후 위기는 사회의 한 집단이나 한쪽의 세력만 대응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모두 대응해야 한다"며 "요즘 세대가 파편화돼 있다고 하는데, 여럿이 함께 책을 읽으며 환경에 접근해 보면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기후 위기를 영상화하는 작업은 예산도, 인력도 많이 들어 쉽지 않다"며 "책은 저자들이 장기간에 걸쳐 깊이 통찰한 내용을 정제된 언어로 표현해둔 것이어서 더 효율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 PD는 책을 누구나 쉽게 환경에 접근할 수 있는 매개체로 여겼다고 했다. 그는 "저희 세대는 기후 우울증에 빠져있다.
너무 먼 이야기고, 내가 움직인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다 보니 불안하고 막연하다"며 "대신 책을 읽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란 점에서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무엇보다 책 선정에 공을 들였다. 동네 책방 130여 곳의 추천을 받아 '지구를 살리는 책 30선'을 선정했고, 곤충, 나무, 음식 등 프로그램 주제에 맞는 책을 다시 엄선했다.
방송에는 숲에서 삶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 동물을 사랑하고 갈망하는 인간이 만들어낸 딜레마적인 공간인 동물원에 대한 고찰을 담은 '동물원'(토머스 프렌치), 식탁 위에 놓인 음식이 나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질문을 던지는 '저녁 식탁에서 지구를 생각하다'(제시카 판조) 등이 소개됐다.
무거운 환경 문제가 아닌 어렸을 때 곤충을 신기해하던 기억,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느껴지는 편안한 감정들을 떠올리게 하는 책들이다.
김 PD는 "즐거운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
가까이서 시작할 수 있고, 어렵지 않은 주제들로 프로그램을 채웠다"고 전했다. 이 PD 역시 "보통 환경 문제라고 하면 내가 가진 소소한 행복을 양보하거나, 얼굴을 붉히며 싸워야 하는 불편함이 따르는 일로 여겨 잘 나서지 않게 된다"며 "이런 부정적인 부분보다는 자연 속에 함께하는 삶, 덜 소비하고 나누는 것에 대한 가치 등 긍정적인 부분을 보여주면 더 관심을 두게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책 내용을 친근하면서도 영향력 있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였다.
대중들에게 친숙한 유명인부터 학교 선생님과 아이들, 나무 칼럼니스트, 농부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물들을 두루 섭외했다.
최정훈은 숲속에서 주운 나뭇잎으로 책갈피를 만들고, 모니카는 나무들 사이에서 춤을 춘다.
가수 박지윤은 숲에서 차분히 자신을 되돌아보고, 제주도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가수 요조는 징그러워하던 벌레와 점차 친해지게 된 시간을 회상한다.
김 PD는 "보통 환경 프로그램은 전문가 입장이 쭉 나온다"며 "대중에게 친숙한 연예인들을 출연시켜 시청자들이 환경이라는 주제에 더 친근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100인의 리딩쇼'는 대중이 환경 프로그램에 느끼는 진입장벽을 허물기 위해서도 애썼다.
진행자인 배우 정우가 애니메이션 곤충과 대화하는 연기로 오프닝을 열기도 하고, 방탄소년단(BTS) 노랫말에서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등 예능 프로그램 같은 접근을 시도했다.
여기에는 예능 PD로 입사해 환경 예능 '오늘부터 무해하게'를 연출했던 김 PD의 노력이 묻어 있다.
김 PD는 올해부터 교양 PD로 적을 옮겼다.
김 PD는 "예능이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면, 교양 프로그램은 지금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하는 게 무엇인지를 제시한다"며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던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보고 싶었다.
대신 너무 무겁지 않고 즐겁게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프로그램은 지난 15일 종영했지만, 제작진은 '100인의 리딩쇼'가 선정한 책 30선이나 방송에서 소개된 책의 문구들이 파급 효과를 일으키길 희망한다고 했다.
