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약한 여성들이 겹겹이 깔려 비명을"…이태원 나뒹구는 코스튬 소품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 앞에 널부러진 쓰레기 사이 핼러윈 장식 머리띠가 버려져있다. /김세린 기자
"사고가 일어난 골목은 경사가 급해요. 여성분들이 비교적 힘이 약하니까 양쪽으로 밀리고 도미노처럼 쌓였어요. 깔리고 밟혀서 숨이 안 쉬어졌는지 '살려주세요' 소리를 지르는데 어쩔 도리 없이 그대로 깔려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30일 오전 11시.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 일대 도로와 이태원역 주변은 전부 통제된 상황이다. 현장 지휘소 앞 소방대원과 경찰들은 "인근 도로는 전부 통제돼 통행 및 이동이 아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사고 현장 인근에는 다수의 쓰레기 더미가 묶여있거나 술병, 옷가지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곳곳에 핼러윈 장식품이나 실종자들의 소지품으로 추정되는 물건들이 버려져 있기도 했다. 현장에 있었던 박 모씨(28)는 "이 많은 쓰레기 사이에 실종자와 사망자의 유실물이나 분실물이 함부로 버려지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30일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 경찰 및 소방대원과 시민들이 몰려있다. /사진=김세린 기자
역 주변에는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일부 사람들이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현장을 막고 있는 경찰과 소방대원들을 향해 소리 지르며 울부짖는 시민도 목격됐다. 이들 중 일부는 어제 사고 시간 이후 연락이 끊긴 피해자 지인 또는 가족으로 추정된다.

일부 시민들은 "경찰에서 사람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 미리 통제하는 등 사고를 방지할 수 있지 않았나"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시민 유 모씨(22)는 "당시 사람이 너무 많아서 홍대로 이동했다. 충분히 예견된 사고였는데 피해가 커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동하지 않고 남아있던 지인 일부는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현장에서 만난 외국인 A씨(21)는 "새벽에 친구랑 연락이 끊긴 뒤로 계속 이 자리에 있었다. 정말 참담하고 암담해서 계속 이곳에 멍하니 있었다"고 울먹였다.

한편 사고가 발생한 건너편 골목 쪽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오전 10시쯤 코스튬 차림으로 이제서야 막 밖을 나서는 사람들도 있었다. 술집에 있었다던 20대 무리 4명은 "워낙 사람들이 아주 모여있어서 사고가 난 지도 몰랐다"며 "건너편으로 가는 길이 통제돼서 이 부근 24시간 PC방으로 술집에 있던 사람들이 다 이동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들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곳 인근은 클럽, 바 등 젊은 층이 자주 찾는 유명 술집이 밀집한 골목이다. 당시 위 아래서 밀려드는 사람들로 극도의 혼잡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압사 사고 현장 건너편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씨(43)는 "밤 9시부터 건너편은 이미 꽉 차서 거기서 밀려난 사람들이 이쪽으로 넘어왔다"며 "어제 유독 사람이 많아 더 위험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오후 5시 현재까지 파악된 사망자는 153명 부상자는 103명으로 피해자 대부분이 10~20대다. 외국인 사망자의 경우 19명으로 집계됐다. 소방 당국은 "중국인, 이란인, 동남아시아인 등 사망자가 한국인으로 집계됐다가 외국인으로 판명되면서 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중상자 가운데 사망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