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온 '트윈데믹' 위기…코로나 피로감 속 불안한 겨울

일평균 신규 확진자 수 3만명대…독감 의심환자도 증가세
개량백신 접종 참여율 낮아…"고위험군 적극적으로 맞아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오름세로 돌아선 가운데 계절성 인플루엔자(독감) 환자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길어진 코로나19 위기로 국민의 피로감이 커진 상황에서 두 감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번 겨울 또 한 차례의 고비가 예상된다.

30일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겨울 유행을 무사히 넘기기 위해서는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추가 접종을 통한 면역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코로나19 재유행 초입…독감 의심환자도 23%↑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규모는 감소세와 정체 국면을 넘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주간 일평균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3만 명대로 올라섰고, 감염재생산지수도 확산 기준점인 '1'을 2주 연속 넘어서며 겨울철 재유행의 초입에 들어섰다는 진단에 힘이 실리고 있다.

확진자 증가와 더불어 중증 환자와 사망자도 늘어 지난 28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5주간 중증화율은 0.12%에서 0.19%로, 치명률도 0.06%에서 0.09%로 상승했다.

다만 아직 두드러진 우세 변이가 없어 폭발적인 증가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백신과 감염으로 면역이 생긴 국민이 늘어난 데다 거리두기 없이 직전 6차 재유행을 넘겼다는 점에서 이번 겨울철 재유행이 과거 유행보다 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 이후 처음으로 계절성 인플루엔자 유행이 함께 닥쳤다는 것은 과거 재유행 때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이다.

최근 일주일간(10.16∼22) 인플루엔자 의사환자(의심환자)는 외래환자 1천 명당 7.6명으로, 전주의 6.2명에서 22.6% 증가했다. 2022-2023절기 인플루엔자 유행기준(4.9명)을 훌쩍 넘어선 수준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2년간 독감 유행이 가라앉았다가 나타난 것이어서 어떤 양상으로 올지 예측이 힘들다는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메타뉴모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리노바이러스 등을 포함한 바이러스성 급성호흡기감염증 환자는 905명으로, 전주(986명) 대비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멀티데믹'의 우려가 가라앉지 않았다.

◇ 개량백신 접종 참여율 저조…고위험군 면역 저하 우려
다른 감염병들과의 동시 유행 외에도 이번 코로나19 겨울철 재유행에 경고음을 키우는 요인은 낮은 추가 접종률이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이 가능한 2가 개량백신을 활용한 동절기 추가접종이 지난 11일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60세 이상 접종 대상자의 추가 접종률은 7%(27일 기준)에 그치고 있다.
곧 18세 이상 전체 성인으로 대상이 확대되지만, 길어진 팬데믹과 늘어나는 접종 횟수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고 경각심은 낮아진 상황에서 접종률이 얼마나 올라갈지는 미지수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낮은 추가 접종률과 관련해 "아직 유행 상황이 다소 안정적이고, 감염 후에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분들 중엔 접종을 미뤄온 분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윈데믹의 위기와 국민의 팬데믹 피로감 등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국민이 코로나19 유행에 지쳐가면서 개량백신 접종률은 6%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낮은 접종률이 고령층 등 건강취약계층에겐 여전히 큰 위험 요인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당국이 발표한 전국 단위 코로나19 항체양성률(8월 5일∼9월 6일 9천901명 대상) 조사에 따르면 70대, 80대 이상의 자연감염 항체양성률은 각각 43.11%, 32.19%로 전체 평균 57.65%보다 한참 낮았다.

이 연령대는 대신 백신 접종을 통해 98∼99%의 항체양성률을 보였다.

이재갑 교수는 "70∼80대는 그동안 백신을 맞은 것으로 버틸 수 있었기 때문에 백신 효과가 떨어지는 상황이 오면 걱정스럽다"며 낮은 추가접종률을 우려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최근 중증화율이 높아진 것은 검사 자체를 덜 받은 것 때문일 수도 있고, 접종의 효과가 떨어져 중증화 예방 효과도 낮아졌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추가 접종·적극적인 검사 중요"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독감 접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탁 교수는 "우리나라는 높은 마스크 착용률 덕분에 인플루엔자가 아직 우려만큼 압도적인 양상은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도 "사회 활동이 활발해지고 마스크 의무도 완화될 것이기 때문에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접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독감도 지금 접종하면 내년 봄까지 예방 효과가 있다"고 강조하며 "코로나19와 독감은 치료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가 늦어지지 않도록 증상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장도 최근 브리핑에서 "자연면역에 의존하려면 고위험군도 걸려야 된다는 건데 고위험군의 중증화율이나 치명률은 아직 높다"며 고위험군의 적극적인 코로나19 추가 접종 참여를 당부했다. 정 위원장은 그러면서 "고위험군 부모님, 가족과 같이 산다든지, 고위험군을 자주 만나야한다든지 하는 상황이라면 같이 맞아 주시면(접종을 하면) 언젠가는 독감 같은 수준의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