실제 유튜버들과 협업해 책들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추가 제작하고, 방송 클립 영상을 다양한 채널에 공개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또 동네 책방이나 책 축제 등에서도 관련 행사를 하고 싶다며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이 PD는 "환경 문제에 대한 공포나 분노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공감이란 감정이 더 중요하다. 결국 사람들을 움직이는 건 공감"이라며 "'우리가 같이해보자'는 화두를 프로그램에 담았으니 그게 계속해서 잘 뻗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지구를 살리는 책 30선' 선정…"즐겁고 쉽게 환경문제 다루고 싶어" 밴드 잔나비의 최정훈, 시인 나태주, 안무가 모니카, 배우 김미숙, 쇼트트랙 국가대표 이유빈 등 유명인들이 환경에 관한 책을 낭독하고 생각을 나눈다. 최근 종영한 KBS 1TV 7부작 시사교양 프로그램 '100인의 리딩쇼-지구를 읽다'(이하 '100인의 리딩쇼')는 각계 리더들이 읽어주는 책 문구를 통해 숲, 곤충, 나무 등 인간을 둘러싼 자연에 접근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환경 다큐가 녹아내리는 빙하, 쓰레기 더미로 뒤덮인 바다 등 충격적인 지구 파괴 현장을 보여주며 '경고'를 했다면, '100인의 리딩쇼'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를 천천히 둘러보자고 살포시 '권유'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난 이도경(56)·김슬기라(32) PD는 '함께 읽는다'는 콘셉트를 환경 프로그램에 접목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 PD는 "기후 위기는 사회의 한 집단이나 한쪽의 세력만 대응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모두 대응해야 한다"며 "요즘 세대가 파편화돼 있다고 하는데, 여럿이 함께 책을 읽으며 환경에 접근해 보면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기후 위기를 영상화하는 작업은 예산도, 인력도 많이 들어 쉽지 않다"며 "책은 저자들이 장기간에 걸쳐 깊이 통찰한 내용을 정제된 언어로 표현해둔 것이어서 더 효율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 PD는 책을 누구나 쉽게 환경에 접근할 수 있는 매개체로 여겼다고 했다. 그는 "저희 세대는 기후 우울증에 빠져있다.
너무 먼 이야기고, 내가 움직인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다 보니 불안하고 막연하다"며 "대신 책을 읽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란 점에서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무엇보다 책 선정에 공을 들였다. 동네 책방 130여 곳의 추천을 받아 '지구를 살리는 책 30선'을 선정했고, 곤충, 나무, 음식 등 프로그램 주제에 맞는 책을 다시 엄선했다.
방송에는 숲에서 삶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 동물을 사랑하고 갈망하는 인간이 만들어낸 딜레마적인 공간인 동물원에 대한 고찰을 담은 '동물원'(토머스 프렌치), 식탁 위에 놓인 음식이 나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질문을 던지는 '저녁 식탁에서 지구를 생각하다'(제시카 판조) 등이 소개됐다.
무거운 환경 문제가 아닌 어렸을 때 곤충을 신기해하던 기억,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느껴지는 편안한 감정들을 떠올리게 하는 책들이다.
김 PD는 "즐거운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
가까이서 시작할 수 있고, 어렵지 않은 주제들로 프로그램을 채웠다"고 전했다. 이 PD 역시 "보통 환경 문제라고 하면 내가 가진 소소한 행복을 양보하거나, 얼굴을 붉히며 싸워야 하는 불편함이 따르는 일로 여겨 잘 나서지 않게 된다"며 "이런 부정적인 부분보다는 자연 속에 함께하는 삶, 덜 소비하고 나누는 것에 대한 가치 등 긍정적인 부분을 보여주면 더 관심을 두게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책 내용을 친근하면서도 영향력 있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였다.
대중들에게 친숙한 유명인부터 학교 선생님과 아이들, 나무 칼럼니스트, 농부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물들을 두루 섭외했다.
최정훈은 숲속에서 주운 나뭇잎으로 책갈피를 만들고, 모니카는 나무들 사이에서 춤을 춘다.
가수 박지윤은 숲에서 차분히 자신을 되돌아보고, 제주도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가수 요조는 징그러워하던 벌레와 점차 친해지게 된 시간을 회상한다.
김 PD는 "보통 환경 프로그램은 전문가 입장이 쭉 나온다"며 "대중에게 친숙한 연예인들을 출연시켜 시청자들이 환경이라는 주제에 더 친근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100인의 리딩쇼'는 대중이 환경 프로그램에 느끼는 진입장벽을 허물기 위해서도 애썼다.
진행자인 배우 정우가 애니메이션 곤충과 대화하는 연기로 오프닝을 열기도 하고, 방탄소년단(BTS) 노랫말에서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등 예능 프로그램 같은 접근을 시도했다.
여기에는 예능 PD로 입사해 환경 예능 '오늘부터 무해하게'를 연출했던 김 PD의 노력이 묻어 있다.
김 PD는 올해부터 교양 PD로 적을 옮겼다.
김 PD는 "예능이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면, 교양 프로그램은 지금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하는 게 무엇인지를 제시한다"며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던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보고 싶었다.
대신 너무 무겁지 않고 즐겁게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프로그램은 지난 15일 종영했지만, 제작진은 '100인의 리딩쇼'가 선정한 책 30선이나 방송에서 소개된 책의 문구들이 파급 효과를 일으키길 희망한다고 했다.
실제 유튜버들과 협업해 책들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추가 제작하고, 방송 클립 영상을 다양한 채널에 공개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또 동네 책방이나 책 축제 등에서도 관련 행사를 하고 싶다며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이 PD는 "환경 문제에 대한 공포나 분노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공감이란 감정이 더 중요하다. 결국 사람들을 움직이는 건 공감"이라며 "'우리가 같이해보자'는 화두를 프로그램에 담았으니 그게 계속해서 잘 뻗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