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예산전쟁 돌입…"약자예산 확보" vs "부자감세 다 깎아"

예결위 이번주 공청회…내달 7일 심사시작, 30일 의결→본회의
감세·'서민예산 삭감' 충돌 전망…野 겨냥한 檢수사 최대 변수
시한 내 처리 불발 우려 속 사상 초유 '준예산' 가능성도 고개

국정감사를 마무리한 여야가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내년도 예산안 심사 레이스에 돌입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내달 4일 예산안 공청회를 여는 데 이어 7∼8일 종합정책질의, 9∼10일 비경제부처 예산심사, 14∼15일 경제부처 예산심사를 각각 벌인다.

이와 함께 국회 각 상임위원회도 소관 부처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진행한다.

내년도 예산안의 증·감액을 심사할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예산소위)는 17일부터 활동에 들어간다. 여야 예결위 간사는 30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내년도 예산안의 본회의 처리 법정시한은 12월 2일이다.

여야는 이같은 일정표에 따라 내년도 나라 살림을 정밀 심사하게 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을 놓고 감세 기조와 예산안 세부 항목 등을 둘러싼 여야 간 입장차가 극명해 심사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대장동 의혹' 등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검찰의 수사 본격화로 여야 간 대치 전선이 격화되면서 예산안 정국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은 물론 연말을 넘겨 사상 초유의 준예산 상황까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벌써 나온다.
◇ 與 "건전재정 속 약자예산 확보…원안 사수" vs 野 "서민 외면 비정한 예산…초부자감세 막을것"
새해 예산안을 놓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경제·민생 회복을 위한 예산이라며 반드시 원안 사수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약자 보호를 위한 예산을 대폭 삭감한 '비정한 예산'이라며 확실하게 제동을 걸겠다는 태세다.

민주당은 특히 법인세 등 감세 기조 속에 서민 예산을 줄였다고 반발하며 대대적인 칼질을 예고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초부자감세'를 철회하면 복지 예산 증액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자체적으로 1조원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 대통령실 이전 관련 예산도 낱낱이 찾아내 삭감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청년·노인 일자리 예산, 지역화폐 예산, 임대주택 예산 등 서민에게 필요한 예산의 삭감 규모가 10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하면서 줄어든 항목을 따져보고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겠다고도 예고한 바 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30일 통화에서 "민생 경제 위기가 심각한 상황인데 윤석열 정부는 '초부자 퍼주기 예산'을 편성했다"며 "민생 예산과 입법을 추진하면서 싸울 부분에서 확실하게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건전재정'과 '약자 보호'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예산이라며 방어막을 치고 있다.

특히 문재인정부의 '방만재정'을 정상화하는 한편, 취약계층 관련 복지지출은 증액시켰다는 논리다.

전년도 대비 전체 예산을 6%를 줄인 반면 노인·장애인·아동·여성 등 지원의 격차 해소 예산은 11% 늘렸다는 것이다.

'부자감세' 공세에 관해서도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감세를 통한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로 문재인 정부 때 세수가 30조원 늘어났고, 코로나19 추경 등도 가능했던 것이라는 반박 논리를 펴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대내외적 여건 악화로 민생 경제가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때에 정부가 앞장서서 건전재정에 나선 것"이라며 "야당은 나라 살림을 볼모로 한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 회복에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 '대장동 대치 정국' 속 입법 쟁점도 줄줄이…준예산 전망도
여기에 여야 극한 대치가 벌어진 정치 상황이 줄줄이 맞물려 올해 예산안 처리는 유독 전망이 어둡다.

이미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와 이에 반발한 민주당의 대통령 시정연설 보이콧 등으로 정국이 경색된 상황이다.

여기에다 대장동·김건희 특검법 추진과 감사원·국가정보원 대상 국정조사 추진 등 '뇌관 리스트'는 늘어날 전망이어서 예산안의 시한 내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밖에 가계부채 3법, 양곡관리법 개정안,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소송 남용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들도 여야간 이견이 뚜렷한 사안이라, 예산안 심사로 불똥이 튈 수 있다.

이에 따라 예산안 처리가 12월 2일 법정시한은 물론이고 12월 9일 정기국회 종료일 그리고 12월 31일까지도 통과되지 못해 새해 '준예산' 집행 상황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준예산은 내년도 예산안이 올해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까지 처리되지 못할 경우 최소한의 예산을 전년도 예산에 준해 편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올해는 예산이 12월 2일 통과가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연말까지 갈 가능성이 있다"며 "진짜 입법전쟁, 예산전쟁이라는 각오로 철저히 준비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민주당은 다음 달 1일 의원총회를 열고 납품단가 연동제, 카카오 먹통사태 방지법, 감사원법 개정안 등 세 개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할 예정이어서 여야 대치는 한층 격화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